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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플래닛 - 살아있는 전설, ‘질 하이너스’의 낯선 세계로의 위대한 기록
질 하이너스 지음, 김하늘 옮김 / 마리앤미 / 2022년 8월
평점 :
남편과 '세계테마기행' 프로그램을 보면서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삶을 살게 되었을까?"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부부는 집순이·집돌이로 평소 여행과 스포츠를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활동적인 사람들을 보면 궁금해진다. 저 사람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
인투 더 플래닛/질 하이너스 지음/마리앤미
세계적 수준의 테크니컬 다이버이자 영상 제작자인 '질 하이너스'의 에세이를 접하고는 그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동굴 다이빙, 모험을 찾아다니고 위험해 보이는 행동을 하도록 몰아가는 것이 유전자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바로 7R 유전자 대립형질로, 전 세계 사람 20%에서 발견되며,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뇌가 조절하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7R을 가진 사람은 일상의 자극에서 다른 사람들만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들은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기꺼이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마치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이다.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표지에 이끌려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책을 덮고는 다시 표지를 펼쳐보았다. 너무나 해맑게 웃고 있는 지은이 '질 하이너스'를 마주 보았다. 그녀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경외심을 느꼈다. 친근한 모습 뒤에 숨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강인함을 발견하고 싶어 뚫어져라 쳐다보느라 눈만 아팠다.
살아있는 전설 '질 하이너스'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기록
그녀가 들려주는 현장 이야기는 마치 나의 경험처럼 생생하여 치열하고 처절하다. 읽으면서도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나 자신에게 자문하게 되는 내용들이 반복되었다.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했으면서도 다시 다이빙 장비를 짊어지게 만드는 게 과연 무엇일까? 동료들의 죽음을 겪으면서도 그녀를 수면 밑으로 끌어당기는 미지의 세계는 과연 어떤 곳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결코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또다시 다이빙을 하는 그녀는 멋있었다.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한 인간일 뿐이었다. 절대적 행복을 만끽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불확실성을 즐기며 그 속에서 춤춘다.
기억나는 첫 경험은 두 살 무렵의 익사할 뻔한 일이라고 밝히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다고 느꼈다. 자신을 떠받치는 물, 매혹적인 색깔, 부드럽게 흔들리는 잔물결 속에서 평화롭게 떠다녔다는 기억은 그녀가 자신을 잘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물과 교류한 강렬한 경험이 그녀를 동굴 다이빙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생 당시 한 해에 두 번씩이나 도둑이 든 경험은 그녀에게 두렵고 절실한 순간에 잠재된 힘을 끌어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런 경험들과 깨달음은 그녀를 낯선 세계로 향하게 하였다.
내게 동굴 다이빙은 '다시 자궁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질 하이너스는 우리를 그녀가 경험한 낯선 세계로 초대한다. 그녀가 사랑하는 수중의 깊은 동굴은 달보다 더 먼 곳이다. 그 깊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우리를 기꺼이 데려가 경이롭고 황홀한 자연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두려움과 극심한 추위를 이겨내고 탐험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위대한 자연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우리가 그녀와 같은 탐험가이길 기원한다. 그녀의 다이빙 일지를 따라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면서 그녀의 강한 의지와 긍정적인 사고는 나를 고무시켰다. 그녀가 그녀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내린 수많은 선택과 결단들은 나에게 큰 용기와 힘을 주었다.
마치 지구의 혈관 안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다이빙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진실되게 기록하고 있다.
그녀를 다이빙 세계로 깊숙이 인도한 첫 번째 남편 폴 하이너스와 7R 유전자 동지인 두 번째 남편 로버트 매클렐렌과의 결혼 생활은 전통적인 부부 관계에 대한 고민이 잘 녹아있다. 서로에게 솔직하고 최선을 다하기 위해 폴과 이혼을 했고, 그 이후 친구가 되어서 서로를 존중하며 동료로 계속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매료하고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그녀 모습이 동시에 자신을 겁에 질리게 하지만 그녀를 지지하고 존중해 주는 로버트를 만났다. 그녀의 일상은 그녀를 다시 수면 밖으로 나오게 하는 힘을 가진다. 그녀의 소중한 일상이 그녀의 열정을 잘 보듬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들려주는 '와쿨라 2 프로젝트'와 '남극 내셔널지오그래픽 프로젝트' 같이 거대한 탐험 이야기는 그 어떤 영화보다 아찔하고 황홀하고 경이롭다. 죽음을 불사하게 만드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한없이 빠져들게 된다. 아드레날린의 대방출, 집착, 중독 등 스스로 벗어날 수 없이 가라앉다가 과감히 돌아가는 이야기는 또 다른 시작처럼 다가온다.
잠수병을 앓아 절대로 다이빙을 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에도 다시 물에 들어가야만 했던 질, 그건 운명이었다.
그런 그녀이기에 유리 천장을 향해 힘차게 소리 질렀다. '역사상 가장 깊숙한 동굴로 들어간 여성'이나 「너희는 여자한테 졌다」는 표현은 진실을 흐린다. 남성의 세계에 낀 여성이 아니라 당당한 전문적인 동굴 다이버로 인정받길 원했을 뿐인데...... 멈출 줄 모르는 그녀의 도전은 그녀를 살아있는 전설로 만들었다.
언제나 안전을 생각하고, 계속 꿈을 좇기를 바란다!
'질 하이너스'는 「인투 더 플래닛 - INTO THE PLANET」을 위와 같이 끝맺는다.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소중한 일상이 계속 지속될 수 있도록 안전을 당부한다. 그리고 꿈꾸라 응원한다. 우리는 그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