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 새소설 12
김종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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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소설 <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모여있는 임시 숙소 이마트를 배경으로 '지금-여기'를 비추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재민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낙관을 꿈꾸고 키운다. 그들 중 성결과 재희, 덕규, 세 사람의 관계가 골자를 이룬다. 마트 화장실에 버려진 아이 '겨울'이가 구심체가 되어 세 사람이 연결된다. 태어난 지 오 개월 정도 되는 아이, 투정 없이 잘 웃는 아이, 그 아이가 이 겨울이 지나면 찾아올 봄처럼 희망을, 웃음을 이재민들에게 전염시킨다. 절실하고 간절한 이재민들에게 비추는 햇살 같다. 돌보는 책임은 버거워 선뜻 나서지 못하더라도 무탈히 커가는 아이의 존재는 분명 상실로 점철된 터널 끝에서 반짝이는 찬란한 빛, 희망이 되어주었다.

 

"난 난 난난난난 난난나 라라라라 랄라라 랄랄랄랄 랄라라 난나난나 난나 난나나

해피해피 해피월드 나나 나나 나나나 나난난나 ……

해피해피 맑은 날 우리 가족 손잡고 함께 가요 이마트 행복해요

이마트 해피해피해피 이마트 이마트!"

 


 

 

소설은 주인공 성결의 과거와 현재를 얼기설기 엮어서 보여주고 있다. 그가 직조하는 기억은 서투르고 다듬어지지 않았다. 불편하면서도 안쓰러운 기억의 잔재들이 희망차고 꿈꾸는 기억으로 대체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몰되어가는 기억의 생존자이자 새로운 기억의 가능성인 그가 만들어가는 현실의 모습은 블랙코미디다.

 

"한번 깊게 새겨진 상흔은,

이후를 후유증과 합병증 속에서 살게 만들었다."

 

 

재난 전 자신의 삶보다 재난 후 이마트에서 재희와 덕규 아저씨 그리고 겨울이와의 생활이 더 소중하고 진실되었다. 사람됨을 포기하고 맹목과 맹신으로 안온하고 편향적인 피난처에서 순종하며 살아가는 것에서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사라졌다고, 도망쳤다고, 잊혔다고 생각하는 것 모두 진실이 아니었다.

 

"이제 그만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데

도무지 깨어날 수가 없었다."

 

 

맑은 날 다시 가족 손잡고 함께 간다.

성결이는 이렇게도 살 것이다. 무엇 하나 뚜렷하지 않은 기억으로 자신의 상상 만으로 미래를 만들어 왔을 뿐이라 자조하며 이렇게도 살 수 있다는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아렸다.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책을 덮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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