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 - 야만과 지상낙원이라는 편견에 갇힌 열대의 진짜 모습을 만나다
이영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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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그 강렬한 생명력의 공간. 우리는 그곳을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그곳을 유럽 강대국이 발견한 미지의 공간으로 규정한 순간부터 열대는 왜곡되었다.

 

 

인류의 진원지인 열대를 단순히 '야만'과 '지상낙원'으로 대하는 우리들의 졸렬한 시선에 갇힌 열대를 지리학자 이영민의 진솔한 이야기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이다.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 이영민 지음/ 아날로그/ 글담출판사


 


이영민 저자는 우리가 '열대성'에서 벗어나 열대를 본연의 모습을 바라보고 편견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우리는 열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열대성은 유럽과 완전히 다른 타자를 '발견'하여 객관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발명'하여 정형화된 개념이다. 단편적 경험과 상상이 만들어낸 '열대성'이 너무 탄탄하게 굳어져 허구를 걷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열대의 각 기후대에 관한 특징을 알기 쉽게 정리하여 색다른 자연현상을 알려준다. 독특한 지리적 현상들을 이해해 보는 값진 시간이 되었다. 열대우림 기후와 사바나 기후, 몬순 기후에 대한 차이점과 특징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2부. 열대의 자연은 아름답고 풍요롭다

열대의 여행이 주제인 만큼 보르네오섬, 아마존, 빅토리아호,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 열대 고산지대, 열대 바다 휴양지의 여섯 지역을 중심으로 매력 넘치는 열대의 자연을 소개해 주고 있다.

추천사를 쓴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테마기행> 오성민 PD의 말처럼 글의 내용과 영상이 오버랩되면서 흥분되고 짜릿했다.

 

<세계테마기행> 애청자인 우리 집식구들에게 열대의 총천연색의 자연은 익숙하면서도 먼 세계였다. 저자도 밝히고 있듯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일반인들은 쉽게 여행 가기 쉽지 않은 지역들이 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점점 나아지는 추세이니 기다려보는 수밖에.

 

 

 

 

저자가 소개해 주는 인문여행 중 사바나 기차여행이 이색적이었다. 인도양 연안 도시 몸바사에서 나이로비까지 달리는 '마다라카 익스프레스'라는 고속철도이다. 이 노선은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 내륙의 자원을 항구로 수송해 유럽으로 반출하기 위해 개설된 철로였다고 한다. 이를 쾌적하게 현대화하여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 기차여행 중 만난 케냐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말을 맞아 가족을 만나러 가는 40대 아저씨와 방학이라 나이로비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케냐 초등학교 4학년인 11살 레비트였다.

여행 중 인연은 참 소중하고 의미 깊은 것 같다. 길 위에서의 예상치 못한 이 만남이 얼마나 커다란 의미인지…아직도 SNS 메신저로 소식을 주고받는다고 하니 말이다. 참으로 귀한 인연이다.

 

 

3부. 열대의 삶을 그들 입장에서 바라보다

유럽 중심의 식민제국주의 관점으로 재편성된 세계사는 열대를 '비어있던 암흑의 땅'이라 칭했다. 그래서 그들이 발견한 역사적 사건으로 정복과 착취를 정당화한다. 이영민 저자는 유럽 대항해 시대 이전의 자료를 통해 이를 꼼꼼하게 반박한다. 그리고 묻는다. 발전한 문명을 누려야만 행복한 삶일까?

 

 

아프리카는 분명 인류 탄생의 기원지다. 하지만 4대 문명 발생지에서 아프리카 대륙은 빠져있다. 열대 지역에서는 농경을 중심으로 하는 정착 문화가 자리 잡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열대 지역에서는 비록 문명에 다다르지는 못했을지언정 집단의 규모를 적절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채워야 할 욕망의 그릇을 작게 빚음으로써 오히려 풍요와 행복을 취할 수 있었다. 이러한 '원초적 풍요 사회'는 자연환경과의 조화, 공동체 생존을 추구하는 평등의 정신 등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그저 다른 사회일 뿐 우열의 잣대로 위계화해서는 안된다. 인식 속 열대와 존재 속 열대를 제대로 구분해 내는 힘이 요구된다.

열대 지역은 대항해 이전부터 이미 다양한 교류를 통해 문화 인종 종교가 만나고 섞이고 있었다. 그리고 유럽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면서 콜럼버스의 교환으로 자연 생태계를 바꾸고 사람들의 삶도 바뀌었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 문화 섞임 현상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이가 항상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평화롭게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환경의 한계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뛰어넘은 열대의 글로벌 도시 '싱가포르'

열대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순응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지혜는 도시경관 곳곳에 배어 있다. 이런 '열대'스러움을 찾아내는 일은 여행객들에게 재미를 넘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열대에 대한 애정 어린 글을 통해 떠나는 열대 인문여행이었다. 상상의 그림이 현실이 되는 신기한 현상이었다. 기차 차창지리를 통해 바라보는 생명력 넘치는 열대를 가슴 벅차게 만나는 시간이었다.

또, 열대 여행 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을 부록으로 상세하게 설명해 줘서 좋았다. 언제 가는 것이 좋은지, 감염병에 대비하는 방법, 열대 여행의 어려움과 주의사항을 당부하고 있다.

 

열대 지역은 멀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다녀온 베트남 다낭과 바나힐도 열대지역이라고 한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이리도 미비한 지리적 소양 때문이었다. 덕분에 지리와 열대 지역 그리고 여행에 관해 정리해 보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 안의 발명된 열대성을 희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분투,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

좋아하는 정신이다. 아프리카의 이런 공동체 정신은 성장과 경쟁에 지친 우리 현대인들이 되돌아봐야 할 정신이지 않을까. 열대 지역의 인문여행을 통해 심신을 돌볼 수 있는 여유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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