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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쑥 크니까 ㅣ 고래책빵 어린이 시 4
모모도서관 친구들 15명 지음, 임숙자 엮음 / 고래책빵 / 2022년 1월
평점 :
'모모에게 말걸기 작은도서관'
너무나도 이쁜 이름의 도서관에 모여 책을 읽고 놀이를 하며 언니, 오빠, 동생, 친구가 된 어린이 15명의 시와 그림으로 채워진 『금방 쑥 크니까』 시집이 나왔다.
금방 쑥 크니까/모모도서관 친구들 15명 글.그림/임숙자 엮음/고래책빵
'모모'는 예상대로 미하엘 엔데의 <모모>였다. 이 시집의 엮은이인 임숙자 관장님은 마을에 모모 닮은 한 사람 있어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소박하게 마련한 공간에 '모모에게 말걸기 작은도서관'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모모'라니, 국민학생 때 모모를 처음 읽고 빠져들었던 그 시간이 떠올라 노란 빛깔이 나를 감싸듯 따뜻하고 포근해졌다. 이런 모모 도서관의 꼬마 작가들이 직접 쓰고 그린 시집은 어떤 책일까?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먼저 꼬마 작가의 멋진 인사말과 사인을 만날 수 있었다. 또박또박 직접 쓴 인사말들에는 두근거리는 마음과 자랑스러운 마음, 시를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이 한가득 담겨있다. 그리고 연습을 많이 한 듯한 사인들이 멋지게 반짝이고 있다. 시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작지만 커다란 꼬마 작가들의 초대장을 받았다. ♡행복해지세요!
초등학생들의 시상은 참 다양했다. 깨끗하고 순수하고 따뜻하고 예측불가한 감정들이 담겨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제각기 다른 감성을 가지고 시를 짓는 어린이들이 그려지고,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깜짝깜짝 놀랐다.
어린이의 생각이라 얕볼 생각은 결코 없었지만 생각의 깊이에 감명받은 시들도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 특유의 발랄함이 녹아든 시들도, 나도 그랬었지 하면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리운 시들도 있었다. 시를 어렵게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일상의 소재들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꼬마 작가들이 크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시 씨앗들을 잘 심고 시 꽃들을 활짝 피우는 작업이 그들의 삶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길은 여러 가지이고, 그중 시가 발산의 창구가 된다면 좀 더 관찰하고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구멍 난 양말 - 강연송(1)
구멍 난 양말을 보면서 상처가 나서 아프겠다고 염려하는 순수하고 훈훈한 마음이 와닿는 시이다.
개미 - 강연송(1)
개미는 작다
개미를 안 발블라고 하는데
자꾸만 발핀다
글의 맛을 살려 그대로 싣는다는 주석처럼 맞춤법이 맞는다면 이 맛이 안 살 것 같다. 옆에서 읽어주는 것처럼 길에서 개미를 밟아 안타까운 것처럼 생생하게 와닿는다. 생명을 귀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이 사랑스럽다.
. , ! ? - 강연서(5)
'오늘은 '시'라는 요리를 만들어 볼 거예요'로 시작하는 이 시, 독특한 발상이다. 시를 요리에 비유해서 풀어내는 내용들 중에서 '비유법' 가루와 '감동 양념'을 탄 '고운 마음 물'을 3큰술 넣어주세요. 시구가 눈에 들어온다. 시를 짓기 위해서는 고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린이의 곱고 보드라운 심성이 전해져오는 어여쁜 시였다.
세 친구 - 김세이(3)
홀수이면 생기기 마련인 상황들에 대한 마음이 잘 드러나는 시이다. 적절한 그림까지 더해져 자기 빼고 둘이서만 속닥거리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아이의 속상한 마음이 전해져 온다. 어른인 나도 그럴 때가 있으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렴. 토닥토닥, 쓰담쓰담 해주고 싶다.
하지 - 강연서(5)
늦게 들어간 해가 해 엄마한테 혼이 난다. 하지라 너무 늦게 들어갔나 보다. 이렇게 재미나게 표현된 24절기를 만나니 절로 '하지'가 기억된다.
비 - 김하영(6)
'구름도 엄마와 싸웠나 보다' 표현을 보고는 아들이 아직 어려서 그런다고 평했다. 좀 더 크면 '구름도 엄마한테 혼났다'라고 했을 거란다.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혼이 냈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옆에서 같이 읽으면서 종알거리는 그 입이 귀여워 한참 바라봤다. 그런데 시인과 똑같은 나이라는...
가을 - 강연경
오늘부터 봄! 내가 정했다. 나도 이렇게 정하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다. 날씨의 변화를 인식하고 계절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모습에 자연과 주위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얼른 이 겨울이 끝나 봄이 오길 바라는, 코로나19가 끝나 함께 뛰놀 수 있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오늘부터 봄! 오늘부터 코로나 끝! 외치고 싶다. 내가 정했다.
말 한마디 - 강연준(3)
말 한마디가
웃게 하고 울게 하고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하고\
말 한마디가
친하게 하고 싸우게 하고
힘 나게 하고 힘 빠지게 하고
말 한마디가
우리를 조종한다
말 한마디의 힘을 잘 표현한 시이다. 주워 담을 수 없는 말, 진중한 생각 끝에 한마디 한마디 진실한 말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무서운 시였다.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을 관찰하는 눈이 필요하다. 그리고 관찰한 무언가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한 후 타인에게 들릴 수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해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위를 살피고 자신을 살피고 친구를 살피는 어린이들이 지은 시들을 만나 행복했다. 시를 쓴다는 것이 나의 행복이라는 꼬마 작가들의 작품을 계속 계속 만나고 싶은 팬으로서 즐거운 놀이처럼 이어나가는 <모모에게 말걸기 작은도서관 사계절 글 농사 프로젝트>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모 친구들이 두 번째 시 꽃을 피운 책 『금방 쑥 크니까』를 다 읽고 나니 첫 번째 시 꽃이 궁금해 찾아보았다. 《딱풀을 선물해 줄게》 이 책에 담긴 기발하고 순수한 시도 얼른 만나봐야겠다. 그리고 또다시 우리를 찾아올 모모 친구들의 세 번째 시 꽃을 기다려야겠다. 어떤 향기를 머금고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