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면 : 무서운 아이 생각학교 클클문고
조영주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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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에 빠져 한 달에 한 번 만화책 나오는 날만 애타게 기다렸다. 8,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최애 만화책이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학교에서 만화책을 돌려읽었던 추억을 떠올리는 지금,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행복해진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 '점프 트리 A+', '북해의 별', '굿바이 미스터 블랙' 등 우리나라 만화책뿐만 아니라 '유리가면', '베르사유의 장미' 등 일본 만화책도 인기였다. 그중 조영주 작가의 신작이자 첫 청소년 소설인 『유리가면 : 무서운 아이』는 같은 제목의 미우치 스즈에 「유리가면」을 적극 활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워낙 유명하고 연재 시작 47년째 결말이 나지 않은 화제성을 지닌 만화인지라 유리가면을 아는 이도 모르는 이도 이 책을 통해 「유리가면」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조영주 작가가 만화 「유리가면」의 주요 인물과 설정을 잘 활용하여 청소년의 심리를 내밀하게 표현하였다.

 

 

유리가면 | 무서운 아이/조영주 지음/생각학교



2022년 재혼 후 발령으로 외국에 간 엄마 대신 아빠와 함께 살게 되면서 생각중학교 2학년에 전학 온 딸 '윤유경'의 현재와 1999년부터 시작된 부모 배미라와 윤민의 과거가 교차하여 구성된 소설이다. 유경의 중학교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부모의 사랑, 결혼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그려져 동년배로서 공감이 되었다. 서로에 대한 감정만이 전부가 아닌 결혼에 관한 고민과 결론이 솔직하고 담백해서 좋았다. 그리고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부연 설명이 되어 '윤유경'이라는 인물이 또렷하게 그려질 수 있었다.

 

 


 

캠퍼스 연상연하 커플이었던 부모는 이혼했지만, 딸이라는 고리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기 웹툰 작가인 아빠 '윤민'과 담당자 '영희'언니?의 연애를 지지하고, 대기업에 다니고 박사인 엄마 '배미라'와 같은 회사 동료인 새아빠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혼했지만, 서로 편하게 연락하고 지내는 부모와 두 가정에서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기에 유경은 밝고 순수하고 따뜻한 아이다.

 

 

배꽃이 피었다, 분수대의 물을 틀었다… 자연친화적이고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던 평택 친구들과 공간을 떠나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서울에서 처음 듣는 말은 "너 가방 어디서 샀음?"였다. 계속 이어지는 질문도 마찬가지, 당황스러웠다. 유경은 자신에게 다가온 '은유미'의 속마음은 모른 채 보이는 외형적 모습에 이끌려 유미의 눈치를 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게 되었다. 사는 곳에 따라, 들고 다니는 물건에 따라, 그리고 부모의 집에 따라 수준을 나누고 아이들 레벨을 정했다. 유미 수준에 맞는 친구가 되기 위해 유경은 자신을 잃어가는 지도 모른 채 유미의 눈치만 살피게 되었다.

 

 

 

 

유경은 글과 그림에 소질이 있는 아빠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를 생활화하였다. 아빠 민 또한 유경과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고 싶은 웹툰이 생겼다. 그리고 소재가 궁할 때는 유경이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이런 유경이기에 글로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살피는 일이 자연스러웠고, 그 글을 통해 요즘 십 대 심리에 대해 밀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솔직히 유경이처럼 유미의 입장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그렇게 과도하게 보이는 외형에, 이미지에 집착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마음대로 주변인들을 조종하려고 하는지 공감할 수 없었다. 희선이의 말처럼 인기를 얻고 싶은 것뿐이고 잘못된 방법만 아는 아이, 그걸 즐기는 아이, 무서운 아이. 유경은 납득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아이라고 생각하자 유미는 유미고, 자신은 자신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았다.

 

 

교묘하게 상대방을 조종하는 가스라이팅, 스토킹까지 서슴지 않는 집착 그리고 따돌림까지 청소년들의 미묘한 심리와 행동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유리가면 : 무서운 아이』 끝맺음 또한 현실적이라 씁쓸하지만, 열린 결말로 각자의 폐막은 제각기 색깔로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는 무서운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네가 아니라 무서운 아이가 잘못한 거야.

너는 사랑하고 믿는 이가 분명히 있어. 너는 너야. 너를 잃지 마.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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