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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닥거리는 가슴 ㅣ 고래책빵 동시집 23
윤동미 지음, 손정민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5월
평점 :
읽으면 기분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책이 바로 동시집이다.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콩닥거리는 가슴을 펼쳤다. 짧은 동시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재미나고 엉뚱하기도 하고 깜짝 놀라게도 한다. 윤동미 시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렇게나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재미나구나 싶어 부러운 마음이 책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쌓인다.
1부 과속방지턱
2부 먼저 온 손님
3부 흔들흔들
4부 콩닥콩닥
이렇게 4부로 이루어졌다.
1부. 과속방지턱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소재이다. 돼지 저금통, 바나나, 식탁의자, 막대사탕, 과속방지턱, 배달 오토바이, 옹기종기, 공기청정기, 뻐꾸기시계, 곰인형 등이다.
그중 기억에 남는 시는 <담쟁이>와 <갈대가 갈 때>이다. 계속 뻗어나가는 담쟁이를 탐험가와 연관 지어 풀어낸 시가 인상 깊다. 그리고 한껏 뽐내던 갈대가 부러지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는 신신당부를 한다.
갈대,
가더라도
내년에 꼭 와!
- 갈대가 갈 때 中
2부. 먼저 온 손님에는 자연을 관찰하는 시인 특유의 색다른 시선이 담겨있다.
잘라낸 무 머리를 버리지 않아서 만난 무꽃에 대한 감상을 아름답게 그려낸 '무 머리', 바닥에 떨어진 솔잎에서 할아버지 탈모를 떠올린 '탈모', 인간의 시선에 의해 달리 불리는 다소 이상한 '고양이는 고양이'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송아지를 키우는 모습을 보고는 어르신처럼 섬긴다고 표현한 '송아지 어르신' 시들을 읽다 보면 허투루 보지 않고 찬찬히 살피는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2부 마지막 동시인 <공부> 속 '나'는 꼭 개구지고 유쾌하고 자신만만한 울 아들 같다. 의리, 유머, 운동, 친구, 외모까지 완벽한 아주 멋진 놈인데 공부에 발목을 잡히다니… 안타깝다. '다 잘할 수는 없잖아.' 하다가도 공부 고 녀석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마음 한구석을 찌르는 동시, <공부>이다.
3부. 흔들흔들에서는 변화를 잡아내고 있다. 계절의 변화, 씨앗의 생장, 감기 바이러스로 고생하는 가족 그리고 아이스크림케이크 녹지 않게 생일 축하하고 먹는, 어려운 과제를 순수하고 진솔한 동시로 표현했다.
4부. 콩닥콩닥에서는 마음을 읽는 시들이 가득하다. 나의 마음, 너의 마음, 우리네 마음이 가득 담긴 따뜻하고 다정한 사랑 넘치는 시들이다. 읽다 보면 어떻게 알았지? 싶을 만큼 마음이 통하고 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닿아 빙그레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잘 알지>, <엄마는 늘 그래>
둘 다 엄마에 대한 시이다. 하지만 내용은 정반대다.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상냥한 아이인 나와 자신에게 짜증 내는 엄마에게 화가 난 나가 등장한다. 의젓한 것 같다가도 어린아이 모습 그대로인 '나'가 사랑스럽다. 서운한 마음 가득한 '나'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는 건 엄마이기 때문이리라.
딱, 한 번이라는 말속에
한 번이 아니라는 말이
딱, 숨어 있지
- 딱 속에 숨은 딱 中
깜찍하고 귀여운 그림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짧은 동시에 담긴 메시지를 재기 있게 표현해 줘서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먼저 온 손님>의 멧돼지 도둑을 깜찍하게 묘사해서 화를 낼 수 없다. 주머니가 터진 줄도 모르고 열심히 가는 멧돼지에게 누가 뭐라고 할 수가 있을까. 신이 나 올라간 입꼬리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면 오히려 위로해 주고 싶어진다.
윤동미 시인의 짧은 동시 안에는 큰 세계가 담겨있다. 35년이나 함께 한, 시골집의 커다란 라일락 나무를 더 넓은 곳으로 보내주고 그 자리에 어린 라일락 나무를 심으면서 엄마 나무처럼 아름드리가 될 35년이 담겨있다. 그 시골집에서 콩을 고르느라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는 할머니가 담겨 있다. 공부에 시험에 추욱 처진 어깨를 펼 수 있도록 보석 같은 날 동그라미 치며 일 년 계획을 세우는 우리가 있다. 숨어 웅크리고 울었지만 힘차게 날아가는 용기가, 희망이, 결심이 담겨 있다.
<콩닥거리는 가슴>은 본다는 게 단지 눈으로만이 아니라 마음이 담겨야 한다는 걸 알게 해주는 동시집이다. 호기심과 관심으로 세상을 보고 받아들이고 들려주는 그의 동시는 단조롭지 않고 생생하다. 통찰력으로 불어넣은 '독창성'이 우리에게 즐거움과 감사함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우리 깨어났어요."
- 착한 씨앗 中
<고래책빵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