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로열타운 케이스릴러
곽영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죽지 않았어요"


소설은 '유샛별의 실종'으로 시작한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소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결국 그녀는 최고의 보안과 안전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주거공간 로열타운 뒤뜰 핑크뮬리 수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샛별이는 꿈의 공간이라 불리는 '로열타운' 5층 VIP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로 이제 스무 살이다. 로열타운을 지은 원세권 회장의 병실을 야간에 지키면서 간호대학에 진학하려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밝고 상냥하고 성실한 소녀는 로열타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 


웰컴 투 로열타운/곽영임 지음/고즈넉이엔티


K스릴러 시즌3 <웰컴 투 로열타운>은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면서 하나둘 밝혀지는 추악한 욕망과 진실 그리고 지저분한 구렁텅이에서조차 빛나는 순수하고 따뜻한 영혼들을 만날 수 있는 서사가 펼쳐진다. 

 

원세권 회장은 '한국 최고의 기업 사냥꾼', '벤처 투자의 귀재'. '그가 가는 길이 곧 한국 M&A의 역사'라 평가받는 인물이다. JM투자증권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하고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역작인 '로열타운' 본관 5층을 오랜 지병인 '파브리병'으로 인해 악화된 건강을 집중 치료하기 위한 병동으로 바꾸는 등 구속 수감에 대비하였다. 구속을 앞두고 쓰러진 그는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고, 샛별은 그를 돌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의 무대는 크게 현재 로열타운과 과거 종산보육원으로 볼 수 있다.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로열타운에서 일하고 있거나 종산보육원 출신들이다. 

기업 사냥꾼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딸 원주희 이사장과 탐욕을 위해 그를 따르는 이들이 있고, 그와 대치되게 원세권 회장을 위해 몸 바쳐 일했지만 식물인간이 된 그에게 어떤 보상과 미래도 보장받지 못해 꿍꿍이를 꾸미는 또 다른 세력들이 있다. 

그리고 종산보육원에서 자라서 함께 로열타운에서 근무하는 샛별, 민지, 준서가 있고,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종산경찰서로 내려온 현수가 있다. 그들을 한 가족으로 묶어주는 종산보육원은 원장 지영옥에 의해 일반적인 운영방식과는 다르게 운영되었다. 기업의 사회공원 프로그램이나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의 사회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유치해 보육원의 아이들 감성과 자질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그래서인지 지 원장에 대한 마음이 샛별, 민지, 준서, 현수 모두 애틋했다. 

그 외 현수와 같이 샛별이 사건을 담당하는 박기훈 형사와 샛별이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는 천중일 보안팀장 그리고 샛별이를 예뻐해서 죽은 그녀를 편히 보내주고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마음을 써주는 로열타운 입주자 오드리 여사가 있다. 


모든 비극은 원세권 회장이 쓰러진 데서부터 시작한다. 

권력과 돈은 비뚤어진 욕망을 자극하고, 자신밖에 믿지 않는 사람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어린 영혼들은 또 상처를 입고 원치 않는 벼랑 끝에 서게 된다. 너무 쉽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무시하고 짓밟는 이들은 '돈'의 노예가 되어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왜 샛별이는 죽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각자의 인생이 펼쳐지고 엮였던 실타래가 풀리고 마음의 짐을 털어낼 수 있는 시간들도 함께 했던 점이 좋았다. 그리고 분명 자신이 정할 수 없는 샛별이의 운명은 가혹했지만, 스스로의 선택과 의지로 살아간 삶은 누구보다 밝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던 그녀가 남긴 수많은 사진들 속 피사체의 표정은 한결같이 사랑스러웠다. 샛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들의 사진마저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샛별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이렇게 반짝반짝 빛났으리라. 


눈물을 잃어버린 삶을 살았던 준서와 현수 또한 샛별이의 죽음으로 다시 울 수 있게 되었다. 안으로 잠식된 슬픔은 끝내 곪아 터져 자신을 상처 입힐 수밖에 없다. 이제는 준서도 현수도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었으니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옳은 일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나의 행동이 선하든 악하든 아무런 의미가 없든 누군가에는 결과적으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의와 호의, 배려를 담아 열심히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결과를 그리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