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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길을 지키는 아이 ㅣ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8
최명 지음, of Linda(최예진) 그림 / 고래책빵 / 2023년 11월
평점 :
요즘같이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농사기술과 환경이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는 어린이 세대에게 '보릿고개'라는 말이 매우 낯설듯 하다. 대부분 난 곳의 땅에서 거두어들인 작물로만 살아가야 했던 시절의 배고픈 시기를 일컫는 이 단어에는 우리 민족의 한이 새겨져 있다. 그 시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굶주린 가족을 위해 덕수는 힘겨운 여정에 오른다.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 최명 지음/ 고래책빵/ 고학년문고8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
덕수가 귀한 '소금'을 나르는 소금배를 타며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한층 더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지내던 시절에도 아버지 일을 돕고 어머니의 소원을 귀담아듣던 듬직한 아들이었던 덕수는 약초를 캐다가 산에서 구른 아버지와 아버지의 병구완으로 나날이 야위어가는 어머니를 위해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아버지를 따라나섰다가 만났던 황 선주의 소금배를 타고 일을 배우게 되는데……

덕수는 호기심이 강한 소년이다. 아버지에게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듣고는 소금밭이 보고 싶어진다.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낙동강을 바다라고 착각할 정도로 '우물 안 개구리'였던 덕수는 황 선주와 쌍가매 아저씨 그리고 용삼이 형과 함께 소금배를 타며 갖가지 사건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여물어간다.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

조선시대 백성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강변에 사는 이들이 수해로 배고픈 보릿고개를 건너기 위해 약초를 캐서 장사꾼에게 팔거나 남의 집 허드렛일까지 해야 하는 고초가 잘 그려져 있다. 그리고 왜구의 노략질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만날 수 있다. 덕수의 소금 배 여정을 함께 하다 보니 '소금 길'을 지키고자 애쓰는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뱃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 덕수를 동료들은 다른 태도로 대하였다. 어린 덕수가 가족들을 위해 배를 타는 것을 대견하게 여기고 친절하게 대하는 쌍가매 아저씨가 있는가 하면 하는 일 족족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트집 잡고 혼내는 무서운 용삼이 형 그리고 덕수의 딱한 사정에 기회를 주고 잘못한 일은 꾸짖고 잘한 일은 칭찬해 주는 듬직한 황 선주가 있었다.

덕수는 친절한 쌍가매는 좋아하고, 무서운 용삼이는 싫어한다.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 같은 반전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남쪽 지방 사람들이 왜구에게 큰 시달림을 당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 속에서 갈등으로 잘 녹여냈다. 용삼이 옹기마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왜 배를 타야 했고, 덕수에게 못되게 굴었는지 다 이해가 되었다. 가슴 찢어지는 아픔과 고통이지만 용삼, 황 선주, 덕수처럼 '소금 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도 우리가 그 길을 다닐 수 있으리라.

철부지 같아 여러 소동을 일으켰지만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들로 견문을 넓혔다.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큰 위험에 빠졌다가 겨우 빠져나오기도 하고, 왜구에 잡혀 끌려갈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기지를 발휘해 벗어나기도 했다. 동료들과 위기를 이겨내면서 소중한 마음을 품게 된 덕수는 이제 어엿한 소금 배 사공이었다. 그리고 순리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다리던 봄이 찾아왔다.
"덕수야, 허튼짓할 생각 말고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
봄을 이기는 겨울이 없듯 인내하고 노력하다 보면
가난도 벗어날 날이 올 것이야"
덕수 아버지가 덕수에게 건넨 말 p.11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