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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끝내 놓을 수 없는 단 한 가지
"당신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
세라 본의 신작 <레퓨테이션 : 명예>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프롤로그 시작부터 끔찍한 단어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세 달이라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속도감을 잃지 않고 엠마 웹스터와 그녀의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시체는 계단 가장 아래에 있었다."
- 첫 문장 -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고 읽기 시작하니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주인공 엠마 웹스터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나름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 감정선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읽어나갔다.
엠마는 포츠머스 지역을 대표하는 하원의원이자 여성 인권을 위해 싸우는 정치인으로서 리벤지 포르노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갈등과 협박은 도가 넘어가고, 온라인상에서도 경악할 수준의 악플이 달린다.
대의를 품은 하원의원인 공인으로서의 역할과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고픈 사적인 엄마로서의 역할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플로라에게 '엄마'로서 안정감과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은 크나 시간이 여의치 않는다. 속 깊은 플로라는 항상 일로 바쁜 엄마에게 고민을, 상처를 털어놓지 못하고 곪아가다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기에 더 안타깝고 더 가슴 저렸다.
현대인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는 이 소설에서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데 앞장선다. 너무도 빠르게 너무도 쉽게 퍼져나가는 소식들, 진실 여부 따위는 중요하지 않는다. 그저 감정을 토해내는 쓰레기장 같은 공간이었다. 오프라인보다 가볍게 여기기 쉬운 온라인상의 활동이지만, 그 파급력은 상당하다. 공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행동에 반감을 표했다는 이유로 공격당하는 엠마와 플로라는 소설 속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 속 존재처럼 다가온다.
정치인으로서 품은 대의에 성실히 나아가고 있다는 성취감에 취한 순간 찾아온 시련은 엠마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딸 플로라를 위해 그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 소설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민낯을 날카롭게 담아내고 있다. 지역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 갈등 그리고 폭력을 하원의원 엠마 중심으로 면밀하게 그려내 우리에게 살피도록 하고 있다. 협박과 미행, 감시에 시달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평정심이 깨져버린 엠마를 극적으로 그려내어 '공인'의 삶과 공인을 향한 대중의 기대와 시선과 태도에 대한 고찰을 당부한다.
"그때 일이 벌어졌다.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마지막 문장 -
두 권으로 제작된 이야기라 마무리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생생하게 다가오는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는 우리도 엠마에게 벌어진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그녀가 스토커에 쫓겨 숨을 헐떡거릴 때, 플로라가 자신에게 진심을 털어놓지 않아 서운할 때, 기자 마이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 잘못된 선택을 한 플로라를 마주했을 때, 그 순간순간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섬세하게 묘사된 인물의 심리와 감정, 생각은 생생한 현실감을 전달하고, 빠른 템포의 문장은 이야기를 힘 있게 끌고 나간다.
정치인으로도, 개인으로도 최악의 상황에 처한 엠마 웹스터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엠마 웹스터가 한 일이 과연 무엇일지 남겨진 이야기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와 언론과 소셜 미디어 그리고 학교 폭력까지 현실적인 이슈를 밀도 있게 담아낸 <레퓨테이트 : 명예>가 영상으로 제작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매력적인 작품을 다양한 경로로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