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집은 내가 되고 - 나를 숨 쉬게 하는 집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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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뚜 작가의 『가끔 집은 내가 되고』를 읽었다.

공간, 집에 대한 확고한 취향이 담긴 책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물리적 공간의 제약, 이동의 제한으로 2년여의 시간 동안 우리가 '집'이라는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증가한 요즘이라 더 와닿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내용이었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슛뚜 지음/상상출판



슛뚜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공간에 목말라 있었다. 오롯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방'을 선망하다가 결국에는 '독립'을 하게 되었다. 계획은 있었으나 가정사에 의해 전혀 준비하지 못한 채 타의에 벌어진 독립은 상상처럼 반갑고 따뜻한 시작이 아닌 지독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시작한 오피스텔 원룸 생활. 경제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 모두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베베(반려견)가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고 말하는 슛뚜 작가를 가만히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도 슛뚜 작가도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상상은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그 시절의 슛뚜 작가에게 쓰담쓰담~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다.





첫 번째 '4층 동쪽 집'을 거쳐 두 번째 '복층 오피스텔' 자취방 생활을 하다가 다시 '4층 동쪽 집'이 있는 건물의 동향 집. 월세로 살아가는 자취 생활이 그려진다. 집을 꾸며나가는 이야기, 자주 요리를 하지는 않지만 혼자 사는 삶을 묵묵히 지탱해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던 요리, 자취 밥상 이야기 그리고 베베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작한 경제활동인 과외 이야기까지 소소하지만 특별한 슛뚜 작가만의 이십 대 인생 이야기를 감각적인 사진과 함께 담담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랑 떠난 호캉스에서 도시와 사랑에 빠져 송도에서 월세가 아닌 '전세'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월세에서 벗어나 전세 계약을 마음먹으면서 프리랜서라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부동산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계약이 진행된 그 집에서 슛뚜 작가는 혼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오랫동안 원룸에서 살았던 지라 방과 방을 오갈 때 공기의 흐름을 느꼈다는 대목, 아주 사소하지만 짜릿한 감촉이라는 표현에서 상상하고 꿈꾸었던 집을 스스로 이루어나가는 단단함에 울컥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신의 새로운 면면들을 알게 된다.




월세 - 전세를 거쳐 버킷 리스트 마지막 '이십 대에 내 집 마련하기'를 기어코 실현한 슛뚜 작가.

'내 집 마련'으로 많은 일들이 달라지게 된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집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바람대로 취향대로 다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만의 감성과 취향을 담아 집을 디자인하고 채워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이를 갈며 끝을 냈지만, 혼자 그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는 순간 거짓말처럼 두근거림이 다시 온 마음을 채웠다.'라는 슛뚜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내 가슴도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

슛뚜 작가가 '집'이라는 공간에 진심인 이유와 이를 마련하기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슛뚜 작가가 부동산 '집'이 아닌 자신의 숨결, 취향, 생각, 인생이 묻어나는 '집'을 향한 갈망을 스스로 차근차근 채워나가는 여정을 함께 하다 보면 절로 '집'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획일적인 디자인을 지양하고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집을 채워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추억들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별다른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던 남편이 내가 고른 침구를 거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꽃이 크게 프린트된 화사한 침구였는데 '이것만은 안되겠다.'라며 반대했다. 내가 맘을 접어 무난한 침구를 구입했고 이렇듯 2인 이상의 가족들이 함께 사는 집은 구성원들 간에 조율이 필요한 상황들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시간과 관심을 들여 집대성한 취향으로 오롯이 채워진 자신의 집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은 혼자 사는 그 시간에만 누릴 수 있다. 거실, 방, 부엌, 화장실 집 어디에서나 나를 느낄 수 있게 꾸민 슛뚜 작가의 특권인 것이다.


독립해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집'에서 삶의 계획을 세우고 완성해나가면서 '살아지고 있다'의 수동적인 삶을 벗어나 '살고 있다'의 능동적 삶을 살고 있는 슛뚜 작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인 '집'이 안식처이자 직장이기도 하기에 '집'에 대한 마음이 큰 것도 있겠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자신의 취향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온전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인 '집'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깊어진 것 같다. '혼자 있는 방'이라는 표현이 책에서 나오는데 나 또한 공감한다.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나만의 공간은 소중하고 꼭! 필요하다. 홀로 쏟아내든 감싸 안든 무너지든 자신의 날 것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은 필수요건이다. 그곳이 '집'안에 있을 수 있다면 더욱이 좋을 것이다.


코로나19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곳이 주로 '집'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시간을 공유한 것처럼 시간을 공유하게 되었지만, 온전히 나에게 의존하지 않는 시간이기에 지금 우리 '집'은 좀 더 다양한 색채를 띠고 있다. 원래 집순이었던 나는 예전보다 더 다채로워진 우리 '집'이 훨씬 더 좋아지고 있다. '나만의 집'이 생기고 사계의 흐름을 느끼고 자연을 감상하며 베베와 웃으며 일상을 보내는 슛뚜 작가처럼 우리 가족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취향을 공유하면서 하루를 살아가려고 한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 덕분에 오랜만에 집을 전체적으로 둘러보고 살펴봤다. 곧 다가오는 봄을 맞이할 방법들을 가족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봄의 옷을 입은 '집'을 그려보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 감각적인 사진들과 QR코드로 볼 수 있는 유튜브 영상들이 깔끔한 인테리어에 관심있는 분들께 많은 팁이 될 듯 하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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