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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개주막 기담회 2 ㅣ 케이팩션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월
평점 :
『삼개주막 기담회 2』가 출간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기이한 이야기를 즐겨 읽는 나는 미야베 월드 2막을 애정 하는 데, 일본의 에도시대 배경이라 깔린 정서가 우리네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리네 정서에 알맞은 기담이 없을까? 아쉬웠는데 우연하게 『삼개주막 기담회』를 알게 되어 너무 기뻤다.
『삼개주막 기담회』배경은 삼개주막이다. 삼개주막은 한양 도성에서 서남쪽으로 약 십 리쯤 떨어진 마포나루 어귀에 있었다. 마포나루, 혹은 삼개나루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한양을 거슬러 오는 장삿배들과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거렸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곳에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괴이하고 신기한 이야기가 모여들었다.
삼개주막 기담회2/오윤희/고즈넉이엔티
삼개주막에 모여든 이야기들을 엮은『삼개주막 기담회』, 그렇게 찾아온 조선 시대의 기이한 이야기들은 우리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삼개주막 기담회 2』는 아는 맛에 시대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답을 찾고 성장하는 과정을 빚어내고 있다.
인심 넉넉한 주모 김 씨와 아웅다웅하는 옥이와 복이 그리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선노미가 여전히 삼개주막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1편에서 선노미를 눈여겨보던 선비, 바로 연암 박지원이 등장하여 선노미를 화자로 한 기담회를 삼개주막에서 열게 되면서 『삼개주막 기담회 2』가 시작된다. 선노미의 특별한 재능이 빛을 발하게 되니 이를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그의 성장이 기대된다. 이번에도 6편의 기담을 선보이는데 인간사에 존재하는 질투, 시기, 배신 등 끈적하고 농밀한 욕망들뿐만 아니라 신분제의 한계에 부딪힌 이들이 겪는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를 그리고 있다.
- 가면 속 얼굴
- 아이 잡아먹는 귀신
- 춘추관의 괴문서
- 공기놀이 하는 아이
- 여인의 머리칼
- 첫사랑
<아이 잡아먹는 귀신>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육아를 해본 엄마라면 안타까운 유순의 사연에 주모 김 씨처럼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시대가 변하고 있어 육아에 동참하는 아빠도 늘어나고 제도의 뒷받침도 있어서 엄마가 짊어져야 할 육아의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건 대부분 엄마일 것이다. 주모 김 씨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자고 있는 막내 옥이를 바라보면서 잊고 싶었던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고 눈물짓는 마지막에 나도 같이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유순의 이야기 속에서 아이 잡아먹는 귀신으로 등장하는 양반집 며느리의 사연도 기구하였다. 산후우울증이지 않을까 싶은데 치료는커녕 아이를 빼앗기고 광 속에 갇혀 지내면서 두렵고 위험한 존재로 오해받으며 살아가는 그녀의 고통은 어느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다.
<춘추관의 괴문서>를 읽으면서 '기록'의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시대 사관이라는 관직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죽어서까지 나라의 변괴를 전하기 위해 나타나는 원혼들과 알게 된 미래의 일을 기록하는 사관들을 보면서 '기록'이 가지는 불가항력을 체감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점에서 마찬가지라며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을 강조하는 수찬관을 보면서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든다. 미래를 알게 된 이들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작가님도 그런 맥락에서 부자 관계이면서 사관을 지낸 원호와 종훈을 등장시킨 게 아닐까 싶다. 종훈은 자신이 미리 알게 된 나라의 위기에 굴복하지 않고 백성들에게 언문을 가르치고자 맘먹는다. 글의 힘, 글을 읽어 스스로 깨치는 힘을 키워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기묘한 이야기지만 인간이 문자를 만들어 기록하고 문명을 이룩한 그 찬란한 역사를 되새길 수 있었다.
<공기놀이 하는 아이>와 <첫사랑>은 고통받는 백성, 노비의 이야기다. 배우지 못하고 신분이 낮다 하여 차별받으면서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춘성과 타내와 분이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와 울분을 느꼈다. 그리고 역사 속 연암 박지원이 교류하던 이들이 서자 출신이 많았던 것처럼 이 삼개주막 기담회에 참여하는 선비들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백성들의 피해를 알리고 구제해주기를 바라는 민심을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직접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연암 박지원은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일을 이야기로 지을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백성들을 도울 것이라는 뜻을 전한다. '열하일기'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널리 알리고 그 시대를 풍자하고 비판했던 연암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첫사랑>에서 밝혀진 선노미 출생의 비밀은 가슴 아팠으나 주모 김 씨의 인간 됨됨이에 빠져들게 된다.
<가면 속 얼굴>과 <여인의 머리칼>이 이번 책들 중 가장 무서운 기담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면과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감수하고자 하는 그릇된 탐욕이 불러온 참극이 등골을 오싹하게 하였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다면 가면을 써도 괜찮지 않냐고 묻는 이들에게 본인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부처님도 아닌 이상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나쁜 생각을 하면서도 그걸 깨닫지 못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가면을 쓰겠냐는 복쇠의 말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렇게 6편의 이야기로 삼개주막 기담회 2는 마무리가 지어진다. 기담회의 주춧돌인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에 가게 된 것이다. 그가 돌아올 때까지 잠시 중단하기로 한다. 그리고 연암은 선노미에게 함께 가자고 청한다.
삼개주막 주모 김씨의 아들인 선노미, 들은 이야기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해 맛깔나게 얘기하는 이야기꾼 선노미, 사관 종훈을 통해 언문을 깨우치게 된 선노미, 친엄마가 따로 있는 선노미, 그리고 연암 박지원을 따라 조선 땅 너머 드넓은 청나라로 떠나게 되는 선노미. 선노미는 삼개주막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해왔다. 조선 땅 너머 청나라로 떠났다 돌아올 선노미는 과연 어떤 기이하고 괴상한 이야기보따리를 짊어지고 우리를 찾아올 것인지 손꼽아 기다려진다.
그때까지『삼개주막 기담회』와 『삼개주막 기담회 2』를 읽으면서 아쉬움을 달랠 이들이 많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