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그리고, 타이베이 - 이메이의 어반스케치와 펜드로잉으로 기억하는 대만 여행
이명희(이메이) 지음 / 밥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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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공포로 몰고 갔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안정세를 보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 가족은 해외여행을 가도 되려나?라고 설레고 있다. 코타키나발루, 다낭, 타이베이 등 여러 후보지들이 거론되었다.

때마침 출간된 이메이님의 <걷고 그리고, 타이베이> 책을 통해 타이베이'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 유용하겠다 싶었다.


걷고 그리고,타이베이/이명희 글과 그림/밥북



코로나19 창궐 이전에 떠난 타이베이 드로잉 여행을 책으로 엮었다. 여행은 함께 하는 사람과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공간이지만 시선이 닿은 곳이 달라진다. 『걷고 그리고, 타이베이』은 그림 그리는 지인들과 함께 한 드로잉 여행이었기에 일반 여행과는 결이 살짝 다른 느낌이다.

 

그리운 낯선 공간, 여행하는 기분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보통 사진으로 접하는 풍경과 음식들인데 드로잉으로 만나니 느낌이 색다르다. 사진처럼 찍어낸 완벽한 전달이 아니라 화가의 눈에 담겨 다시 종이에 펜으로 그려진 2차 산물로 마주하는 타이베이의 이곳저곳이 감각적으로 다가왔다. 색채가 없어 더 단순하면서도 깔끔해 본질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이메이 작가의 눈에 비친 공간, 음식, 사람들의 모습이 이렇구나.

여행지로 타이베이에 호기심이 있는 상태라 더 세세하게 보게 된다. 나는 이곳에 가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도 해보고, 아, 이곳은 꼭 가봐야지. 이 음식은 내 취향인데. 소중한 정보들을 수집하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잔망스러운 포즈의 오숑이 새겨진 스탬프(출처 : 브런치)

 


여행의 시작은 공항에서부터다. 이메이 작가 역시 공항에서 미션을 시작으로 타이베이 여행을 호기롭게 시작한다.

귀여운 미션 깨기에 이메이 작가에 대한 호기심도 커졌다. 타이완 관광청 공식 캐릭터인 반달곰 '오숑' 스탬프로 시작한 여행은 어떤 소소한 행복을 전해줄 것인지 두근두근했다.

 


★ 역사와 낭만이 담긴 타이베이의 가게

타이베이 하면 음식을 빼고 말할 수 없는 나라이다. 식도락 여행이라 할 정도로 많은 여행객들이 자신의 베스트를 정리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유명한 맛집뿐만 아니라 숙소 옆 딤섬 가게나 계획했던 유명 맛집이 열지 않아 우연히 들어가게 된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우연들이 오히려 여행을 더 값지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향신료 같아 좋아한다. 물론 적당히~

타이베이 여행 계획에 디저트 가게 '빙두'를 추가하였다. 디저트 문화가 잘 발달한 타이베이이기에 작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디저트를 꼭 먹어보고 싶어졌다. 곧 그 따스함을 나눌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사람과 삶이 보이는 타이베이의 시장

우리 가족도 여행을 가면 꼭 시장에 간다. 재래시장에 가면 그 나라의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물론 '여기는 관광객을 위한 공간입니다.' 대놓고 판이 벌어지는 시장도 있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일상을 조금은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다. 이메이 작가가 추천해 준 시장들이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을 자라나게 하는 영양분이 되어서 괴롭다. 코로나19 팬데믹, 정말이지 싫다.

 


★ 탐험의 묘미가 있는 타이베이의 거리

이메이 작가에게 타이베이의 첫인상은 언뜻 보기에 한국과 비슷해 보였지만 달랐다고 한다. 특히 도로 위를 가득 채운 오토바이 부대들을 예로 들었다. 타이베이도 이웃 동남아 국가인 베트남처럼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이지만, 이메이 작가 말로는 정리가 잘 되어 있고 덜 혼잡해 보였다고 한다. 영상으로 접하는 오토바이 부대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쭉 이어지는 행렬을 처음 접했을 때는 참 인상적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골목의 낯선 이름이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골목을 걷고 또 걷고 싶었다.

 

책 제목처럼 많이 걸은 여행이었다. 어반 스케치를 위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피사체를 그리는 작업은 일반적인 관광명소를 방문하는 여행과는 다르다. 그리고 구불구불 복잡하게 이어진 타이베이의 골목길은 우리네 옛 향수를 자극하는가 보다. 도시 계획으로 반듯반듯하게 낸 도로가 빠르고 편하기는 하지만, 어렸을 때 한 번쯤 헤맸을 골목길에 대한 추억 하나 간직한 나는 골목길이 정겹다. 그 같은 마음이 닿아 나도 어느새 타이베이의 골목길을 걷고 있는 듯했다. 미로 같은 그 길 끝에 애틋한 할머니 집, 그리운 단짝 친구 집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발걸음마저 가볍다.





★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타이베이의 명소

 

여행 중에만이라도 마음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고 싶었다.

 

타이베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명소들을 그림으로 만났다. 사진과는 또 다른 감성이다. 여행 기간 중에 비가 자주 와서 더 운치 있는 그림으로 표현되어서 마음에 닿는 곳이 많았다. 연말에 간 여행이라 타이베이에서 새해를 맞이한 이메이 작가는 타이베이 101 불꽃 축제를 함께 하게 되었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같이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특별한 순간에 가슴이 울컥했다는 글에 부러움에 울컥해졌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오래된 군인 마을 쓰쓰난춘, 시먼딩의 별 서문 홍루도 계획표에 추가되었지만, 나를 설레게 하는 공간은 따로 있었다.

'타이베이'하면 떠오르는 게 디저트,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타이베이의 골목길을 읽을 때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주인공들이 걷던 거리들이 떠올랐다. 그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생생한 건물과 거리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타이베이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명소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를 소개해 주는 글에서 반가운 이름이 나왔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 DVD 수집이 취미여서 결혼할 때 혼수로 DVD를 가져올 정도였다. 그리고 그중 좋아하는 영화가 '카페 뤼미에르'였다. 그런데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가 바로 그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과거 미국 대사관 건물을 복합공간으로 개조한 건물이라고 한다. 애정이 퐁퐁 샘솟아 꼭 들러야 하는 곳이 되었다. 그곳에서 영화를 보고 카페 뤼미에르에서 맛있는 커피를 즐기는 상상으로도 행복한 기운이 나를 감싼다.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만나는 취향은 삶을 풍성하게 해준다.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 내 카페 뤼미에르 전경


독특한 드로잉 여행 에세이를 만나 색다른 여행을 떠났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다. 언제쯤 캐리어를 끌고 타이베이로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메이 작가의 『걷고 그리고, 타이베이』 덕분에 그 시간이 더 빨리 올 것 같다.

많은 이들의 여행 감성을 자극할 『걷고 그리고, 타이베이』,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밥북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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