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양장) 소설Y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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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종이접기클럽 #소설Y #대본집07

 

 

 

비가 오면 학교에서는 특별한 일이 펼쳐진다.

백 년이 넘은 학교에서 펼쳐지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소설Y 대본집 #07-도서부 종이접기 클럽-블라인드 서평단-창비 




 

 소설Y클럽 대본집07 -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 순식간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길지 않은 이야기라 금방 읽을 수 있지만 여운이 길게 남아 우리 곁에 머무르는 책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괴담'과 잘 어울린다. 입시에 지치거나 학업에 싫증을 느낀 학생들이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학교'를 대상화하여 무서운 마음을 이입한다. 공동묘지 위에 지어졌다든지, 동상이 살아 돌아다닌다든지, 각종 귀신들이 출몰하는 구역이 바로 '학교'이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에도 귀신이 출몰한다. 하지만 위의 괴담 속 귀신과는 다른 사정을 가진 이다. 작가는 백 년이 넘은 학교의 '도서실과 종이접기'를 결합시켜 그 사정을 독특하게 풀어낸다. 우리 민족의 한과 풋풋한 청년들의 순수하고도 깊은 우정이 극적으로 대조되어 통렬한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꺾이지 않는 순수하고 단단한 힘이 이어져 백 년 전 그날과 현재의 오늘을 이어주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찬란하다.


 

일심상조불언중(一心相照不言中)

한마음으로 말이 없는 가운데 서로 비추고 있다

 



차분하고 냉철한 최소라와 밝고 명랑한 이모모 그리고 부끄럼 타는 듯한 정세연.

풍영여자중학교 도서실 부원 삼총사는 종이접기 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도서실에 모여 책을 대출해 주고 정리하기도 하고, 종이접기도 하는 이 아이들은 책을 사랑한다. 책을 너무 좋아한다는 공통분모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친구가 된 이들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절친이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의 공식 행사로 '우천 시 떡볶이 먹기'를 정하는 딱! 중학생 아이들이기도 하다.

 


평온한 일상이 계속되던 어느 날, 세연이 '종이학 귀신'을 만나면서 특별한 모험이 시작된다. 세연은 본디 거짓말이 내뿜는 붉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아이다. 이는 세연이 타인에게 시선을 맞추거나 다가서기 힘들게 하여 움츠려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친구를 사귀기 힘들었던 세연에게 모모와 소라는 정말 특별한 친구이다.

세연이 종이학 귀신을 봤다는 소문을 듣고 고등학교 선배가 찾아오고 이를 계기로 종이학 귀신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한다. 세연 주위에서는 계속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벽이 움직인다든지,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든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단순하게 아닌 것 같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람의 손때가 묻고 이야기가 겹겹이 쌓이면 물건이든, 공간이든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도서실의 서고도 백년의 세월 속에 큰 아픔을 품고 세 친구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를, 약속을 이어 지켜줄 친구를 말이다. 긴 시간의 터널을 건너 시공간의 문을 열고 나타난 '세연'은 그들의 절박한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까. 그들은 왜 그렇게 긴 시간 동안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고 나타나야만 했을까.

 


 

"그분이 도움이 필요해서 나타난 거였다면요?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고 싶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채 돌아가면 아무것도 못 할 수도 있잖아요.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요."

 

 

 

용기를 낸 '한 팀' 덕분에 학교 괴담으로 변해버린 종이학 귀신에 얽힌 이야기가 드디어 진실의 내막을 드러낸다. 암울한 시대에 나라 잃은 백성으로, 여성으로, 학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얼마나 두렵고 힘겨웠을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여성의 자주적인 삶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가치와 올바른 신념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제자들에게 생존의 무게를 일깨워 줘야 하는 참담함을 가늠할 수도 없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어서도 학교를 맴도는 그 마음까지. 가슴이 저릿해졌다. 

 

 


과거의 오늘도 감동적이지만, 현재의 오늘도 뭉클하다.

타인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좋은 점을 봐 주고, 생각해 주는 그런 친구들.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섬세하고 다정하고 정직하고 속 깊은 친구들이 그려내는 우정의 세계는 단단하고 우직하다. 흔들림 없이 서로를 지켜주는 세 친구들을 보니 온몸에 온기가 돌았다.

 


절대 대신 접어주지 않는다.

아무리 어려워도 스스로 끝까지 해내야 한다. 하지만 따라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속도를 맞춰주는 친구들이 있다. 해낼 때까지 몇 번이고 옆에서 종이를 다시 접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일심상조불언중

 


"우린 한 팀이잖아.

무모한 일이든 용감한 일이든 다 같이 하자."

 


 

소설Y클럽 6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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