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
민지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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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민지형/위즈덤하우스



연애, 남녀가 아니 사랑하는 둘이 만나서 서로 행복하기를 원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현실에서는 이렇게 마냥 아름답고 행복하지는 않다. 사람 사는 일에 기쁨, 행복, 사랑, 웃음만 넘칠 수는 없지만 '소유욕'으로 인한 질투, 비난 등으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고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서 좌절하기도 한다.

연애가 지속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연애관이 다르면 힘들 것이다. 비혼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비혼주의자와 혼인주의자의 연애는 당연히 성립되지 못한다. 시작부터 결혼을 염려에 두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 게 아니니 사랑이 깊어지면서 상대방이 결혼을 거론하면 '결혼'을 생각해 본 적 없는 다른 한쪽은 당황하게 되고 그 관계는 균열이 생긴다.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해 연애하고 나이가 차니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나는 사실 깊이 고민을 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고,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진중하게 상대방과 이야기하면서 맞춰나가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물론 이상형, 미래의 내 가정 등은 떠올려봤지만 그건 외형적인 틀, 규격이었을 뿐 마음을 나누는 방법, 나와 상대방을 존중하며 사랑하는 우리 둘만의 사랑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냥 물 흐르듯이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민지형 작가의 『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 서평단 모집 소식에 얼른 신청하게 되었다. 새로운 콘셉트의 연애!!! 요즘 세대들이 말하는 사랑이 궁금했다.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우리나라에서 40여 년이 넘게 살아온 내가 납득할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과 부정적인 시선이 뒤섞인 호기심이 가득 담긴 손으로 드디어 책장을 넘겼다.

 

『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

총체적으로 잘 쓰인 글이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인데도 거부감을 거의 느낄 수 없게 독자들이 흡입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그래? 어디? 과연? 굳게 닫았던 마음의 빗장을(원래 그다지 단단한 사람이 아니라 장담할 수 없지만) 스르르 푼 것도 모르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 - 사랑하지만 오롯이 나를 지켜내는 연애 - 에 대해 예전처럼 불쾌하다, 거북하다 등의 부정적인 시선 대신 힘들지만 사회통념의 연애가 아닌 자신에게 맞는 사랑 방식을 찾아가는 진지한 태도를 인정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미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서른다섯 살이다. '최선'의 연애를 바라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차선'을 택하는 타협을 하면서 연애를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그 차선의 연애를 정리했다.

친한 선배의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어 '모두의 오피스'라는 공유 오피스에 입주하였다. 그곳에서 매력적인 오피스 매니저 시원을 만나고 그가 호감을 표한다. 그런데 이미 애인이 있다며 오픈 릴레이션십을 제안한다.

 

 

미래 역시 연애에 대한 고민과 갈증이 가득했기에 다양한 정보들을 습득해 '폴리 아모리'나 '오픈 릴레이션십'에 대한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현실에서 접한 적은 없어서 진담인지 바람둥이의 핑계인지 고심하였다. 그러다 시원의 애인 소리까지 만나서 삼자대면을 한다. 최선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차선일 수도 있다는 희망과 새로운 콘셉트 연애에 대한 호기심에 미래는 결국 시원과의 오픈 릴레이션십을 받아들이게 된다.

 

미래와 시원 사이의 연애만 보면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배려해 주는 어여쁜 사랑이다. 미래가 싫어하는 미디어에서 배운 "넌 내 꺼야.", "너밖에 없어.", "우리 영원히 함께하자." 등 사랑의 표현 없이 관계 속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는다. 물론 처음에는 시원의 또 다른 애인인 소리에 대한 부담과 주위 친구들, 공유 오피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기도 했지만 시원과 소리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나간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만큼,

늘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힘들었었다. (p.277)

 

이 소설은 '폴리 아모리'와 '오픈 릴레이션십'을 연애의 정답이라 정하고 강요하지 않고, 현재 연애의 방식이라 규정된 (결혼이 전제된) 이성애 독점 연애에 대한 다른 생각을 풀어내고 있다. 지금 우리 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등장인물들이 오픈 릴레이션십을 접하고 보여주는 다양한 반응들은 독자인 우리의 모습이자 작가가 독자인 우리에게 묻는 질문이다.

결혼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 오픈 릴레이션십에 대한 현저히 다른 남녀의 반응이 펼쳐진다.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 '오픈 릴레이션십'이라는 표현을 남성은 쉬운 여성이라는 편견으로, 여성은 바람둥이라는 편견으로 다가온다. 나 또한 호감을 가진 이가 이런 제안을 했다면 즉각적으로 '바람둥이 아니야?'라고 생각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소설 속 소리와 시원 그리고 미래는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는 데 진지한 사람들이다.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을 오롯이 지킬 수 있는 연애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표현하고 답을 찾아간다.

 

미래의 고민을 들어주고 현실적인 조언과 걱정을 해주는 친구인 하나와 다정 그리고 불안감을 조성했던 전 남자친구 수호까지 작가가 적절하게 잘 배치한 영리한 소설이었다. 미래가 오픈 릴레이션십에 적응해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인 혼란, 당혹, 행복, 충만함뿐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오픈 릴레이션십을 하는 이들이 겪을 수 있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부담, 위협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그들의 고민에 공감할 수 있었다.

 

힘겨운 사랑 투쟁기인 『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

불쾌하다는 1차원적인 소감이었던 오픈 릴레이션십에 대해 한결 여유 있고 부드러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지 말고 하나하나 살펴보고 어떻게 표현하고 해소할 수 있을지 선택해야 비로소 자신에게 알맞은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애 독점 연애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평등한 관계의 연애와 자기에게 맞는 연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환기시키고 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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