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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ㅣ 한빛비즈 문학툰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쿠마 찬 그림, 양지윤 옮김, 크리스털 챈 각색 / 한빛비즈 / 2022년 8월
평점 :
사랑스러움의 대명사 '빨강 머리 앤'
오랜 세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온 '앤 셜리'를 그래픽 노블로 만나게 되었다.
빨강 머리 앤/루시 모드 몽고메리/한빛비즈
어린 시절 TV 앞으로 모이게 만들었던 추억의 애니메이션 <빨강 머리 앤>을 떠올리며 읽기 시작하다 어느새 문학툰 『빨강 머리 앤』에 쏙 빠져들었다. 만화책을 정말 사랑하는 나이기에 더욱더 심취할 수 있었다. 빨강 머리 앤은 다양한 콘텐츠로 소비되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어필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이 컸을 제작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신체적 특징과 상상력을 '만화'라는 수단으로 잘 살려내고 있는 문학툰 『빨강 머리 앤』은 원작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상속자(손녀)에게 독점 허가를 받은 유일한 만화라고 한다. 그만큼 원작의 감성과 내용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방대한 내용의 원작을 한 권의 그래픽 노블로 작업하기 위해서는 빠른 전개와 핵심 내용을 독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원작의 감성을 흐리지 않고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앤이 고아원을 떠나 초록 지붕 집으로 오는 시작부터 매슈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질 마릴라를 위해 선생님으로 남는 이야기까지를 만화 특유의 장점을 잘 살려서 독자인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등장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난 인물 스케치는 예전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를 주고, 인물들의 과장된 표정이나 배경의 강조로 대사 외에 극의 흐름과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어서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원작에서도 매슈 할아버지(어렸을 때부터 봐서 왠지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써야 할 것 같다)를 좋아했는데 이번 문학툰에서도 수줍음 많으면서도 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해내는 매슈 할아버지가 귀여우면서도 우직하게 잘 표현되었다. 마릴라 아줌마는 원작보다는 더 다정한 이미지라 앤이 좀 더 기댈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앤과 레이첼 린드 부인의 강렬했던 첫 만남에서 할 말 잃은 레이첼 얼굴을 생각하며 큭큭 대는 마릴라 아줌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이 큭큭 댔었다. 만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마릴라 아줌마의 자수정 브로치 분실 사건, 라즈베리 주스로 착각한 포도주 사건, 길버트 블라이스와의 첫 만남 등 굵직하고 대표적인 사건들을 통해 앤 셜리라는 인물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평범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상력과 어휘력으로 사건의 본질보다 더 큰 무언가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앤 셜리는 그런 아이였다. 기쁨도, 슬픔도 더 크게 받아들이는 아이. 초록 지붕 집에 오기 전까지는 이런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표현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혼자서 상상 속으로만 이러 저런 감정들을 소비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초록 지붕 집에 와서 그 무한한 상상력으로 더 풍부하게 더 찬란하게 더 빛나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받아들이지 않나 싶었다. 그런 앤을 사랑과 믿음으로 바라봐 주는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가 있는 초록 지붕의 집에서 앤은 삶을 사랑하고 자연을 숭배하며 친구를 돌볼 줄 아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했다.
마음으로 이어진 가족, 그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한결같은 가족.
너무 일찍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힘겨운 세월을 보내야 했던 앤 셜리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초록 지붕 집과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는 앤에게 울타리가 되어 주고, 세상의 온기를 전해주었다. 앤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삶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앤은 좀 더 넒은 세상을 꿈꾸는 데 자신의 능력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내 편이 있다는 사실은 마음에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어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내일을 계획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앤이 보여준 삶에 대한 열정과 자세는 많은 이들에게 큰 위안과 용기를 준다.
빨강 머리의 주근깨투성이 앤이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안에 가득한 사랑과 희망과 용기가 힘겨운 오늘을 물리치고 미소 지을 수 있게 해준다. 문학툰 『빨강 머리 앤』은 생동감 넘치는 앤 셜리를 만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였다.
"저 아이가 있는 한 따분할 틈은 없을 거라는 사실이에요."
(10000% 동감입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