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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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김도훈/ 한겨레출판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를 만들어낸

그 불운하지만 용감한 종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원숭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 종은

고통 속에서 천하게 살았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고결한 꿈이 있었다.

그 종은 모순 덩어리였고 개인적이었고

싸움을 좋아했고 때로는 가공할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은 선의와 사랑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그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마지막 경의를 바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 경의는 언젠가는 잊히고 시간의 모래 속으로 사라져 가겠지만

적어도 한 번은 이렇게 경의를 표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인류에게 바친다."

- 미셸 우엘베크의 소립자 중


 

 

80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오늘날, 디지털로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오늘날, 가장 개방적이면서도 폐쇄적이라 말할 수 있는 오늘날이다. 그런 지금 <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를 읽는다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자 한다.

 

김도훈 저자는 누군가에는 낯선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는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찬란한 영광의 찰나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낯설지만 비범한 스물여섯 명의 삶은 우리에게 정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들은 왜 낯선 사람일까?

 

읽다 보니 이해가 되었다. 나의 좁은 식견과 관심 그리고 건망증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낯선 사람>에 소개된 인물 대부분이 불편한 점을 가지고 있다.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거나 거부하거나 외면하는 영역에 발을 담그고 있어 그들의 정체성이 가시화될 때 불편하고 마땅치 않은 느낌에 대중화되지 못하고 '낯선 사람'으로 남은 것 같다.

 

 


 

 

 

 

스물여섯 명의 삶을 통해 우리는 김도훈 저자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우리에게 알려주고픈 이들의 삶의 궤적을 그리고 그가 고민하는 지점들을 함께 살펴나가면서 왜 그가 그토록 이들을 애정하고 미워하고 경의를 표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김도훈 저자는 역사, 정치, 경제, 영화, 음악, 건축 등 걸친 여러 가지 부문에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연관된 인물들을 선정하였다. 작가의 말에서 피력한 바와 같이 타고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결점 때문에 논쟁의 한가운데 휘말려 든 매혹적인 인간들을 말이다. 단 한 번, 그러나 절대 사라지지 않을 절정의 순간을 산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읽으면서 그의 경의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하였다. 그리고 '낯선 사람'에서 이제 '들어본 사람', '알게 된 사람'으로 딸깍 변하는 시점이기에 그가 표하는 우려나 걱정, 한계 그리고 추앙을 나 자신의 시점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성도 느꼈다.

 

◈ 치치올리니의 세계에 치치올리나가 있었다.

◈ 손기정의 꿈은 히틀러의 치어리더에 의해 영원히 기록됐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딜레마다. 혹은 아름답지만 고통스러운 딜레마다.

◈ 킹카들의 세상에서 결국 퀸카는 죽어야만 하는 것이다.

◈ 누구든 '나'로 살자!

◈ 마일즈에게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그라는 인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특성일 따름이다.

- 낯선 사람 중 인상 깊은 문장들

 

 

 

 

 

아래 발췌한 김도훈 저자의 글이 내 진심을 날카롭게 파고들면서 <낯선 사람>을 언제까지 낯설게 느낄 건지 묻고 있는 듯하다.

 


 

한겨레 하니포터 6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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