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별 여왕 - 위험에 빠진 별
금관이야(박미애) 지음 / 고래책빵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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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에 빠진 별 -

울림 있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금관이야 작가의 새로운 책을 소개합니다.

 

 

달걀별 여왕/금관이야(박미애) 글/고래책빵


 


'달걀 여왕'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노란색의 바탕에 두 눈을 감고 입을 다문 채 붉은 왕관을 쓴 여왕 그리고 그 뒤에 별이 그려진 표지가 인상적이네요.

 


 

'달걀 여왕' 책은 달걀별의 탄생과 폭발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어요. 이 서사를 따라가는 길이 편치 않은 것은 이야기가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동화책 형식이지만 확실한 주제의식과 탄탄한 구성으로 다양한 연령대에게 다가가는 힘 있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달걀별의 바이블>에 비추어 지구의 탄생과 인간 사회의 생성 과정을 톺아볼 수 있습니다. 달걀별은 새로운 생명 달걀족으로 인해 풍요로운 별이 되었으나, 자기 별을 아끼지 않는 이들로 전쟁이 끊이지 않는 별이 되고 말았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싸우는 비극이 펼쳐지지만, 결코 희망을 버려서는 안되겠죠. 여왕을 차지하기 위해 맹렬히 싸우던 여섯 부족의 대표들이 컴퓨터칩을 심은 '홍관'이라는 방법을 마련하여 전쟁을 멈춘 것처럼 말이죠.

 


'달걀 여왕'에서

홍관은 '공정한(의미) 합의(유래)를 거쳐 선택(역할)'하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책에서 홍관의 선택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그 선택의 기준을 찬찬히 살펴볼 여지가 있습니다. 왜 홍관은 푸미를 여왕으로 선택했을까요? 탈출 시 가지고 갈 수 있는 단 두 개의 알을 가장 크고 굵은 알로 안내했으나, 여왕 푸미가 가장 약해 마음 졸였던 알 2개를 선택했을 때 왜 잠잠했을까요?

 


 

 

 

홍관은 버그레이싱에서 선두였음에도 불구하고 충돌로 바닥에 떨어질 선수를 구한 푸미를 여왕으로 선택했어요. 여왕으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을 지닌 푸미를 알아본 거겠죠.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볼 수 있겠네요.

 


 


 

 

푸미는 여왕으로서 알들을 품지만 알들의 상태는 제각기 다릅니다. 푸미는 다 정성껏 돌보지만 특히나 약한 알들을 더 살뜰히 마음을 쓰지요. '약육강식'이나 일반적인 진화 과정을 고려하면 가장 굵은 알을 선택한 홍관이 옳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5차 대멸종으로 거대한 공룡들이 사라지고 작은 포유류들이 살아남아 오늘날의 지구에 이른 역사를 떠올려보면 남다른 푸미의 선택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해집니다. 약하기에 마음이 가 선택된 알들이 달걀족의 희망이 되는 이야기, 왠지 가슴이 뭉클하고 먹먹하네요.

 


'달걀 여왕'

판타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골자는 우리별 지구에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고 어쩌면 일어날 일들입니다. 판타지스럽고 간략 단순하게 그려진 일련의 사건들이 빠르게 진행되어 집중하기 쉽지만 참혹한 결말이기에 씁쓸하고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설마 우리도? 우리의 현재가 변하지 않으면 닥칠 우리의 미래를 미리 엿보는 것 같아 콩닥거려요. 금관이야 작가의 노련한 문장이 단숨에 핵심을 꿰뚫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답니다.

 


 

 

 

 

100페이지 남짓의 짧은 분량 안에 달걀별의 탄생과 죽음을 공감할 수 있게 담아낸 달걀별 여왕 이야기는 종족 간 갈등, 환경 파괴 그리고 책임지지 않고 누리려고만 하는 안일한 삶을 현실이 녹아든 판타지 세상으로 구현하였습니다. 권리만 부르짖고 영위하다 나쁜 결과마저 남 탓으로 돌리는 야알족의 민낯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생존을 위협받는 극지방의 구름곰과 야알족 부모에게서 태어나 버림받고 살아가는 떠돌이 아이들 - 짤짤이의 처참한 현실을 통해서 말이죠. 끝없는 욕심과 불만 그리고 분노는 결국 파멸로 우리를 인도할 뿐이라는 사실을 야알족이 잘 보여주고 있네요.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 속 여왕의 표정이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니 아마 무아 상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책장을 다 덮자마자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비록 암울하나 그 안에서 지혜를 얻어 부디 우리의 별, 지구가 달걀별과 같은 결과를 맞이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권리만 부르짖는 야알족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려는 실천이, 자연을 아끼고 지키려는 실천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겠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달걀별 여왕의 다음 이야기를 상상해 보면서 여왕과 짤랑이의 다음 이야기가 우리를 찾아올 그날을 기다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상상하고 이야기 나누고 실천하게 이끄는 '달걀 여왕'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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