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 톨게이트 투쟁 그 후, 불안정노동의 실제
기선 외 지음, 치명타 그림, 전주희 해제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표 끊는 아줌마들"
온정주의 노동정책의 가면을 벗기다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한겨레출판
기선, 랑희, 슬기, 이호연, 타리, 희정, 전주희 글/ 치명타 그림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기나긴 투쟁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담아내고 그 이후 승리한 그들이 존재하는 오늘의 노동 현장을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다.
13인의 노동자들이 구술한 내용을 기록팀이 전달하는 구성으로, 비정규직이자 여성, 중년, 한 부모 가족,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청년이라는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온 그들이 같은 목소리로 외치고, 같은 발걸음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베테랑의 몸> -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를 이어 듣는 노동자의 목소리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이었다.
언론을 통해 접했던 정보들과 맞춰보면서 읽어나갔다. 내 기억과 책 속 목소리의 간극은 점점 커졌고, 공공부문에서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겪는 현실이라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정부와 공기업의 주도하에 진행된 작업이라 충격이 배가되었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 업무를 담당하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톨게이트 캐노피 위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간접고용의 현실을 여러 증인의 목소리로 듣는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양상이다. 얼마나 긴 세월 억압과 폭력, 수탈, 갑질이 굳건하게 뿌리내려 가지를 뻗어나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불공정한 현장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월급이 제때 나온다, 시간 활용이 좋다 등의 이유로 '좋은 일자리'라 여겼다. 씁쓸하고도 안타깝지만 이내 회사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직접 고용을 스스로 쟁취하고자 뜨겁게 연대하는 그들은 투사였다.
성, 연령, 계급, 지역, 가족 등 다양한 원인으로 불안정한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여 한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아 10여개월 동안 투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 자신의 내일을 위해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 옳은 길이여서, 함께 하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이 처한 오늘이 공정하지 않기에 바로잡기 위해 대부분 처음인 농성에, 투쟁에 기꺼이 동참하였던 것이다. 누구 하나 떼어놓고 가지 않겠다. 함께 가는 길이기에 힘겹고 서럽고 두려울지라도 웃으면서 서로를 다독이며 긴 시간을 감당할 수 있었다. 그 끈끈한 유대와 공감과 목표의식이 끝내 '직접 고용'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또다시 투쟁 중이다. 원업무 복귀가 아닌 환경 정비 일로 발령이 난 것이다. 임시직이라 하면서도 다른 일자리에 대한 논의가 없는 현시점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감내하고 있다. 아니 준비 중이라 믿고 싶다.
"노동운동과 진보 정치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출구는 여전히 싸우는 사람들의 말과 내력과 기록 속에 있다."
최현숙 '추천의 글' 중
참았던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각성이 지닌 힘은 원대했다. 그들이 보여준 뜨거운 연대가 간접고용의 폐단을 바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이 우리 사회에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인간적인 노동'과 '보편적 권리'에 대한 질문을 이어줄 것이다.
일상의 불편과 부족을 개인의 능력과 책임보다는 이를 집단에서 어떻게 바꾸고 채울 것인가를 묻는 감각에서 시작했다. 보편적 권리의 보장은 이렇게 구성되어야 한다. 이로부터 저마다 자신의 다름을 긍정하고 동료에게 기꺼이 의지하는 순간, 또 의지할수록 나 역시 다른 이에게도 의지가 되는 사람임을 깨닫는 순간에 존엄과 평등의 감각을 맺을 수 있다.
'들어가는 글' 중
한겨레 하니포터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