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철학의 공간 우리 궁궐 - 탐방의 재미를 더하는 궁궐건축에 숨은 이야기
권오만 지음 / 밥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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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만 저자가 스페인 여행 당시 안달루시아 지방에 있는 세비야 성당에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 이 책으로 이어졌다.

 

전날 힘들게 줄을 서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던, 경건하고 찬란한 성당이었건만, 마을 사람들은 조용히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따라 미사를 드리려고 입장했다. 여행자들에게는 세계사 박물관 같았던 오래된 성당이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그저 일상의 미사를 드리는 마을의 성당일 뿐이었다.

이 생각은 우리가 지루하게 여기고 무심히 지나쳤던 경복궁, 우리 궁궐을 떠올리게 했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주민들이 세비야 성당을 일상 속 공간으로 여기면서도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의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우리도 궁궐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알고 그 가치를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디자인과 철학의 공간 우리 궁궐이 탄생하게 되었다.



디자인과 철학의 공간 '우리 궁궐'/권오만 지음/밥북




저자가 들려주는 우리 궁궐 속 숨은 이야기들은 옆에 보물을 두고도 알지 못한 우매한 우리들의 눈과 귀가 뜨이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한다. 오랜 시간 묵히고 잊힌 보물인 우리 궁궐의 진정한 가치와 면모를 널리 빛내고 있다. 눈으로만 대충 하는 궁궐 탐방에 지친 우리들에게 보물 찾기처럼 설레는 궁궐 탐방의 묘미를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크게 3가지 주제로 정리하고 있다.

- 풍수적 입지와 유교적 이상향

- 궁궐 수호와 임금의 권위

- 디자인일까? 철학일까?






이 책은 궁궐에 관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나라 조선의 시작부터 일제강점기 시대에 유린된 역사 그리고 미래 건축이 주시해야 할 전통 건축의 가치까지, 그 내용이 방대하고 흥미롭다.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태조 이성계에 의해 세워진 새로운 나라 '조선' 왕권을 강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천도였다. 태조는 무학대사가 찾은 한양을 수도로 정하고, 거센 반대의 목소리를 풍수지리와 설화로 설득해 천도의 당위성을 높이고 흐트러진 민심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1392년 개국한 조선은 1394년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하였고, 1395년 경복궁이 완성되어 한성시대의 막이 올랐다.



'궁궐'은 천자, 제왕, 왕족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격식을 갖춘 큰 건물을 의미하는 '궁'과 궁을 둘러싼 외성과 궁의 출입구 좌우에 설치한 망루를 모두 뜻하는 '궐'이라고 한다. 그 궁궐 속 건물과 조형물, 장치들은 유교적 사상과 전통 철학 그리고 과학기술을 망라한 이야기들을 품고 우리가 들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근정전 앞마당 박석과 난반사




아치형의 홍예교, 근정전 앞 박석의 틈과 거친 표면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는 놀라움을 넘어 경탄을 자아냈다. 절이나 궁궐에서 무지개다리를 볼 때마다 그 시대에 어떻게 이렇게 지을 수 있었을까? 궁금했는데 숨겨진 과학적 원리를 알고 나니 더 신기했다.

박석은 더 놀라운 지혜이다. 조선 시대에 돌을 다루는 기술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고 대단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임금과 신하가 조회하는 공간인 근정전 앞마당의 돌들을 거칠게 대충대충 깔아놓은 것처럼 놔두었을까? 바로 빛을 반사시키기 위해서이다. 돌들의 거친 표면이 빛을 난반사시켜 근정전 내부 깊숙한 천장까지 햇빛을 고루 끌어당길 수 있다. 자연채광을 조명으로 활용하여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음습한 환경과 위생 문제를 해결한 과학적 방법이라고 한다.





근정전은 아무리 많은 비가 왔어도 물에 잠겼다는 기록이 없을 만큼 훌륭한 배수 처리를 했다고 한다. 침수 피해 소식이 많은 요즘이라 훌륭한 전통건축 기술을 잇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안타깝고 침통하다.





자연에 순응하는 우리 전통건축은 주변 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멋진 경관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궁궐 곳곳에서 우리나라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사상을 발견할 수 있다. 예로 경복궁 근정전 천장에 조각된 황룡의 발가락 수가 7개인 점을 들 수 있다. 그 당시 동아시아의 주권을 쥐고 있던 중국의 황제는 발가락 5개, 조선은 4개, 일본은 3개의 발가락을 쓰도록 정했다고 하니 7개는 조선의 자긍심 표현이라 볼 수 있겠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신분에 따라 건축물의 이름, 방향도 정해지고 디자인도 정해진다고 한다. 건축물의 위계에 대한 이야기는 조선 시대 신분제도를 잘 드러내고 있어서 신기하면서도 씁쓸했다.





우리 궁궐에 담긴 철학과 디자인을 살펴보면서 작은 석상 하나, 작은 기와 문양 하나에도 제각기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는 눈으로만 보는 탐방이 아니라, 디자인으로 표현하고자 한 의미와 철학을 생각해 보고 느끼는 우리 궁궐 나들이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다뤘던 내용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경복궁, 우리 궁궐의 문턱이 닳을지도 모른다. 일상 속에 깃든 우리의 전통과 가치, 철학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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