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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 열 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우리 안의 얼굴들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평점 :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이다혜ㆍ이주현 지음/
한겨레출판
이번에 읽은 책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한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다.
2002년부터 꾸준히 인권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제작한 영화 10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별별차별>(2012, 씨네21북스)를 발간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2013년부터 다시 10년 동안 세상에 나온 10편의 영화 이야기를 담은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를 출간하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고 하는데 2013년에 제작된 <봉구는 배달 중>, <두한에게>, <얼음강>으로 비춰본 한국 사회와 2022년 작품 <힘을 낼 시간> 속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듯하여 씁쓸하다. 그래도 꾸준하게 사회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기에 더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믿는다. 희망한다.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의 고통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실을 담은 상상의 이야기가 지닌 힘이 평화로운 내일을, 다정한 세계를 꿈꾸게 하고 기필코 이루게 할 거라 믿는다.
10편의 영화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웃을 비추고 있다. 사회경제 변화로 야기되는 상황들을 개인(혹은 가정)의 영역 안에서 해결해야 할 때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와 불안, 부담을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10편의 영화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 청년의 인권과 삶을 다룬 이야기
(메기, 이옥섭 감독, 2018)
- 청소년의 인권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최익환 감독,
2015/힘을 낼 시간, 남궁선 감독, 2022)
- 노인 인권에 대한 영화
(봉구는 배달 중, 신아가ㆍ이상철 감독, 2013)
- 스포츠 인권에 대한 영화
(4등, 정지우 감독, 2014)
- 존엄사를 대하는 또 다른 시선
(하늘의 황금마차, 오멸 감독, 2014)
- 고독사를 다룬 영화
(소주와 아이스크림, 이광국 감독, 2015)
-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한 이야기
(얼음강, 민용근 감독, 2013)
- 장애 인권을 담은 이야기
(두한에게, 박정범 감독, 2013)
- 파놉티콘, 디지털 감시 사회를 다룬 이야기
(과대망상자(들), 신연식 감독, 2015)
이 10편의 영화가 우리를 찾아오는 시간 동안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해 사회적ㆍ법적 변화가 있었다. 1939년 이래 지난 80년 동안 총을 드는 대신 감옥을 택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가 1만 9,7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의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어 2020년 대체복무제가 시행됨으로써 감옥에 수감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수가 늘어나지 않게 되었다.
책 제목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는 민용근 감독의 저서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고 한다.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진행 중인 오늘날, 군대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충돌하고 있다. <얼음강>이 풀리지 않는 문제에 실마리가 되어줄지 자신의 인생을 걸고 꺾이지 않는 신념을 그린 영화를 직접 보고 싶어졌다.
10편의 작품 중 본 작품이 <4등>뿐이라 아쉬움이 많다. 읽으면서 활자로 만나고 있는 이 작품들을 실제로 관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헛헛한 기분이 커갔다.
청년의 인권을 판타지스러운 구조 안에서 다각적 측면으로 바라본 <메기>, 청(소)년의 인권을 지나친 경쟁과 소비 구도에서 대체 가능한 부속품처럼 버려진(은퇴한) 아이돌들의 여행 서사로 풀어낸 <힘을 낼 시간>, 점점 소외될 수밖에 없는 노인에 대한 사회의 이중적인 시선을 아이와 노인의 하루로 따뜻하게 담아낸 <봉구는 배달 중>, '생과 사를 자연의 섭리'로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으로 로드무비 형식으로 간암 말기 치매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그린 <하늘의 황금마차>, 평소에 의식하고 있는 주제인 디지털 파놉티콘을 과대망상과 연결 지어 중의적인 시선이 담긴 <과대망상자(들)>까지 전문가의 시선으로 톺아본 영화에 그치기에는 서운하다. 상업영화가 아닌 인권 영화와 독립영화, 다큐멘터리를 편하게, 쉽게 관람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 '69세'를 보고 노인과 여성의 오늘을 통렬하게 자각한 기억이 있다. 나이, 성별, 장애, 경제력, 학력, 직업 등 그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살아있다' 그 존엄한 사실로 존중받고 살아가는 나를 바란다. 그렇다면 결국 모두 다 존엄한 오늘을 보내는 이 시대의 우리가 되지 않을까. 서로 대립하는 권리가 아닌 병립하는 권리로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교권과 학생 인권을 바라보는, 청년과 노인을 바라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한 현명한 해법은 다르다 구분 짓는 게 아니라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전체를 아우르는, 기존과는 다른 열린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는
사회에서 낙오되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기억 대신 속해있고 존중받는다고 믿을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힘을, 용기를, 관심을 말하는 책이다. 더 나은 내일을 염원하는 우리에게 추천합니다.
한겨레 하니포터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