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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 - 귀농하고픈 아들과 말리는 농부 엄마의 사계절 서간 에세이
조금숙.선무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모자간의 서간 에세이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문학동네 2021.7.12> 이슬아 X 남궁인 본격 서간 에세이를 통해 편지글이 가진 매력을 깨달았다. 이번에 읽은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는 모자간의 서간 에세이다. 귀농하고픈 아들과 말리는 농부 엄마의 사계절 서간 에세이다.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조금숙·선무영 지음/한겨레출판
봄·여름·가을·겨울
시간의 흐름을 따라 오해의 잡초를 헤치고 피어난 이해의 말들이 영글었다. 더욱더 관계는 돈독해지고 농촌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같이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가족이 되었다.
1여 년의 시간 동안 왕래한 모자간의 서신 외에도 아버지, 며느리, 누나의 글까지 실려 풍성해진 책은 농촌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함께 하는 이들과 자연을 보듬어 여유 있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과 바람으로 가득 차 있다.
어머니인 조금숙 저자는 작은 아들과 서신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주고받는다. 이런 교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던 아들이 귀농을 선언해서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었으리라.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라는 말처럼 부모가 귀농하여 괴산에서 10년째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본 결과 내린 결정이 아닌가 싶다. 본인이 겪고 있는 현실을 자식에게까지 물림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어머니는 절절히 적어내고 있다. 농촌의 오늘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우려와 걱정을 내비치고 있다. 문제 인식에 그치지 않고 농민 기본소득과 농촌 창업 지원 정책 등 대안과 희망을 논하고 있다. 귀농을 바라는 아들에게, 농촌의 새로운 사업 파트너인 청년에게 간절한 마음을 담아 농촌의 중요함과 부흥의 필요성을 부탁한다. 한 시대를 바쁘게 치열하게 지내며 무던히 견뎌냈던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다정한 부탁과 사랑과 희망의 당부였다.
아들인 선무영 저자는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고민하다 세상이 권하는 트랙에서 벗어나 자신의 트랙을 걷기로 결심했다. 변호사 시험을 포기하면,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도시에서 살지 않으면 무지막지한 말을 뒤로하고 주부가 되어 1년을 살았지만 그는 '별일 없이' 살고 있다. 오히려 사는 게 재밌어졌다는 그이다. 선택의 연속이 만들어내는 인생, 정답 없는 인생에서 중헌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젊은 삶을 응원하고 싶다. 응원한다.
조금숙 저자처럼 딸, 아들 남매를 둔 어머니로서 아들과의 교류가 부럽기만 하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고자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아들은 어머니 눈매의 불씨를 존경하고 응원하며 함께 하고자 한다. 이런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가족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
'찐촌바이브'
결혼한 부부라도 같은 뜻을 가지기 힘든데 부모님, 딸 부부, 아들 부부 모두 귀농의 뜻을 펼치니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다. '노나메기' 온몸의 힘을 박박 긁어낼 때 흘리는 박땀, 안간땀, 피땀. 그렇게 흘린 땀만큼 서로서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란다. 농사란 게 딱 그렇다며 어머니가 아들에게 귀농 전 준비물로 추천해 준 '노나메기' 정신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귀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나의 일이라면 아무도 모르는 학교 가면 아무도 모르게 죽을 거라던 무지막지한 선생님, 이제라도 변호사 시험을 다시 준비해 보라고 걱정하는 친구처럼 그럴까 봐 두렵다. 하지만 정해진 트랙 위에서 돈을 벌어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사고, 또 돈을 벌어 더 큰 집을, 더 멋진 차를 사는 천편일률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삶이 아닌, 새로운 도전과 과감한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다. 아들의 진지한 자세와 마음에 여름이 채 가기 전에 말리는 일을 포기하게 된 어머니처럼 가는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로 이끌어 주고 동료로 같이 걸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4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