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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의 임금님 귀 ㅣ 책 먹는 고래 28
김문홍 지음, 어수현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3월
평점 :
신라 48대 왕 경문왕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는 잘 알고 있다. 그 임금님이 바로 경문왕이다. 47대 왕 헌안왕의 사위로 왕위를 물려받았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왕위에 오른 뒤에 갑자기 귀가 당나귀의 귀처럼 길어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두건을 만드는 복두장 한 사람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평생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있다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도림사의 대나무 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다. 그런 뒤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숲에서 그 소리가 들려왔고, 경문왕은 대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산수유나무를 심었다. 그러자 “임금님 귀는 길다"라는 소리만 났다고 한다.
이 설화를 각색하여 『대나무 숲의 임금님 귀』가 출간되었다. "사실 임금님 귀는 보통 사람들 귀와 똑같은 데 일부러 크다고 소문낸 것은 아닐까?"라는 김문홍 작가의 공상에서 이 이야기는 출발하였다.
대나무 숲의 임금님 귀/김문홍 글/어수현 그림/고래책빵
가실은 서라벌 최고의 복두장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시전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랑 사는 열 살 여자아이다. 할아버지가 서라벌 최고의 복두장인 것 못지않게 완벽하고 정확한 눈썰미로 완성된 복두를 점검한다. 가실이 인정해야 복두 제작이 다 끝나는 것이다. 이렇게 할아버지와 손녀가 쿵작이 맞는 한조가 되어 생활하는 모습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도림사 주지스님의 말씀처럼 임금님이 할아버지와 가실을 궁으로 부르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디 '귀' 하나로만 나타날 수 있냐? 싶은데 유독 귀가 크다, 작다에 연연하는 임금님과 신하들의 모습에 화가 나고 분통 터졌다. 스스로 백성의 소리를 듣고 행복할 수 있게 다스려야 할 임금이 신하들에게, 백성들에게 자신의 귀가 크냐? 작냐? 지난번과 비교해서 어쩌냐? 묻고만 있으니 나라 곳곳에 흉흉한 소문이 도는 것은 당연하다. 귀로 비유되는 경청과 소통의 자세는 행동으로 나타나야 할 것인데 소문으로만 다스리려 하니 뿌리내릴 없는 말들만 허공을 떠돌고 있다.
임금은 임금의 자리에서
신하는 신하의 자리에서
백성은 백성의 자리에서
제각기 맡은 자리에서 제 실력을 갈고닦아 세상을 이롭게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임금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신하는 자신의 권력과 자리를 키우기 위해 입맛에 맞게 헛된 소문만 내려 하니 가실네 가족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대찬 소녀 가실과 지혜롭고 의로운 할아버지가 풀꽃 이름 내기를 하면서 정겹게 걸어가는 모습을 기억한다. 길섭에 핀 풀꽃들에게도 관심을 보이며 이름을 불러주고 예쁘다 해주는 따뜻한 심성의 가실이 겪은 시련은 참으로 가슴 아프다. 짧은 동화라 백성들이 겪은 고난들이 상세하게 서술되지 않으나 가실네뿐만 아니라 긴 세월 있는 자들에게 협박당하고 농락당한 일들이 묘사되어 있다. 그 일들을 다 품어준 도림사 대숲의 영험함에 대한 고마움도 잘 드러나 있다. 대숲조차 아는 진실을 사람이 모른 체하며 거짓된 소문으로 하늘을 가리려고만 하는 임금과 신하들이 어리석게 느껴지고 답답하였다.
새로운 임금님이 백성과 소통하고자 하는 이야기로 끝맺음을 맺은 책에 담긴 쓴소리 바른 소리 잘 들어 세상을 평안하게 이끌어 나가주길 바라는 염원이 지금 우리에게도 닿았으면 좋겠다.
"좋은 나라님이라면 백성들이 언제나 걱정 없이 배불리 먹고 살아갈 수 있게 해야지요. 그게 바로 훌륭한 임금님이지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