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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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카와 호마레 작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흔적을 지워드립니다/마에카와 호마레 지음/라곰


 

 

이 책을 만나니 예전에 읽었던 에세이가 떠올랐다. 김완 작 「죽은 자의 집 청소」와 무라이 리코 작 「오빠가 죽었다」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금 찾아왔다. 타인의 삶을 제3자로 바라보면서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다짐했던 자세와 약속들도 함께 따라왔다. 오늘을 살고자 했던 나! 여전히 삶의 무게는 묵직했고, 덧없이 여겼던 일상은 소중해졌고, 어김없이 찾아오던 아침은 찬란했다.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다.

[데드모닝]의 사장 사사가와, 직원 모치즈키, 폐기물 수집 운반업자 가에데, 아르바이트생 아사이 그리고 일식집 꽃병의 사장 에츠코. 이들은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겪었고 그 상실은 삶을 바꾸었다. 등장인물들의 사연들은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사이사이 자연스럽게 공개된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되면서 이해되고 공감하며 나 또한 치유받았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니까.

 


단조롭고 지루한 바닷가 마을이 주인공 나 '아사이 와타루'의 고향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고향을 떠나 무작정 상경하였다. 하지만 도쿄에서의 삶 또한 만만치 않다. 그는 마치 부유하는 해파리처럼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고 기대와 희망을 품지 않은 채 그저 살아갈 뿐이다.

그런 그의 인생에 변곡점이 찾아왔다. 소원했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장례식을 치른 후 다시 도쿄로 돌아와 들어갔던 일식집 '꽃병'에서 자신같이 상복을 입은 사사가와를 만난 것이다.

 

사사가와는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을 운영 중이다. 책 속에서는 '상상력'으로 표현되는 데 타인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으로 죽은 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흔적을 지워주는 곳이다. 아사이는 [데드모닝]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주변과 마음을 나누게 된다. 떠다니던 삶에서 뚜벅뚜벅 걸어 다니는 삶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사람의 감정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 어려운 거지." p.23

 

 

아사이는 자신이 흔적을 지워야 하는 죽은 자의 삶을 알고 싶어 하고, 남은 이에게는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를 전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자신이 마지막 흔적을 지우면 세상에서 사라지는 그들을 애도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누군가의 일부야, 조심히 들어." p.67

"누군가가 아끼는 걸 나도 똑같이 소중하게 다루는 건, 의외로 어려운 일이야." p.120

 

 

한적하다 못해 지루함이 응축된 고향에서 벗어났지만 사회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변두리를 맴돌던 소년이 특수청소를 하면서 삶을 외면하지 않고 제대로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어느새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그는 지난 시절 항상 지니고 다녔던 전자사전을 스스로 정리하면서 앞으로 걸어나간다. 빛나는 아침 햇살로.

 

 


"누군가의 단 하나밖에 없는 삶의 단편을 운반한다고 생각하지." p.246

어디선가 새 생명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날 때, 또 다른 누군가의 심장이 멎는다.

매일 반복되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이치가 묘하게 현실감을 가지고 가슴에 와닿았다. p.253

 

 


 

다섯 편의 에피소드가 그려진다. 등장인물들의 주변인 이야기까지 포함하면 참으로 다양하고 가슴 아프며 안타까운 죽음들이 등장한다. 다른 인생을 살아왔기에 죽음 또한 다 달랐다.

똑같지 않은 죽음, 그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혹은 죽은 이를 제대로 배웅하기 위해 사사가와와 아사이 그리고 가에데는 특수청소를 하고 폐기물 운반을 하였다. 이렇게 다정하고 진정 어린 마음으로 마지막 흔적을 지워주는 이야기에 마음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고립사 혹은 고독사, 자살. 현대사회에서 심심치않게 접할 수 있는 죽음의 형태가 담겨있어 시사적이다. 공동체가 와해되고 1인 가족 규모가 커지고 있는 오늘날, 우리네 모습인 듯 하여 무거운 마음이 들면서도 상실 너머 애도와 치유를 담고 있는 이야기에 희망을 품어본다. 자신의 삶을,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다정한 그들이 우리였으면 좋겠다.

 

 

 

"아침은 죽은 게 아니야. 우리가 맞아주기를 계속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지." p.193

 

[데드모닝] 어두운 밤의 바닥에서 슬픔을 감싸 안으며 아침은 죽었다. 아침은 오지 않는다. 아침을 부정했던 사사가와의 단장에 가슴이 미어졌다. [굿모닝]으로 새 출발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어 다행이었다.

 


죽음 이후 흔적으로 죽은 이를 만나고,

그들의 단 하나밖에 없는 삶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만나면 지금의 소중함을 뚜렷해질 것이다.

 

 "안녕, 오늘도 좋은 아침이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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