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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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전가되는가

 

더티 워크/ 이얼 프레스/ 한겨레출판



 

르포르타주 작가 이얼 프레스는 '더티 워크'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세 번째 저서 <더티 워크>를 통해 우리에게 제기한다.

 

분명 불편하고 부끄러운 시간이 될 여정이 시작되기 전 나는 '더티 워크'의 구체적인 뜻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1. 다른 인간에게 또는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과 환경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는 노동으로, 이따금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2. '선량한 사람들', 즉 점잖은 사회 구성원이 보기에 더럽고 비윤리적인 노동이다.

3.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낮게 평가되거나 낙인찍혔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아니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스스로 위배했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상처를 주는 노동이다.

4. '선량한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에 기반한 노동으로, 그들은 사회질서 유지에 그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명시적으로는 그 일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만약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이 의미를 읽는 것만으로도 먹먹하고 답답한데 어느새 나는 암묵적으로 위임한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책은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수행되는 더티 워크는 무엇인지? 그중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위임한 일은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더티 워커들을 모른 척하는지? 어떤 사람들에게 더티 워크를 맡길 때 모르는 척하기가 수월한지?

이얼 프레스 작가는 우리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더티 워크를 현장의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 전하고 있다. 그들의 고통과 상처를 전달하면서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시선과 행동의 변화를 촉구한다.

 



 


 

미국 사회의 더티 워크 중

이얼 프레스 작가는 교도소 담장 안에서, 드론 화면 너머,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더티 워크와 현대 사회의 뒤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티 워크에 관한 몇 가지 사례 연구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전환 치료 병동 의료진 해리엇과의 인터뷰를 통해 교도관들의 학대와 폭력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정신보건 제제라는 사회통제 안에서 치료받지 못한 채 형사처벌 체제라는 사회통제 속으로 밀어 넣어져 감금되고 학대당하는 정신질환자의 수가 계속 증가하였다. 중증 정신질환자를 가장 많이 수용한 시설이 병원이 아니라 구치소 또는 교도소라는 2014년 조사 결과는 실로 끔찍했다.

적은 예산과 인력 부족 그리고 넘쳐나는 재소자를 관리하기 위해 교도관들은 폭력적인 방법을 취했다. 이는 재소자의 인간성뿐만 아니라 교도관의 인간성까지 필연적으로 말살시킨다.

시골의 외곽에 사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이 교도관이 된다. 그는 재소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가 된다. 그리고 이를 발견한 의료진조차 협박과 두려움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택지와 기회가 적은 교도관과 의료진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게 맞는가? 비난을 받아야 할 진정한 세력이 사회가 일임한 역할을 수행하는 힘없는 더티 워커인지, 윗사람인지, 선량한 사람인지, 누구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드론 전투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쟁으로 끔찍한 피해를 입은 미국은 드론 전쟁으로 아군이 피를 흘릴 위험이 없어져서 '선량한 사람들'은 표적 살인이라는 더러운 사업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군인에 대한 존경심이 강한 미국 사회에서 드론 전투원은 존경받지 못한다. 드론 전투원 크리스와 헤더의 경험과 고충을 공유하면서 더티 워크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미국 군대는 전원 자원병 체제로 전환되었다. 헤더는 자원입대하였지만 그 외에는 뾰족한 다른 선택지가 없는 취약 계층이었다.

 

 

대농장식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정육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이주민이었다. 자신들의 권리를 수호하지 못할 거라 여겨지는 사람,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는 사람, 사회의 눈에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 말이다.

현대사회의 뒤편에 숨겨진 시추선 작업이나 실리콘 밸리의 더티 워크까지 저자는 묻고 듣고 살피고 있다. 그의 지치지 않는 끈기 있는 취재와 보도는 글에 힘을 싣는다.

 

실리콘 밸리의 더티 워크는 앞에서 살펴본 더티 워크와는 차이점이 있었다. 저자는 더티 워커의 사회적 위치로 이를 설명했다. 가난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 힘없는 사람에게 배정되는 더티 워크. 힘 있고 잘 사는 계층이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모르는 척하는 사이 그 불평등의 결과는 고스란히 더티 워커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도덕적 외상, 낙인, 트라우마, 수치 등 이런 도덕적 부담을 언제까지 모른 척할 건지 <더티 워크>는 묻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이기에 우리의 목소리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작가의 뼈있는 통찰과 시선에 통감한다.

 

 


 

나치로 시작된 충격이 콩고 광산의 노동 현실로 마무리되는 마지막까지 미국의 더티 워크에 한정되는 메시지가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몰랐다는 외면과 무관심이 아닌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수동적 민주주의자이자 선량한 사람들의 자리에서 내려오기를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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