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베스트셀러 반올림 55
엘자 드베르누아 지음, 김주경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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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베스트셀러/엘자 드베르누아 지음/바람의아이들



분홍빛 고운 표지에 두 소녀가 서로 몸을 돌린 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서 있다. 붉은 머리의 소녀는 고개를 한껏 치켜든 채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금발의 소녀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상반되는 모습에 두 소녀 사이에 존재하는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천재 소녀 작가의 소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거짓과 질투, 배신

 

열세 살 단짝 친구 '알리시아'와 '클레망스'는 매주 수요일마다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공유했던 어린 시절을 거쳐 지금은 함께 글을 쓰며 작가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름 바캉스를 맞아 두 달을 서로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이들은 각자 공들여 다듬은 멋진 작품을 써보기로 약속한다.

드디어 9월이 되어 다시 만난 알리시아와 클레망스.

알리시아는 놀라운 소식을 클레망스에게 전한다.





이 소설은 알리시아의 시점과 클레망스의 시점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시간이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두 소녀의 심리를 현실적인 문체로 잘 묘사하고 있어서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짝 친구였던 두 소녀의 사이를 멀어지게 된 계기가 베스트셀러가 될 대작 원고라는 점도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클레망스는 유명 작가를 꿈꾸는 소녀였기에 타임머신이라는 다소 황당한 설명에도 <지옥의 사람들> 원고의 출처를 의심하지 않았다. 설마?라는 의심도 흡입력 강한 작품에 빠져들어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알리시아가 할 수 있다면 나라고 못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클레망스가 겪는 심리 변화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래로 간 시간여행에서 '마르티유'라는 소녀가 지은 베스트셀러 <지옥의 사람들>을 가지고 온 알리시아가 자신이 마르티유인 척하며 책을 출판하려 한다는 계획을 들려주며, 원고가 든 USB를 건네며 읽어보라고 권한다. 클레망스는 책 내용에 흠뻑 빠져 중독되고 말았다. '마르티유'의 재능에 감복한다. 그리고 알리시아가 하려는 행동이 얼마나 부당한 지를 생각하게 된다. 알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다가 알리시아의 계획을 자기가 실행으로 옮기게 된다. 치사하고 비겁한 행동을 하려 한 알리시아를 혐오했으면서 말이다. '내로남불'(아시타비)이라 했던가.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우리의 양면성을 잘 보여주고 있어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믿었던 친구에게 큰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여러 번 기회를 주고 자신의 실력으로 자신의 권리를 되찾은 알리시아의 행보에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유일한 가족인 아빠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배신에 대해 싸울 수 있도록 용기를 준 클로비스를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다.

 

알리시아와 클레망스의 질투 그리고 배신이 펼쳐지는 가운데 중재하는 역할로 등장한 베릴 마시노 편집장은 실망스러웠다. 어른으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편집장으로서 알리시아의 상처보다는 클레망스의 잘못된 선택을 옹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알리시아에게 '대작자'를 제안할 때는 너무나 화가 났다. 클레망스가 한 행동이 실수라 하더라도 잘못된 선택이었기에 책임은 그 아이가 짊어져야 하는 것인데 알리시아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끔찍한 우를 범했다. 프랑스어 선생님이나 베릴 마시노 편집장 등 어른 등장인물이 보여주는 태도는 비겁했고 다분히 현실적이어서 못마땅했다.

 

그 애의 대답에 따라서 『잘못된 선택』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겠어!

 

이제 단짝이었던 둘만의 작은 유년기는 어느새 끝나버렸다.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시간이다. 큰 성장통을 겪은 알리시아와 클레망스는 훌쩍 큰 모습이다. 살아가면서 마주칠 수 있는 유혹의 순간,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짊어져야 할지 질문을 던지는 『우리의 베스트셀러』였다.

* 소설 중간에 대한민국 소녀팬 '박희영'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 출판본이어서 그런 건지 원래 그런 건지 원작이 궁금해졌다.

 

<바람의아이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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