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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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거기 있으니까.

네가 있는 요일에

나도 매일 있고 싶으니까."

 

 

네가 있는 ___ 요일/ 박소영 장편소설/ 소설Y/ 창비



 


『네가 있는 ___ 요일』

이번에도 역시 박소영 작가였다! 『스노볼』을 읽으면서 느꼈던 전율을 소환하였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바탕으로 권력에 의해 포장되고 감춰진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파헤쳐 나가는 험난한 진실의 여정이 펼쳐진다.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먼 훗날에도 분명 '사랑'일지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다양하다. 『네가 있는 ___ 요일』은 기후 위기, 인구 감소 등 현재의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는 쟁점으로 또 하나의 미래 세계관을 구축하였다.

 

 


인간 7부제 동의서
 


《네가 있는 ___ 요일》

일곱 명씩 보디 메이트로 묶여 하나의 신체를 요일별로 공유하는 인간7부제의 시대였다.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지만, 어느 시대가 그렇듯 7부제에 속하지 않는 부류가 존재했다.

 

의료진처럼 사회 필수 인력으로 분류되는 전문직,

17세 미만의 미성년자,

임신부,

36개월 미만의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

'환경 부담금'을 내면서 살아갈 정도의 재력을 가진 자.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인 인간7부제.

책을 읽으면서 '육체와 혼'으로 구성된 인간을 한 인간으로 규정하는 게 육체일까, 혼일까, 둘 다 있어야 할까? 생각이 깊어졌다. 이 세계관에서는 혼이 이 몸, 저 몸을 옮겨 다닐 수 있다. 인간 7부제로 자신의 신체를 포기하기에 그 신체는 또 다른 이들에게 제공되는 것이다. 아는 얼굴을 만나도 그들이 자신의 추억 속 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만약 가족이라면, 사랑하는 이라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시리게 아프고 추웠다. 그런데 이런 고통을 '돈'으로 벗어난 이들이 있다. 실제 지구의 문제가 인류의 탓이고, 대부분 선진국의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 때문인데 고통은 후진국부터, 사회취약층부터, 약자부터 감내하고 있는 현실처럼 말이다.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이 사회에서도 내일을 꿈꾸고 살아가는 현울림과 그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할 말은 해야 하는 현울림과 현실적인 김달 그리고 다정하고 따뜻한 젤리(서예찬), 이 3명은 공공 보육원에서 같이 자란 사이다. 서로를 위해서는 다 할 수 있는 관계, 스스로 선택하여 곁을 내어준 이들은 함께 함으로써 시련과 고난을 이겨낼 힘과 지혜를 얻었다. 살아가는 데 이런 우정과 사랑만큼 소중하고 귀한 보물이 있을까. 실제로 울림이 강지나에 의해 살해당하고, 복수를 꿈꿨을 때 그들의 두터운 우정이 큰 도움을 주었다. 현울림과 강지나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친구가 아니었을까 싶다.

 


 


 


『네가 있는 ___ 요일』

수인 현울림이 보디 메이트인 화인 강지나에게 살해를 당하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보통 모르는 이들과 보디 메이트가 되는데 악연인 울림과 지나가 보디 메이트로 엮인 그날부터 비극은 예고된 일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남에게 탓을 돌리는 이기적인 강지나는 결국 현울림을 죽였다. 그리고 울림은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지나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네가 존재하는 모든 날에 함께 있고 싶어."

 

 

 

그렇게 복수는 시작되고, 하루도 잊지 못했던 인연 앞으로 울림을 이끈다. 인간7부제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않은 무국적자들이 모여 사는 '여울시'로 가 새로운 신체를 구하고 강지나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기로 하였다. 이 일을 맡은 브로커가 바로 무재였다. 그리고 그가 바로 '강이룬'이었다. 울림의 삶 속에 잠깐 들렸다가 사라져버린 그리운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이제 울림은 강지나에 대한 복수는 물론이고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아야만 한다. 무재가 이룬인지? 이룬은 왜 갑자기 떠났는지? 이룬은 왜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는지?

용감하고 다부진 울림은 이 모든 의문을 풀고 맞이하게 될 진실을 기꺼이 수용할 거라는 강한 믿음으로 울림과 무재의 동행을 응원했다.

 

 

"수요일마다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우리를 진정으로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박소영 작가가 생각하는 가치관이, 주제의식이 잘 녹아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인간7부제, 일주일 중 1일은 오프라인 현실에서 나머지 6일은 가상현실 낙원에서 아바타로 생활한다. 모든 상상이 실현되는 낙원이지만 이를 느끼는 감각은 온전히 자신의 뇌에 기록된 감각에 한하기에 오프라인에서의 하루는 살아 있게 하는 데 필수조건이다.

여울시 또한 외부에서는 무법천지인 두려움과 경계의 공간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신비로운 숲으로 자연과 인간과 기술의 조화로 평화로운 공간이다.

강이룬은 뇌과학 연구소의 실험체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아이, 그 아이는 세상에서 사리지고 싶었다. 울림을 만나 일상의 기쁨을 나누게 되기 전에는 말이다. 기억이 사라지기 시작하던 날, 그는 울림을 떠났다, 불행해지지 않도록.

 

이런 섬세한 설정들 하나하나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육체와 혼, 인간과 기술, 삶과 행복. 인간은 무엇일까? 뇌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은 지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실험은 허용될까? 된다면 어디까지 가능할까? 고도로 기술이 발달된 사회에서 인간은 무조건 행복할까? 우리는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 길이 서로 대립하거나 얽히고설키면서 달라질 수도 있다. 그 길을 걸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길을 누구와 어떻게 걸어가느냐가 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의 고장 난 뇌가 강이룬은 잊어도

현울림은 기억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룬이 결정하여 끊어낸 인연이 다시 이어져 진실을 알게 된 울림은 이룬과 맞잡은 손의 온기로 하루하루 행복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울림과 이룬의 이야기, 울림과 지나의 이야기, 울림과 달, 젤리의 이야기. 그 외에도 수많은 삶들의 파편이 모여 『네가 있는 ___ 요일』이 채워졌다.

딸을 위해 365가 돼라 격려했건만 딸이 떠나가는 이유가 되어버렸다. 레스토랑 버스를 운행하며 실종된 딸을 찾아헤매는 최서린, 자기보다 낙원에서 키우는 가상 아이를 더 좋아하는 부모에게 상처 입은 유이레, 자신을 낳기만 하고 돌보지 않아 죽을뻔한 젤리, 낙원에 접속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불링을 판매하면서도 안전을 생각해 꼭 같이 접속한다는 김수민과 서호라, 강지나의 모든 것을 추앙하여 미쳐버린 심해윤까지 다 품어 아우르는 이 이야기는 부당하다, 억울하다 목청껏 외치는 목소리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충돌한 욕망과 욕구, 갈망들이 일으킨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감겨 상처 입은 억울한 이들의 발버둥. 그 몸부림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나가길 소망하는 이룬과 울림의 당찬 발걸음을 응원한다.

 

"내가 매일 말해 줄게.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소설Y클럽 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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