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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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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사에서 출간된 일기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아니, 하니포터7기 활동 도서로 직접 선택해서 읽었다. 두 권 모두 일기 형식이지만 저자의 연령대와 일기의 소재가 달라서 각기 다른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는 팟캐스트 <일기떨기>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30대 세 여자가 일기로 수다를 떠는 형식으로 그 연령대의 보편적 고민부터 개인적 걱정과 상처 그리고 글 쓰는 직업군으로서의 불안과 성취감과 꿈 등을 공감 어린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그들의 인생 분투기에 힘을 얻고 신선한 시선을 배우며 위로받았다. 그리고 이미 그 시기를 건너온 선배로서 절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산문/ 한겨레출판
이번에 읽은 <스타벅스 일기>는 번역가이자 수필가인 권남희 작가가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음료와 주위 사람들 얘기를 담은 일기를 엮은 책이다.
딸을 독립시키고 홀로 지내면서 얻은 '빈둥지증후군'을 고치고 일도 할 겸 스타벅스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테이블 간격이 좁아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리게 되니, 그에 대해 간단한 저자의 생각을 더하여 짤막한 하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
많은 이들이 찾는, 언제나 북적거리는 공간이지만, 나는 잘 찾는 곳은 아니다. 카페 가면 아메리카노만 마시는데 스타벅스 커피가 입맛에 맞지 않아서 선택권이 있다면 스타벅스를 고르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스타벅스 일기>를 읽으면서 이렇게나 다양한 메뉴가 있다고? 음료에 관한 묘사를 읽으면서 왜 사진은 없는 거야? 아쉬움을 느끼다가 그러면 스타벅스 홍보물이지. 자각하는 내가 어이없어 헛웃음이 터졌다.
겨울에 시작해서 가을까지 1년여의 시간의 흐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일기다. 음료와 번역 일과 스타벅스 오는 사람들로 채워진 이 짧은 글을 읽는 내내 웃음이 피식 터져 나와 즐거웠다. 스타벅스에서 이토록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다니 신기한 경험이었다. 혼자 일하러 가서 동행이 있는 일반적인 고객보다는 더 주변 소리에 민감한 덕분이다. 거기에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권남희 저자의 시선이 더해져 사랑스러운 스타벅스 일기 에세이가 탄생했다.
되도록 안 들으려 하고,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조심하는 저자가 자기가 관심 있는 대화 주제에 귀를 종긋하는 모습에, 극내향이면서도 아이에게는 무한한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타인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면 예의를 갖춰 마음을 표하는 모습에 훈훈한 온기를 이어받았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타인들의 대화 소리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 글로 재탄생시키는 그는 천상 작가다.
딸 정하와 어머니가 자주 등장하는 가족이다. 딸 정하와의 모든 콘텐츠는 내 딸과 하고픈 미래의 모습이다. 당근 마켓에서 사기당할 뻔한 저자를 위해 앞장서 해결해 주고 잔소리하는 딸이지만 아픈 할머니를 돌보느라 지친 엄마를 위해 나고야 효도 여행도 데리고 가고, 여름휴가를 엄마와 함께 가는 사랑스러운 딸이 너무 부러우면서도 내 딸도 그럴 거라 내심 부풀어 오르게 한다.
"저승 가는 병원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파킨슨병 진단으로 다니시던 병원에 장기입원하신 저자의 어머니가 요양병원인 줄 알고 친구에게 한 말이다. 얼마나 가슴이 시리던지. 이제 일흔 고개를 넘었지만 사는 내내 종합병원이었던 울 엄마가 떠올라 울컥했다. 생과 사는 하늘의 뜻이라 해도 부디 많이 아프지 마시고 오래 사시길 바랄 뿐이다.
주변의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더해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를,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글쓴이 자신에게도, 읽는 이에게도 당부한다.
<스타벅스 일기>는 집순이였던 권남희 저자가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찾아온 변화의 결실이다. 스타벅스에 앉아 차 한 잔을 자신에게 선물하며 일을 하고 들려오는 주변의 소리에 감응하는 일이 결국 세상과 조우하는 것이었다.
스타벅스를 오가는 수많은 인파들이 전하는 소리들 중 어쩔 수 없이 들린 그 소리들에 반응하여 솔직 담백하게 오늘을 녹여낸 그의 일기를 통해 삶의 사계절을 음미할 수 있었다. 또한 그가 번역한 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다양한 음료의 모양과 맛을 상상하는 재미까지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한겨레 하니포터 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