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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기묘한 조선환담 ㅣ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괴담실록 지음 / 북스고 / 2022년 5월
평점 :
동아시아 야사와 전설, 괴담을 들려주는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
이번에는 영상이 아닌 책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정사가 아닌 야사 특유의 맛이 잘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모아 엮은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이 그 주인공이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괴담실록 지음/북스고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면서도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나에게 어린 시절 <전설의 고향>은 큰 모험이었다. 보고 싶지만 보고 나면 잠을 잘 수 없는...... 결국에는 이불 덮고 눈 가리면서 보고야 마는 그런 존재였다. 다듬어진 딱딱하면서도 교훈적인 정사보다는 인간사 갖가지 욕망과 분노, 배신,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는 야사가 끌리는 건 다양한 일이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괴담실록이다.
크게 4개의 주제로 엮어진 이야기집으로,
평범한 우리네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의미를 되새기면서 읽어나갔다.
- 기이한 역사 속 비범한 인물들의 이야기
-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기묘한 이야기
- 괴이하고 요사하며 그리고 신기한 조선의 귀신 이야기
- 예나 지금이나 무섭고 잔인한 인간의 욕심
어느 책이든 시작과 끝이 중요하다.
괴담실록이 선택한 첫 번째 이야기는 「고려를 무너뜨린 거인」이다.
연관어는 정몽주, 거인우, 고려 멸망이다. 고려 멸망을 예언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우와 그와 인연을 맺은 사냥꾼의 이야기이다. 정체를 모르고 우의 죽음을 도운 사냥꾼에게 '우禹'의 존재를 설명해 주는 이가 바로 고려의 마지막 충신 '정몽주'이다. 씁쓸하게 고려의 앞날을 걱정하던 젊은 청년 정몽주와 마지막까지 충절을 지킨 노년 정몽주가 겹쳐지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외전 <정몽주의 비석>으로 죽어서도 변치 않는 정몽주의 충심을 읽을 수 있었다.
유명한 인물을 등장시켜 집중시킨 이 책에는 우리가 듣지 못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이야기들도 있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오랜 세월 전해지면서 매끄럽지 못한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각색한 부분들도 있어서 알듯 모를 듯한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담고 있는 큰 틀은 그대로 전하고 있기에 혹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서로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챙길 수 있다. 저자의 각색일 수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전해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괴담실록이 선택한 마지막 이야기는 「얼굴에 못 박혀 죽은 여종의 저주」이다.
많은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질투'가 부른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저주로 다가올 화를 알고 있으면서도 방도가 없어 후대까지 고통받는다는 결말에 소름이 돋는다.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지만 그래서 실제와 더 비슷한 이야기이기에 실감 나다.
역사 속에서 접한 비범한 인물들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라면 당연한 내면의 고민과 갈등뿐만 아니라 탐욕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한 결말은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특별한 인물이 겪은 일들이지만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서 빠져들어 읽게 된다. '나는 저렇게 안 했지.' '어쩜, 나도 저랬을지 몰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는 것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이야기여서 일 것이다.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기묘한 이야기들이 책에 집중하게 만든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괴수, 요괴, 요물, 귀신을 묘사대로 떠올려 보면서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와 영화의 한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인간을 괴롭히는 존재들이 다 잘못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유 없이 인간을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존재도 있지만, 대부분 인간 스스로 만든 재앙과 화인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에도 탐욕으로 괴물보다 더한 인간들이 비극을 초래하는 이야기를 많이 수록하고 있다. 외전과 특별한 이야기까지 40여 편의 특별히 엄선된 괴담을 만날 수 있다. 적절한 표현과 수준으로 어느 누구나 즐길 수 있고, 과하지 않은 묘사로 상상력을 자극해 재미를 키우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우리가 선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고, 악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 나쁜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 정해진 답이 없는 세상사를 재미나게 풀어낸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어찌 보면 잔혹하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펼쳐지고, 어처구니없지만 평범한 이들의 간절한 염원과 소망을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왕부터 민초까지 품고 있는 수많은 욕망과 감정들을 풀어내기 위해 인어, 그슨새, 두억시니, 칠성신, 독각귀 같은 귀신과 요괴들이 등장하는 이 잔혹하고도 기묘하고 씁쓸하면서도 뜨끔한 조선 환담을 통해 이 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리자. 잠 못 드는 여름밤, 어서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을 펼쳐보길 추천한다. 자꾸 옆과 뒤를 흘끔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 활자만으로 부족한, 더 오싹한 여름밤을 즐기고 싶은 이들은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과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