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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 생존을 위해 진화를 택한 기후변화 시대의 지구 생물들과 인류의 미래
소어 핸슨 지음, 조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평점 :
보전생물학자가 인도하는 신기한 지구 생물과 자연의 세계로 발을 내딛다.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소어 핸슨 저, 조은영 역/
위즈덤하우스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는 결코 거짓이 아니다. 분명 지구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우리 현대인들도 실감하고 있다. 그로 인한 걱정과 두려움은 크지만, 막상 실천으로 이어지는 이들은 많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막막함과 위험은 느끼지만 '설마?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낙관적 기대로 외면하고자 한다.
얼마 전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 10, 박경화 저, 한겨레출판, 2023.6.30 출판>에서 '기후위기 탈출로 가는 작지만 놀라운 실천들'을 살펴보면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이들을 만나보았다. 사람편이었다면 이번에 읽은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는 생물편이다. 기후위기로 시끌벅적 야단법석 불안한 사람들 너머 기후위기를 맞이한 각양각색 지구 생물들의 반응과 선택을 이야기한다. 과연 지구 생물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연구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기후위기로 향한 다양한 연구들이 소개되었다.
저자 소어 핸슨이 말한 대로 '스토리텔링'의 힘은 위대하다. 그가 엮어낸 지구 생물의 기후위기 적응기반란기는 우리 인간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그들이 보여준 변화에 대한 선택, 대처와 적응을 지켜보면서 놀라움을 뛰어넘어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된다.
저자 소어 핸슨은 자신의 연구 결과뿐 아니라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에 관한 내용과 그 이후를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생물의 생태를 주제로 한 연구를 소재로 인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인간친화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소어 핸슨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학문으로 부상한 '기후변화 생물학'을 소개한다. 기후가 달라지고 있으며, 온실가스가 주범임을 낱낱이 밝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기후변화 생물학의 핵심을 이루는 세 가지 질문으로 이야기를 뻗어나간다.
1. 위기 : 기후변화로 동물과 식물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가
2. 반응 : 개체는 여기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3. 결과 : 개체의 반응을 종합했을 때 동물과 식물,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에 관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이 장에서는 기후변화의 주범과 변화와 이산화탄소에 대한 과학자들의 생각을 살펴본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의 변화를 바라보자면, 변화는 진화의 본질이고, 진화는 생물학의 심장이다. 모든 생물은 결국 지속적인 변화의 산물로, 종은 존재하는 순간부터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다가 마침내 세상이 크게 달라지면 별안간 사라진다. 하지만 예전 과학계는 자연을 고정하고 어길 수 없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다 자연은 서서히 변할 수도, 또는 빠른 시간에 갑자기 탈바꿈할 수도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를 피클을 이용하여 채집하는 실험을 직접 해보는 과학자이자 아버지인 소어 핸슨은 참 매력 넘친다. 열과 이산화탄소의 관계까지 증명한 그의 실험이 전하는 메시지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이내 이런 변화에 생물들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들을 기대에 마음이 분주해졌다.
기후변화로 인해 겪는 네 가지 역경을 다룬다.
기후변화는 관계를 바꾼다. 기후변화는 자연의 타이밍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거기에 모든 종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기에 '타이밍 불일치'가 발생한다고 한다. 온도의 신호를 따르는 꽃은 이미 피었는데 빛의 신호를 따르는 새들은 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저자가 예로 든 데스카마스와 데스카마스벌처럼 독점적 수분 매개자 관계일 경우에는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기후변화는 더위로 생존을 위협한다. 온도가 높아지는 세상에서는 본래 더위에 익숙한 생물이 유리할 것 같으나 극한의 온도는 변경 지대의 생물에게 더 큰 고난을 안긴다. 외온 동물인 도마뱀들이 더위를 피해 그늘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먹이를 찾아다녀야 할 귀중한 시간을 포기하게 된다. 결국에는 "아예 새끼를 낳지 않"는다라고 하니 식겁할 일이다.
기후변화는 서식지의 이동을 초래한다. 산소나무좀의 사례는 기막히다. 산소나무좀이 최후의 보루였던 로키산맥을 넘어서는 순간을 상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기후변화는 서식지에서 생활필수품을 앗아간다.
북극의 해빙, 해양 산성화 등 서식지를 뒤흔들어 생물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이주
마지막 빙하기 이후에 가장 대규모로 종이 재배치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전체 생물종의 25 ~ 85 퍼센트가 이주 중이라고 추정된다니 충격적이다.
적응
곰 하면 떠오르는 게 연어다. 그런데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엘더베리'라는 열매라고 한다. 예전에는 연어 낚시를 끝내고 먹는 열매였으나, 낚시 철이 한창 일 때 익어버린 열매 덕분에 곰은 연어 대신 열매를 선택한다고 한다. 이것 자체도 놀랍지만 이로 인한 연쇄효과도 만만치 않다. 기후변화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한 관계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가 다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적응의 사례로 플라스틱 오징어가 소개되었다. 실제 '플라스틱'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습성을 바꾸거나 심지어는 몸을 늘리고. 구부릴 수 있는 능력인 '가소성'을 의미한다. 훔불트오징어는 가소성 덕분에 열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응하였다. 이런 대응으로 사람들은 훔불트오징어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니 신기한 일이다.
진화
허리케인이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 큰 발가락 패드를 비롯해 허리케인을 버티기에 적합한 형질을 물려받았다. 날씨에 반응해 실시간으로 일어난 진화를 확인한 것이다. 기후변화는 종의 행동은 물론이고 종 자체를 변형시킨다.
피난
레퓨지아는 나를 고무시켰다. 그냥 살던 대로 살아도 된다. 길 잃은 종들의 안식처인 이곳은 시간을 사고 있다. 하지만 아주 많은 시간을 사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간은 지구에서 문화와 기술을 발달시키고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우리 인간도 결국 하나의 종이며, 기후위기에 봉착하여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저자 소어 핸슨은 이 책에서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인간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 이상을 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선택하기만 한다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말이다.
아들 노아와 함께 수리한 트랙터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전한다. 노아처럼 내연기관의 시대 전체를 지나간 역사로 볼 때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떡여 졌다. 기후변화 생물학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더 나아가 실천으로 이어지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만나러 갑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