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 제1권 바다와 교류의 시대 - 믿고 보는 신일용의 인문교양 만화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1
신일용 지음 / 밥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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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용 인문 만화가의 새로운 시리즈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시리즈는

1. 바다와 교류의 시대

2. 탐욕과 정복의 시대

3. 독립과 냉전의 시대

4. 부패와 자각의 시대

총 4권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1.바다와 교류의 시대/신일용/밥북

 


첫 번째 책인 <바다와 교류의 시대>를 읽어보았습니다. 같은 아시아 대륙에 속했지만, 역사상 우리나라와 교류가 크게 없었던 지역이라 동남아시아에 대한 배경지식은 한정적인 편입니다. 벼농사, 향신료, 관광업 등 단편적인 이미지이죠.

이런 동남아시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근래 시청한 KBS 역사저널 그날 <대항해 시대>편이었습니다. 서양의 신항로 개척사를 살펴보면서 그들의 오만함과 잔혹함에 휘둘려 고통받은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서양 세력의 제국주의로 전 세계가 식민지 전쟁으로 팽팽하게 긴장된 시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만 치중하여 다른 나라를, 다른 민족을, 다른 인간을 도구처럼 사용하고 버릴 수 있는지 분노가 치밀더군요. 그래서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저히 서양 중심 시각의 세계사가 아닌 균형 잡힌 아시아 역사, 특히 동남아시아 역사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감사하게도 이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

 

저자는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왜곡되거나 부정적인 동남아관이 아쉬워 동남아시아의 비장한 역사와 극복해낸 인간의 역동성을 그려내 동남아시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했습니다. 시리즈 첫 번째인 이 책에서는 전반적인 동남아시아를 다루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을 풀어내고, 이민사와 동남아시아에 세워진 위대한 제국들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아픈 역사인 식민지 시대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유독 지리에 약한 저인지라 여러 나라와 지명, 지형들이 나와서 파악하는 데 힘들었지만, 만화로 소개된 책이라 활자 책보다는 좀 더 여유 있고 재밌게 따라갈 수 있는 호흡이었습니다.

'동남아의 지정학'과 '동남아의 이민사'는 동남아시아 역사의 전반적인 내용을 훑고 있는 꼭지라 4권 모두를 읽고 다시 읽으면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물과 땅, 대륙과 도서지역으로 구분하여 역사적, 문명적 접근을 합니다.

 

 물은 연결하고 땅은 가로막는다. 

 

대륙지역에서는 힌두교가 불교로 대체되거나, 도서지역에서는 힌두교가 이슬람교로 대체되는 등 종교, 산업 여러 면면에서 다른 점을 보입니다. 이런 변화는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위치로 설명이 됩니다. 인도양, 태평양 두 개의 위대한 바다 사이와 인도 문명과 중국 문명 두 개의 문명권 사이에 위치한 동남아는 '세계의 교차로'로 수많은 이방인들이 흘러들어 왔다가는 흘러나갔고 그로 인해 다양한 문명과 민족이 섞여진 공간이 되었던 거죠. 중국인, 일본인, 아랍인, 유럽인, 미국인 등이 지나갔고, 그들이 남긴 저마다의 흔적들이 남아 모든 것을 내뱉지 않고 뒤섞은 카오스의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수백 년간 동남아 향신료 무역을 독점한 아랍 상인과 동남아 상인의 이슬람 카르텔 때문에 비싼 가격을 치를 수밖에 없었던 육식 문화의 유럽인들은 직접 향신료 항해 길을 개척하고자 합니다. 포르투갈이 시작한 대항해의 길을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등 남서를 가리지 않는 유럽의 바닷길 진출은 동남아를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합니다. 그리고 특용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방식인 플랜테이션 도입으로 식민지 정책이 달라지게 됩니다. 클로브, 넛메그 등을 찾아 떠난 무역로를 장악하는 '점의 개념' 식민지에서 재배를 위한 땅을 정렴하기 위한 '면의 개념' 식민지로 확대되었던 것입니다.

 

동남아를 차지한 서양 강국들의 교묘한 정책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인과 인도인을 이용하여 동남아인들을 관리하게 하는 방식과 헐값으로 쿨리의 노동력을 사고 도박, 매춘, 아편 사업을 운영하여 그 돈을 다시 착취하는 구조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는 기만적인 태도에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었습니다.

두 번째 책은 식민지 시대를 자세히 알아볼 『탐욕과 정복의 시대』으로 동남아시아의 가슴 아픈 현대사가 펼쳐질 것 같네요. 만화로 알아보는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시리즈, 우리나라 옆에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동남아시아를 열린 마음으로 알아갈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복자 서양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세계사관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국기와 말레이시아 국기의 일화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책에서처럼 저도 네덜란드와 미국의 국기를 모방했다고 생각해서 부끄러웠습니다. 우리의 기준이 얼마나 서양에 맞춰 있는지 알 수 있는 예시였네요. 이 책을 통해 동남아와의 거리가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생각됩니다. 시리즈 다른 책들도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너희들이 지금 지나가는 이 길로 수많은 자들이 지나갔다.

... 너희들도 곧 사라질 것이고 자기는 이 땅에 남을 거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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