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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뜰 때 ㅣ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평점 :
#호랑이가눈뜰때 #소설Y #소설Y클럽 #대본집08
세계가 먼저 주목한 K-스토리가 온다!
화려한 수식어에 걸맞은 방대한 세계관과 친숙하면서도 매혹적인 한국 설화 속 캐릭터들로 꾸려진 이야기를 소설Y클럽 대본집 형식으로 미리 만나보았다.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에 3년 연속 노미네이트된 저력을 선보인 이윤하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인 '호랑이가 눈뜰 때'다.
호랑이가 눈뜰 때/ 이윤하/ 창비/ 소설Y클럽 대본집 08
호랑이령 세빈, 꿈꾸던 미래에 입성하다!
이야기는 '천 개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천 개의 세계' 동맹국으로 구성된 우주군과 대치하는 적들(불사조 제국, 태양 부족 등등)의 첨예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호랑이가 눈뜰 때'는 호랑이령 주황 부족의 '세빈'은 추앙하는 삼촌 '환' 선장처럼 전함 선장이 되고자 우주군 생도로 입대하나, 환 삼촌에 관한 진실을 마주하고 본인 스스로 판단·선택하여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동료들과 힘을 합쳐 나아가는 성장 소설이다.
호랑이뿐 아니라 용과 이무기, 천인, 고블린, 구미호 등 다양한 종족들이 등장하여 제각각 특별한 능력을 활용하여 위기 상황을 대처해나가는, 긴박감 넘치는 모험 이야기이다.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홀로서기
세빈은 철저히 고립되고 분리된 사유지에서 모호한 적에 대비하여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고도의 훈련을 받아왔다. 비록 13살의 나이지만, 우람하고 용감한 호랑이로서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세빈이 우주군 생도 입대 허가서를 받은 날, 주황 부족은 환이 반역죄로 기소되어 수배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세빈은 환 삼촌을 나침반으로 삼아 미래를 그려왔기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지닌 채 입대한다. 복무 첫날부터 예상치 못한 험난한 역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대 선서도, 오리엔테이션도, 훈련 코스도 하지 못한 채 해태호에 승선한 세빈은 충격적인 진실을 목도하게 된다.
호랑이령 주황 부족은 부족을 중요시한다. 세빈은 호랑이령으로서 자부심이 강하고 명예를 중히 여긴다. 엄격하고 용맹한 부족에 대한 긍지가 큰 만큼 세빈이 겪어야 할 성장통은 혹독하고 가혹할 것이다. 선택의 순간에서 세빈은 어떤 조건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명예, 가치에 맞는 방향을 고를 수 있을 것인지 사건이 진행되는 숨 막히는 긴장 속에서 독자인 우리도 진실을 쫓게 되고, 정의롭고 용기 있는 세빈을 응원하게 된다.
외부와 차단된 채 부족이 허용하는 훈련과 교육으로 성장한 세빈은 해태호에서 벌어진 반란을 겪으면서 호랑이령 주황 부족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흔들리고 스스로 깨치게 된다.
강요된 복종이 아니라 자유로이 선택한 충성을.
한국 신화와 SF 결합으로 탄생한 K-판타지
전작 '드래곤 펄' 주인공 '김민'이 특별 조사관 '이'의 조수로 나오기에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상황상 세빈과 얽힐 수밖에 없는 민. 13살이었던 지난 이야기에서보다 성숙해진 민과 여전히 함께인 오빠 준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부족원이자 가족인 환 삼촌의 배신으로 자신의 부족을 선뜻 드러내지 못하는 호랑이령 '세빈'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만 하는 여우령 구미호 '민'을 이해하게 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동료애가 생기기도 전에 큰일을 겪게 되었지만, 정의를 위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무시무시한 적과 대결해나가는 세빈과 지, 유나 생도와 용병 로쿠로의 투지에 감탄하였다.
인간과 초자연적 존재들이 공존하는 '천 개의 세계'
'호랑이가 눈뜰 때'는 SF 소설 포맷에 한국 정서를 덧입혀 판타지를 그리면서 현란한 액션까지 곁들어진 종합선물 세트이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전래동화 속 구미호, 호랑이, 용, 이무기 그리고 무당과 삽살개까지 친근한 구성원들이 색다른 공간과 시간 속에서 갈등과 혼란을 빚어내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예상치 못한 해결책으로 반전을 선사한다. 전기가 통한 듯 찌릿했다. 세빈의 두뇌회전, 행동력, 용기에 반할 수밖에 없다.
소설 전반부에 등장하는 음흉한 호랑이의 전설이 복선처럼 깔리는 이야기 흐름 속에서 세빈은 서쪽의 백호에게 한 맹세를 깨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제 세빈의 고향은 우주군이다. 그이의 앞날에 어떤 모험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무척 기대된다.
맹세를 깬 대가를 기꺼이 치러라.
디즈니+ 시리즈 영상화 확정
디즈니+ 시리즈 영상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대본집을 읽으면서 계속 이미지화되었던 장면들이 실제로 구현된다고 하니 설렌다. 호랑이령, 여우령의 본모습과 고뇌를 얼마나 잘 담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호랑이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호랑이로 종횡무진 변신하며 적들과 싸우던 환과 세빈의 모습이 영상화된다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호랑이가 눈뜰 때' - 한국 신화 속 존재들이 생명을 얻어 아름다운 우주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복무를 훌륭히 해내는 모습을 세계가 지켜본다고 생각하니 흐뭇하다.
소설Y클럽 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