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베이킹 - 심란한 날에도 기쁜 날에도 빵을 굽자 딴딴 시리즈 5
송은정 지음 / 인디고(글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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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란한 날에도 기쁜 날에도 빵을 굽자

부제를 달고 도착한 송은정 작가의 『비건 베이킹』


비건 베이킹/송은정 지음/인디고(글담) 딴딴 시리즈 05



'비건' 기후 위기의 지구를 위한 화두로 떠오른 채식에 대해 관심이 있어 실천하고 싶지만 싶지 않다. 완전한 채식이 아닌 유연한 채식의 세계를 기웃거리고 있는 주변인으로서 비건 베이킹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었다. 비건 베이킹의 세계를 구경하고 싶어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비건 베이킹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좋아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송은정 작가의 목소리였다. 진솔한 삶의 메시지를 비건 베이킹 카테고리로 풀어내고 있는 다정한 에세이다.

 

자신의 일상을 야무지게 채워나가는 단단한 이의 에너지가 프롤로그에서부터 뿜어져 나온다. 지구는 여전히 돌고 있고 이 삶이 계속되는 오늘,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의 건전한 확신이 희망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동네 지인들과의 티타임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인 아파트에 사시는 이웃인데 아파트 화단에 꽃을 심으셔 가꾸신다고 한다. 그리고 아파트 내 쉴 수 있는 공간에 크렘 브륄레 같은 간식과 차를 준비해놓고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권하고 담소를 나누신단다. 크렘 브륄레라니,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어린 혜원을 위해 엄마가 해주던 바로 그 음식이 아니던가! 톡~ 하고 치면 갈라지는 설탕막이 너무 신기하고 예뻤던 기억이 났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신 선생님도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며 환경을 위한 여러 가지 일들을 많이 하고 계시는 지역 활동가이시다. 역시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있다며 우리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렇듯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행하는 이웃들이 있다는 자각의 순간이 있고 그러면 절로 행복해지고 따라 하고 싶어진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정한 생각이 나를 사로잡는다. 지인, 지인 이야기 속 이웃 그리고 송은정 작가처럼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신기하게도 『비건 베이킹』 책 속에서도 영화 리틀 포레스트(좋아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타인을 만나는 큰 기쁨, 괜스레 이 책도, 송은정 작가도 더 좋아진다)에서 나온 보늬밤이 나온다. 어렵다기보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은 더 많이 필요한 보늬밤으로, 밤의 두꺼운 외피를 날리는 소일거리로부터 일종의 유희와 평안, 자유를 맛 봐왔을 지도 모르겠다는 표현에 공감하게 된다. '요리'라는 세계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치유의 시간에 감사한다.

 

짓는 사람, 파는 사람, 먹는 사람으로 이어지는 순환 속에서 대부분 먹는 사람에 속하는 나는 망각하고 산다. 씨앗이 떡잎을 내고 열매를 맺기까지 실재하는 누군가의 땀과 노동이 존재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저자가 마르쉐에서 마주한 얼굴들이 깨닫게 해준 것처럼 나 또한 이 책을 통해 우리 집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의 서사를 되새겨 본다. 오늘의 지구와는 분명히 다를 내일의 지구를 두려워만 말고, 지금 자연과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감사하며 현재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하루에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유기묘 '옹심이'로 비건 베이킹을 시작하게 된 저자와

'나의 문어 선생님' 다큐멘터리를 보고 문어를 먹지 않게 된 저자의 남편.

이처럼 변화는 일순간에 찾아오는 경우가 잦다. 평소 관심이 있었든 없었든 벼락에 맞은 듯이 전후가 명확히 달라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쯤은 하게 된다.

나는 변화의 계기보다는 비건을 지향하는 저자가 주위 사람들에게 권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끌렸다.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관한 질문에 대해 상대방의 윤리의식, 가치관을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배려 넘치는 답을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자신의 답을 정답이라 남에게 강요하지 않지만, 관심을 보이는 타인과는 공유하고 확장하는 현명함이 좋았다. 그래서 송은정 작가가 들려주는 비건 베이킹 이야기들이 더 설득력 있고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온전한 내 것, 확실한 내 것인 기쁨을 느끼게 해준 비건 베이킹으로 송은정 작가는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변화와 내일을 그리고 자신만이 줄 수 있는 친절과 사랑을 완성시켜가고 있었다.

 

책을 덮고 나니,

버리기는 아깝고 쓰기에는 귀찮아 몇 년째 모셔두기만 했던 오븐을 괜스레 꺼내어 보게 되었다.

송은정 저자가 소개해 준 '독일빵고모'님 유튜브 채널을 보고 있다. 도전하는 것부터가 큰 용기지만 빵조카 아니 빵손자라도 돼보고 싶은 지금의 의욕이 나를 달라지게 할 것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찾고 싶다면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다른 시도를 해보는 용기가 필요할 터이니.

 

송은정 작가는 반려묘 옹심이를 계기로 비건 베이킹을 시도하는 등 '삶을 지속하기 위해 이전과 다르게 사랑해 보기로 했다'라고 말한다. 불현듯 나도 삶을 지속하기 위해 나만의 무언가, 인생에 무해한 썸띵이 궁금해졌다. 춥고 긴 밤을 통과해야 할지라도 아침이 온다는 순전한 사실만으로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나만의 딴짓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글담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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