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좀비 - 엄마가 좀비가 된다면 어떻게 할래? 생각학교 클클문고
차무진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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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하면 아포칼립스만 생각했는데 훈훈한 가족애를 그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웠다. 가족 = 식구, 한 집에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이자 식욕(갈증)만이 남은 좀비로 변해버린 엄마라는 이중적인 메시지와 무참한 상황을 명확하게 표현해 주고 있는 표지 또한 흥미롭다. 마주 앉은 엄마가 생고기를 뜯어먹는 이 기이한 상황에서 밥을 먹는 아이의 표정은 너무 평온하며 찬란한 햇빛이 그들을 비추고 있어서 왠지 모르게 행복한 결말을 그리게 된다.

 

 

엄마는 좀비/ 차무진 지음/ 생각학교


 


차무진 작가는 엄마의 사랑을 원하지만 동시에 잔소리하는 엄마가 없어지길 바라는 대부분의 10대들이 지닌 복잡하고도 미묘한 마음을 '엄마'와 '좀비'를 엮어 풀어낸다.


엄마가 좀비가 된다면 어떻게 할래?

가끔은 귀찮고 싫은 엄마의 돌봄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작가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열여섯 녹현이는 고군분투한다. 과연 아이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수많은 10대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뜻깊은 시간이 되어줄 『엄마는 좀비』다.

 

 

 

 

 

 




녹현이는 갑자기 가족이 해체된 데서 오는 불안과 불만을 반항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학교에 가지 않기, 방에 틀어박혀 잠을 자거나 게임만 하기, 씻지 않기 등 은둔형 외톨이로 생활하는 녹현이에게 엄마는 화도 내고 달래도 보지만 달라지지 않는다.

 

자신을 배신한 남편을 배제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엄마는 하루하루 열심히도 산다. 꽃집과 다이소에서 일하고, 밤에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녹현이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달라져버린 집이 낯설고 싫을 수 있다. 아빠도 엄마도 모두 필요한 녹현이는 엄마를 배신한 아빠보다 아빠를 용서하지 않은 엄마가 더 밉다.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반항으로 엄마의 마음을 돌려보려 했으나 오히려 단호한 엄마를 확인하고 말았다.

 

"엄마는 아빠와 너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아니야.

엄마도 엄마 생각과 감정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해."

 

낯선 엄마가 차가운 목소리로 야단쳤던 그날, 엄마가 좀비가 되었다!!!

 




 

 

 

소설은 사건의 전개 중에 등장인물들의 시선이나 복선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장치들이 소설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서사가 녹현의 시선으로 시선의 흐름대로 진행되는 과정에 녹현이 모르는 진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더 심취할 수 있다.

 

좀비가 되기 전 엄마의 글이나 좀비가 된 이후 엄마의 생각들을 읽으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을 느꼈다. 아빠의 문자메시지와 통화로 아빠의 진심을 깨달았다. 그리고 좀비 엄마에게 곤욕을 치른 고양이 샤미의 시선을 통해 좀비 엄마의 약점? 을 유추할 수도 있었다. 녹현이의 단짝 친구 '순담이의 점심식사'를 읽으면서 설마? 했는데 역시나!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결말로 이어져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나는 좀비로 변할 마음이 '1'도 없는 엄마니까 스트레스는 절대 금물이겠다.

 

 

 

 

녹현이는 좀비로 변한 엄마를 돌보면서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한 치료법을 찾아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은 모르는 지난 시절 엄마의 삶을 듣게 된다. 이 대목에서 가슴이 아렸다. 사실 자식은 부모의 지난날을 잘 모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상세하게 들을 기회가 열여섯 살에게는 없다. 그런데 녹현이는 엄마의 지난날을, 좌절된 꿈을 알게 되었다. 이런 시간을 거치면서 '엄마'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졌을 거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법을 찾지 못한 녹현이는 결연한 의지를 다진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게 하더니 돌고 돌아 '녹현'이었다. 세상 엄마들이 다 수긍할 결말이라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는 좀비』는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좀비'와 '엄마'의 조합으로 10대 자녀와 엄마의 미묘한 관계를 색다른 시각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매력적인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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