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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양장) ㅣ 소설Y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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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김정 저/ 소설Y클럽 대본집 09
유별난 장마를 겪고 있는 이 여름에 서늘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 <노 휴먼스 랜드>를 만나다. 집중호우로 한반도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이라 '노 휴먼스 랜드'가 눈길을 끈다. 지구를 아프게 한 인류가 없는 땅, 그 땅 덕분에 미래의 지구는 기후 위기를 완화할 수 있었다는 소설 속 설정이 와닿는다.
기후 위기는 오늘날 우리 인류에게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노 휴먼스 랜드>는 근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재난을 바탕으로 인류가 할 수 있는 대안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무자비한 기후 재난을 2차례 겪은 후 한국 정부가 오클랜드 협약에 참여하면서 한국도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터전을 제한함으로써 기온을 안정화시키려는 프로젝트는 효과를 보고, 사람들은 '노 휴먼스 랜드'로 변해버린 고향, 조국을 다시 찾을 그날을 기대하고 있다.
기후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히 만들어진 국제기구인 유엔 기후재난 기구(UNCDE)는 출범 즉시 기후 난민을 구조하고 지원하는 동시에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 표준 환경법을 제정하는 등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기후 재난을 기점으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플래그리스'라는 단체가 UNCDE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설은 UNCDE가 특별 조사단을 한국에 파견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UNCDE와 플래그리스의 충돌 그리고 자신의 이상을 절대적으로 믿은 나머지 타인의 삶을 무참히 짓밟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과학자들로 갈등이 고조에 달한다.
파커, 한나, 아드리안, 크리스 그리고 시은 아니 시은인 척 위장 잠입한 주인공 김미아. 이렇게 5명이 특별 조사단으로 한국에 발을 내딛는다. '노 휴먼스 랜드'라고 알려진 그곳에는 불법 거주민들이 존재했고 이는 긴장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불법 거주민보다 더 무시무시한 상대가 미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살다 보면 그런 때가 있더라고…….
당시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그게 그렇게 되려고 그랬나 보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그렇게 느껴지는 때가."
미아는 X라는 존재에 의해 할머니가 그토록 다시 밟고 싶었던 고향인 한국으로 왔고, 맡은 임무를 무사히 수행해 돈을 받아 헤어진 엄마에게 가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인류를 대상으로 한 무서운 프로젝트의 내막을 알게 되고 동료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동료들의 이야기와 불법 거주민들의 사연들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면면들을 비추고 있다. 이런 다양성과 정체성이 인류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근미래에 펼쳐지는 이야기가 무게감 있게, 현실감 있게, 생동감 넘치게 펼쳐진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의 신념이 얼마나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지 고통스럽게 일깨우고 있다. 앤 소장의 집착과도 같은 연구가 많은 이들의 삶을 부숴버린 내막을 쫓는 여정을 함께 하는 내내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내'가 없는데,
지구의 영원한 미래가 무슨 소용이에요?"
근미래에 우리 인류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를 가늠해 보면서 지구를, 인류를 위한 진정한 대책이 무엇일까? 생각이 깊어졌다. <노 휴먼스 랜드>는 우리가 경계할 지점을 명확하게 짚어낸 작품으로, 어둠 속에서도 손을 내밀고 손을 마주 잡는 우리의 모습을 힘 있게 그리고 있다.
"불안을 모아서 변화를 만들겠다고.
그래서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사람,
자신을 잃게 되는 사람을 최대한 줄여 보겠다고.
무언가를 더 원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원하지 않아서
간절한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환경단체를 만들 거라고."
소설Y클럽 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