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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복지 - 공장식 축산을 넘어, 한국식 동물복지 농장의 모든 것
윤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평점 :
"떠나올 때 많은 이들이 한국에서 동물복지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에 나와보니 우리의 시기는 너무나도 뒤처져 있었다."
돼지복지/ 윤진현 글/ 한겨레출판
한국인의 밥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돈', 바로 돼지에 대한 이야기를 동물복지 개념으로 접근하는 <돼지복지> 책이 출간되었다.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으나, 공장식 축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고,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공감하여 한국식 동물복지 농장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학원 석사 과정 시 방문한 우리나라 농장 환경과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사 과정 시 방문한 규따야 농장 환경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동물복지형 시설과 함께 좋은 관리자의 자질이 돋보였다. 동물복지를 이야기하는 시작점이 바로 관리자의 자질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동물복지,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이 곧 우리의 식탁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현대식 축산에서 오로지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품종이 선택·개량되면서 병원체에 취약하게 되었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생산자는 가축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기에 항생물질이 포함된 동물 약품이나 합성첨가제 사용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저자 윤진현 교수는 동물복지를 정의하는 것보다 어떻게 동물의 복지 수준을 평가할 것인지 그 기준과 내용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시설과 환경 중심의 평가 방식보다는 동물 기반 평가 방식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동물의 상태를 일일이 살펴보고 평가해야 하기에 많은 시간과 희생이 요구된다고 한다. 평가자를 좀 더 전문적인 인력으로 구성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앞서 읽은 책에서 접했지만 사진과 상세한 설명이 더해진 수컷 새끼 돼지의 거세와 꼬리 자르기는 충격과 경악의 극치였다. 정말 철저히 인간에게 맛있게 소비되기 위해 마취나 진통제도 없이 거세를 당한다. 단지 4 ~ 8%에게만 나타나는 웅취를 제거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껏 수컷 새끼 돼지의 외과적 거세를 암묵적으로 동의한 거라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꼬리 자르기 또한 서로 꼬리를 무는 돼지들의 습성으로 인한 위험부담을 없애기 위해 아예 꼬리를 자르고 있다. 생후 2~3일령 돼지들이 이 모든 고통을 인간을 위해 겪고 있다니 말문이 턱 막혔다.
이어서 윤진현 교수는 동물복지형 농장에 대해 서술한다. 유럽형뿐 아니라 국내 1호 동물복지 인증 양돈장인 경남 거창에 소재한 '더불어행복한농장'에 대한 내용이다. 농장 동물들이 겪는 스트레스 상황들 뒤에 행복한 가축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주었다.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고 공부하며 농장과 돼지에게 알맞은 방법과 방향을 찾아가는 이들의 분투 덕분에 미소 짓는 돼지를 보는 기쁨을 누렸다. 참 감사한 일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도 현재의 농장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형 동물복지 농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연구들이 흥미로웠다. 동물의 본성을 고려해 관리 기술을 개선하는 접근 방식이 동물의 복지와 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가능케하여 농가의 동물복지 전환을 유도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양돈 농장 현장에 적당한, 유용한 기술들을 제안하고, 동물복지 인증 제도 활성화를 위한 여러 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니포터8기 활동으로 앞서 읽은 <비건한 미식가>로 공장식 축산의 처참한 실체를 상세히 알고 비거니즘에 관심이 간 만큼 <돼지복지>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읽었다.
루스 해리슨은 채식주의자로 육식을 섭취하지 않았지만, 공장식 축산 시스템의 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동물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조사하여 엮은 책이 <동물 기계: 새로운 공장식 축산>이었다. 공장식 축산의 잔인한 관행들에 대해 대중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이에 관한 강렬한 대중의 반응은 새로운 학문 분야인 동물복지학의 토대가 마련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육식을 섭취하지 않은 사람조차 책임감을 느끼는데 이제껏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육식을 섭취해온 사람으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돼지의 행복에 대해 우리 모두 다 책임이 있다. 키맨으로서 동물복지형 농장 확장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우리네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의 본질을 살피는 일의 필요성을 깊이 깨닫게 해주는 <돼지복지>를 추천합니다.
한겨레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