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육아 - 나를 덜어 나를 채우는 삶에 대하여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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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육아/ 정지우 지음/ 한겨레출판




지구상에서 가장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라는 뉴스를 접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N포 세대'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2,30대가 느끼는 상대적 좌절감과 박탈감, 무력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로 받아들이기에는 외부적인 요소가 너무 크다는 생각에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그 삶의 충만함과 찬란함을 잘 알기에, 감사하기에 더 절절한 심정이다. 이런 시기에 정지우 작가가 쓴 육아 에세이 <그럼에도 육아>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품게 된 희망을 속삭이고 있다. 세상 어딘가에서 서로 설레어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또 그 새로운 존재들이 사랑하고 꿈꾸고 웃고 울며 이 삶을, 세상을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말이다. 



결혼 후 바로 임신하여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 나는 아이가 없는 부부의 삶이 낯설다. 어느덧 내 키를 훌쩍 뛰어넘어 자란 아이들이 성장하여 가정 너머 또래의, 공동체의, 사회의 일원으로서 삶의 반경을 확장시키는 시간의 흐름이 야속하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흐를 뿐이다. 결국 내가, 우리가 챙겨야 하는 것은 함께 하는 시간의 기억, 조각일 것이다. 






<그럼에도 육아> 책을 읽는 내내 감정이 벅차올랐다. 이제는 희미해져버린 아이들과의 추억이 펑펑 터지듯 튀어나와 피식 웃음 짓게 하고 울컥 눈물 나게도 했다. 핸드폰 화면에 갑자기 떠 그 시절로 되감기 시켜주는 사진들처럼 잠들어있던 소중하고도 귀한 기억 속 우리 가족들을 소환하였다. 


여러 글들이 마음에 남았는데 특히 '이중 긍정'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그것을 사랑하는 것을 사랑한다"라고 할 수 있어야 진정 '자신의 가치'로 긍정하는 것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여러 매체를 통해 글을 읽고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 있다. 그래서 따르면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바로 나의 생각이나 기준이 아니라 남의 기준이 좋아 보여 따른 것이어서 그럴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중 긍정으로 "다시 태어나도 아이를 가질 건가?"라는 질문에 "다시 태어나도 아이를 가지겠다" 당당하게 밝히는 저자는 진정 자신을 긍정하고 삶을 사랑하는 이다. 이 책에 담긴 그의 한 시절이 온 마음으로 증명하고 있다.






육아를 하면서 좋은 점은 아이의 눈높이로 다시 한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지우 작가의 표현처럼 '삶에서 마지막으로 다시 어린아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 일생의 마지막 타임머신을 타는 일' 같다. 흐릿한 나의 유년 시절 기억보다 더 생생하고 또렷한 너의 유년 시절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감사하게도 우리에게 허락해 주었다. 


'엄마', '아빠'. 세상 어느 말보다 보드랍고 몽글한 그 말 한마디와 세상 어느 거울보다 맑은 눈동자로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들 사이에 자리 잡은 아이. 그 아이가 성장하는 시간과 공간을 함께 공유하면서 자연스레 부부도 부모가 되어간다.





행복과 삶의 본질이 결코 거창하고 화려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들, 정지우 작가가 적어둔 작고 사소한 날들이 전해준, 고마운 가르침이다.

잊고 살았던, 묻어두고 살았던 우리의 작고 사소한 지난날과 오늘의 평범한 일상 그리고 미래 어느 날 찾아올 무지개. 우리 가족이 함께 그려나가는 이 작은 그림이 진짜 삶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여정 속에 행복과 사랑이 있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결혼, 육아… 좀 더 사회적, 공동체적 시스템의 지원이 뒤따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오히려 인간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아 보이는 순간은 덜 동물다울 때인 것 같기도 하다'라는 정지우 작가 말처럼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채워주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책이다. 



한겨레 하니포터 8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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