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연금책 - 놀랍도록 허술한 연금 제도 고쳐쓰기
김태일 지음,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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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연금책/ 김태일/ 한겨레출판



 


 

읽는 내내 불편함과 답답함을 느꼈다. '연금'에 대해 알고자 하지 않았던 무관심하고 무지한 내가 불편했고, 연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정부가 답답했다. 책을 덮으면서 저자 김태일 교수가 남긴 마지막 글이 가슴에 돌처럼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수십 년간 성실히 일하면서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도 웬만큼 노후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이는 미래 세대도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

이는 복지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이를 못 한다면 정치권과 정부의 직무 유기다."

- 불편한 연금책/ 김태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인 김태일 저자는 연금 개혁이 화두가 된 요즘 연금에 관한 '사실들'을 널리 공유하고자 <불편한 연금책>을 저술하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 저자는 전문적인 내용이라 다소 무리가 가더라도 전문서 대신 대중서를 택하여 더 많은 이들에게 연금의 실상을 알리고, 연금 개혁의 공감대를 넓히고자 하였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 그의 대안에 100%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연금 제도의 실상과 개혁이 미비하고 어려운 실정과 다양한 벤치마킹 해외 사례들을 잘 정리해 줘서 이해하기가 편했다. 연금에 대한 대중서로, 배경지식 습득에 적정한 입문서였다. 전문적인 용어와 이론, 수치, 도표 등을 일반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설명해 주는, 친절한 책이다. 무리 없이 연금에 대한 의미와 필요성 그리고 세계 각국의 연금 제도와 우리나라의 연금 제도의 차이점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불편한 연금책>은 크게 3 소주제로 나누어

[연금 제도 바로 알기] -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제안] - [모두를 위한 연금 개혁]

총 10장으로 구성되었다.

 

대부분 공적연금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연금 운영을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나 또한 국민연금에 대해 회의적이다. 과연 우리가 노후에 국민연금으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아니다. 적어도 현행대로 운용된다면 말이다.

 

우리가 연금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크게 지속 가능성과 노후 소득 보장에 대해 의문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김태일 교수는 구체적인 자료를 들어 이런 불안감을 명백히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연금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시장 소득과 가처분 소득 빈곤율 차이가 가장 작다. 이는 공적 이전 소득이 실제 노인 빈곤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김태일 교수는 우리 국민연금이 기형적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1. 낸 것보다 너무 많이 받는 구조라서 2. 가입률이 낮고 가입 기간이 짧아서 수급률이 떨어지고 수급액이 적으며, 소득·성별 격차가 매우 심해서

 

기존에 접했던 뉴스나 기사와는 다른 결이라 사실 충격적이었다. '더 내고 덜 받기'나 '재정 고갈'을 강조하는 내용이 아니라 연금 본연의 역할을 상기시키고 있다.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과 소득 재분배 기능에 관한 정리는 흥미롭다. 국민연금이 '국민'의 연금이 되기 위해서 '가입 기간' 문제와 낸 것만큼 받기/수익비 1보다 작지 않기/소득 재분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가입 기간을 늘이기 위해

1. 가입 상한 연령 높이기

2. 군 복무 기간 전체 인정

3. 출산 크레딧 확대

4. 18세 자동 가입

5. 실업 크레딧과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처럼 사회보험 방식 연금 체계를 지닌 다른 국가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에게는 재분배를 적용하고, 중간 이상 소득 계층에게는 소득 비례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면 저소득층은 수익비가 1보다 크고 중간 이상 소득 계층의 수익비는 1이 된다고 한다. 효율적인 적용 방식이라 사료된다. 이렇게 연금 제도에 대해 하나하나 알고 보니 연금 개혁은 분명 불가피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김태일 교수는 이를 위해 단순히 보험료율, 가입 기간 등 변수를 조정하는 모수 개혁이 아닌 구조개혁을 논하고 있다. 뒷받침해 주는 근거를 다양하게 들어 조목조목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서구 복지국가의 연금제도 변천사를 통해 우리나라 연금 제도에 알맞게 적용하자는 실용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단순히 내가 내고 못 받는 게 문제가 아닌 연금의 실효성에 대한 접근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했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에 이어 특수직역연금까지 공적 이전 소득을 둘러싼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한 과정을 담고 있는 <불편한 연금책>이다.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재정 목표를 정하고 달성할 수 있도록 보험료율을 매년 조금씩 높이는 방안을 제시한다. 보험료율을 올리는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리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회보장세 신설을 통한 일반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과 적극적인 기금 운용으로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김태일 교수의 바람대로 우리의 공적 연금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그리고 퇴직연금이 사회적 합의를 거쳐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최소한의 소득 보장'과 '그 이상의 소득 보장'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연금 개혁 특위까지 구성되었지만 임기 내 합의 도출에 실패한 점이나 모수 개혁안을 발표한 점을 보면 정상적인 공적 연금까지의 길이 먼 것 같다.

 

하지만 세대 간 계약으로 미래 세대에게 큰 책임을 넘기는 기성세대가 되지 않도록 진정성 넘치는 자세로 정부와 정치권의 공적연금 운영을 관심 있게 살펴야 할 것이다. 고령화 시대로 가고 있는 오늘날 복지국가로서 국민의 안정된 노후를 보장해야 하는 당연한 책무를 정치권과 정부가 간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바로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아닐까.

 

한겨레 하니포터 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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