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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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김달님' 계속 입가에 맴도는 어여쁜 이름의 저자가 쓴 에세이집이다. 따스한 햇살 사이로 한줄기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하다, 느껴져 파란 하늘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지금 읽기에 적당한 책이다.

김달님 작가가 들려주는 모르는 인생들의 말과 이야기가 어느새 기억 속 희미해진 말과 이야기를 소환하여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이 겹쳐지며 마음과 마음이 서로 물들여가는 듯하였다.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김달님 지음/ 미디어창비


 



저자는 자신이 만난 타인의 말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 속에서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 그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걸어간 삶의 궤적을 더듬어 보고 타인의 삶뿐 아니라 자신이 닿은 순간의 느낌이 묻어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연결이 길어질수록 옅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다채로워진다. 말하는 이에서 글로 정리한 이로 다시금 읽는 이에게로 이어진 이야기는 조그마한 먼지가 구름이 되듯, 작은 눈 뭉치가 커다란 눈사람으로 변신하듯 만나는 이들의 삶과 감성이 더해져 반짝이지 않을까.

 

 


"알아야 할 이름이 여전히 이렇게나 많다."

 

 


내가 있는 풍경 속 누군가일 수도, 내가 땀 흘리고 있는 오늘 눈물 흘리는 이이거나 함박웃음을 짓는 이일 수도 있지만, 보지 않거나 듣지 않으면 절대 모를 다른 사람의 이야기들이다. 그들의 말을 차곡차곡 쌓아 전해주는 김달님 덕분에 마음이 따스하고 밝은 방향으로 자라고 있다.

 

 


 

"힘들면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해도 돼.

아무도 너를 탓하지 못해."

 

 


자신에게 침잠하여 힘겨워하지 말라고 다독여주는 듯한 온기를 지닌 책이다. 곁에 있는 이들의 표정과 말과 행동을 유심히 살피는 관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요즘같이 할 말 많은 세상에 힘겹고 어려운 일이다.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차분히 들어주는 저자가 전해주는 삶의 빛나는 찰나가 너무나 눈부셔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온 시간이 다 반짝이는 삶이 아니라 반짝이는 순간을 음미하거나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진짜라고 살아있는 거라고, 그 순간을 기억하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토닥여준다.

 

 

 





 

김달님 저자는 자신의 상실과 애도의 시간도 진솔하게 담았다.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셨던 어른,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연달아 떠나보낸 후 느꼈던 공허한 마음을 잘 드러냈다. 죽음, 그 상실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참 가슴 시리고 아프다. 억울하기도 하다. 읽는 내내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분노할 대상이 누군지도 모른 채 화를 내고 울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김달님 저자의 헛헛한 기분을 뒤따라 갔다.

비 오는 날 뒷마당 항아리에 비친 불빛이 할아버지가 오신 거라며 하염없이 말을 거신 아버지처럼, 영정 사진의 아버지가 활짝 웃으셨다며 가족 모두가 모여 좋으시냐고 물었던 막내 고모처럼, 나이 터울이 많은 남동생에게 온 가족의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 자신에게 병원비 거스름돈 500원을 봉투 가득 모아 선물했던 할머니를 기억하는 여동생처럼.

각각의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거쳐 세상을 떠난 소중한 존재들을 기억하며 오늘을 맞이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생명이 떠났지만 해와 달은 뜨고 지고 계절도 기다렸다는 듯이 바뀐다. 결국 그는, 우리는 이 상실이 사는 동안 계속될 것을 받아들이며 또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

 

 


 

"내게 살아갈 삶이 있다는 사실에 조용히 놀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

 






김달님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힘을 얻는다.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다. 지나와서 다행이다. 옛날만큼 미래에도 우리가 모르는 행복이 있을 거다. 우리는 또다시 어디서든 만나 함께 살아갈 수 있다. 힘들면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해도 된다. 기억하는 것들이 지켜준다는 믿음을 고요한 목소리로 담담히 말해주는 김달님 작가의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가 무심하듯 흘러가는 시간이라 생각한 하루를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나와 주위를 살피는 하루로 바꾸어주었다.

 

 


"너는 가을이다.

너는 조용하면서도…… 꼭 끌어안고 있으니까.

살아 있는 것들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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