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의 형제 1 - 맹수의 눈을 지닌 아이 이리의 형제 1
허교범 지음, 산사 그림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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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허교범 작가가 신작과 함께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이리의 형제』 1. 맹수의 눈을 지닌 아이 

가제본으로 미리 만나본 이 소설은 외롭고 슬픈 그래서 고통스러운 판타지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이리의 형제/1.맹수의 눈을 지닌 아이/허교범 글/산사 그림/창비



본격적인 내용이 펼쳐지기 전에 우리는 의미심장한 성경 구절부터 만나게 된다.

고난의 대명사 '욥'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는 욥기 중 한 대목이다.



선한 부자였던 욥이 고난을 겪게 되면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면서 내뱉는 말이다. 고통받는 자신을 외롭고 슬픈 동물로 회자되는 이리와 타조에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허교범 작가는 이를 차용하여 신작 제목을 붙였다.  『이리의 형제』 

 

이리! 요즘에는 '늑대'로 불리는 동물인 '이리'는 떼를 지어 다니며 결속력이 강한 동물이다. 달과 연관 지은 이야기들이 많은 동물로 이번 이야기 역시 달의 변화와 힘이 중요하다. 신비롭고 오묘한 힘의 원천, 달이 등장하는 소설답게 전설, 설화,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구미호, 구울, 늑대 인간, 흡혈귀같이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소환하여 판타지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친숙한 소재인데도 새로운 이야기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스토리텔러로서의 허교범을 만날 수 있는 즐겁고 놀라움 가득한 시간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인 노단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강한 존재만이 살아남는 종족 특성과는 다르게 유일한 핏줄인 그를 포기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10년이 넘도록 병원에서 수명을 연장시켰고, 열두 살이 된 그에게 '하유랑시'를 사냥터로 주고는 떠났다.

 

 

늘 아래 난히 사스러운 도, 하유랑시입니다.

 

 

홀로 남은 노단,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 주어진 큰 임무는 도시를 장악해 인간의 힘을 흡수하여 살아남는 것이다. 실패하면 죽음뿐. 종족 중 높은 자리에 위치하는 아버지의 도움은 지금까지로 충분하다. 존경하고 두려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서 자기 두발로 꼿꼿하게 서서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꼿꼿하게 걸어나가는 것만이 선택지이다. 저주를 받았다느니 운명을 벗어난다느니 하면서 다른 떠돌이처럼 삶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노단의 눈에 들어온 한 인간, 그를 부하로 삼는 것부터 시작이다.



"첫 번째 부하는 반드시 강한 자여야 하는 건가요?

약하고 패배자 같은 인간을 고르면 안 되는 건가요?"

 

 

노단의 본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큰 임무를 시작하는 순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병원에서 살아남으면서 수없이 곱씹었던 질문과 고민 그리고 상처를 드러내며 극복하고자 한다. 노단은 운명에 순종하면서 아버지처럼 강한 존재로 살아남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 그가 선택한 첫 번째 부하, 연준은 그에게 힘이 되어줄 것인가?

 

 

먹이에는 한 방울, 부하에는 두 방울,

마음이 급하면 세 방울, 네 방울은 영원한 추방


 

 

『이리의 형제』 대서사시가 시작된 1권 - 맹수의 눈을 지닌 아이 - 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등장과 그와 엮이는 인간 그리고 배경이 되는 하유랑시를 소개하고 있다. 도시를 장악하고자 하는 노단과 그가 선택한 부하와 먹이가 될 인간 그리고 이를 막고자 하는 노단과 같은 존재인 유랑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노단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떠돌이 삶을 선택한 '유랑'이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이다. 자신이 선택한 하유랑시가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떠돌이 삶을 선택한 유랑에게 허락된 짧은 삶을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보내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내 남은 생을 망치려고 하고 있어."

 


유랑이 노단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를 막아내려고 준비하는 동안, 노단도 유랑의 존재를 감지한다.

 


"나는 네가 감히 여기 내 영토에 숨어 있다는 걸 알아.

널 찾아낼 거다. 그리고 없애 버릴 거야.

 


이제는 노단과 유랑은 대결을 피할 수 없다. 도망치고 싶지 않은 유랑은 애써 두려움을 떨쳐내면서 노단의 주변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노단이 선택한 첫 번째 부하 연준에게. 그리고 연준에게 노단이 감춘 비밀을 알려준다. 연준은 유랑의 말에 고민이 깊어진다. 과연 그의 선택은 무엇일지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올 결말은 어떻게 될지 긴장되는 전개가 펼쳐진다. 생존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이 예고되었다.

 


인간들 사이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의구심이 불씨가 되어 인간 세상을 활활 타오르게 할 『이리의 형제』

 


"너는 나를 섬겨라."

"너에게 힘을 줄게. 이건 시작일 뿐이야."


 

지치고 나약한 틈을 파고드는 노단의 말. 자신은 결코 유혹에 빠지지 않을 거라고 자신만만한 아이들의 모습에 미소 지으면서도 매력적인 '힘'에 대한 욕망이 아가리를 크게 벌려 우리를 집어삼키는 장면이 떠올라 소름이 돋는다.

 


휘두를 기회가 없는 힘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선택된 특별한 존재, 연준은 노단에 대한 두려움과 힘에 대한 동경에 부하가 되었다. 그리고 힘이 생기자 사람을 해치는 것이라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악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쁘지 않을 것 같게 느끼는 연준이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갓난아이기도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만큼 온화했다. 온화함 속에 태초부터 전해지는 악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맹수가 사냥할 때 먹잇감을 노려보는 눈, 칼날을 칠해 놓은 듯한 눈, 눈매는 타오를 듯했으나 눈동자에서 나오는 시선은 바늘처럼 차가운 눈 그렇게 뜨거움과 차가움이 섞이지 않고 공존하는 눈이었다.

 

명령을 내리는 자. 노단의 종족에 대한 묘사가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그들이 부리는 힘의 크기가 놀라웠다. 그 무서운 힘 앞에 선 인간은 따르느냐 거부하느냐 고민할 수밖에 없다. 따르는 이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거부하는 이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거꾸로 사냥한다. 이를 단순한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까?

 


무리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하고 배척되었던 노단이 자신의 생존을 위한 도시, 하유랑시에서 선택한 첫 번째 부하가 패배자같이 비를 맞으며 외롭게 걸어가던 연준이었고, 먹이를 연준이 가장 싫어하는 인간인 영식으로 정했다. 타인에게 무심하지 않고 고통을 공감할 수 있는 노단을 인간의 시선으로 괴물이라 칭하는 게 정당한가? 고민이 깊어졌다.

'힘'에 대한 경외는 본성일 것일까? 그렇다면 이를 따른 것은 당연하고 정당한 것일까? 순순히 인정하기에는 가슴이 찌릿찌릿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편치 않은 무언가가 있다.



"아닌, 그건 네가 힘든 원인이 아니다.

성적이란 건 결국 종이에 적힌 숫자인데 

종이도 숫자도 사람을 지배하는 힘이 없어.

그 숫자를 가지고 널 괴롭히는 사람이 있어야 힘들 수 있는 거야."

 

본질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노단. 초등고학년 대상의 어린이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담고 있는 소재와 주제, 내용이 범상치 않은 『이리의 형제』는 쉽게 결론을 내리거나 남의 생각을 자신의 의견이라 섣불리 믿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사고력과 판단력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를 일차원적인 관점에서 인식하지 말고, 본질이 무엇인지 들여다 보는 것을 권하고 있다.

 



이리의 형제 1. 맹수의 눈을 지닌 아이/허교범 글/산사 그림/창비



처절한 결말로 1권이 끝났다. 매듭지어지지 않은 마무리는 충족되지 않은 갈증을 키우고 있다. 선과 악, 힘과 자유 그리고 생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담긴 『이리의 형제』 1. 맹수의 눈을 지닌 아이. 끝나지 않은 노단과 유랑 그리고 인간의 대결이 무한한 상상력으로 펼쳐질 신호탄이 우리 앞에서 터졌다! 허교범 작가가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는 독자에게 아량을 베풀어 속히 속편을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날 하유랑시는 처음으로 노단을 품은 채 밤을 맞이하게 되었다. 누구도 이날을 특별한 날로 기억하지 않았다. 나중에 악에 동참하는 이들, 희생당하는 이들, 알고도 침묵을 지키는 이들, 맞서 싸우는 이들, 그리고 아직 하유랑시라는 무대에 오지 못한 이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24쪽)

 

<창비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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