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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 - 끝나지 않은 마음 성장기
에린남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월
평점 :
에린남 작가의 세 번째 책 『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이 출간되었다.
두 번째 책인 <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로 알게 된 에린남 작가는 이번에도 '린남이'라는 캐릭터와 함께였다.
가체를 올린 듯한 머리에 연두색에 빨간색 줄무늬가 들어간 옷을 입고 있는 '린남이'는 활자로 가득한 에세이 속에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이다. 귀염을 담당하고 있는 린남이는 간단한 행동과 표정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묘한 면이 있다.
뭐지? 하다가도 피식! 웃음 짓게 만드는 린남이와 함께 『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를 만나보았다.
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에린남/상상출판
나에게 상냥하지만은 않은 세상, 매번 시험에 들게 하고 실패를 맛보게 하고 좌절하게 만들었다가 작은 기쁨 하나 던져주는 지독한 게임 같아 얄미웠다는 에린남 작가. 그러다 나라도 달라지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내가 달라지고 싶은 이유를, 이 책을 쓰고 싶은 이유를 계속 생각하다 보니 답이 나왔다. 내 삶이 나에게 좋은 삶이었으면 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때마다 꺼내 읽고 싶은 책을 썼다고 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담긴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보았다. 상냥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자신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고 싶었던 꿈을 포기하고 모든 걸 내려둔 후 무언가 하고픈 의욕이 생기지 않아 일상을 보내다가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시작한 일이 바로 글쓰기였다고 한다. 꿈을 접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고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을 텐데 매일 쓰던 글! 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에 성실히 답한 작가 덕분에 우리는 좋은 책 세 권을 만나볼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문장에서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살아가는 에린남 작가는 정리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는 듯하다. 이미 마음에서 내놓은 물건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면 찜찜하고 불편한 마음이 커지고, 그 물건이 제주인을 찾아가면 그렇게 개운할 수 없다고 한다. 해결하지 못한 짐이었던 웨딩드레스를 자신의 리마인드 웨딩 사진을 찍고,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조카에게 선물해 주겠다는 분께 판매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긴다. '결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일들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물론했다면) 이를 기념하기 위해 결혼식 때 입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기념일마다 웨딩사진을 다시 찍는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해에 170만 벌이 넘는 웨딩드레스가 버려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에린남 작가처럼 자신에게 불필요한 물건들을 판매하거나 나눔 해서 물건의 수명을 연장해 주는 일도 멋지다.
달라지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아는 게 중요하다. 제2장. 있는 그대로 있기 편에 있는 글들을 보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 <원하는 것만 넣은 샌드위치>, <없는 게 취향입니다>, <똘똘 뭉쳐야 산다, 잔재주!> 등 소소한 일상들이 펼쳐지고 어찌 보면 상처가 되거나 감추고 싶은 부분, 내세울 게 없는 부분인데 에린남 작가가 생각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아, 그래. 이럴 수도 있지.' 싶어진다. 내 안의 무언가는 부족한 듯해서 부끄럽고 남의 인생은 대단해 보여 부러운데 그녀는 자신의 삶의 방식 자체를 그래도 인정하고 수용한다. 그리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기>에 나온 이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쉽게 잊어버린다. 행복의 반대가 불행이 아님을. 그래서 일상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일인지 되새긴다. 모든 감정에는 의미가 있고, 감정은 내가 나에게 보내는 하나의 신호라는걸. 감정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사람, 더불어 내 모든 감정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내 모든 감정을 잘 써먹어야지. 다짐하는 에린남 작가의 포부가 사랑스럽다. 나 또한 밝은 감정부터 어두운 감정까지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라고 사라지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내 인생의 숙련자> 내 인생에서 세련된 사람이 되었다고 호언하는 에린남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해 본다. 나는 내 인생의 숙련자인가? 답은 아니다. 엄마, 아내로 살아오게 되면서 멈춰버린 경력도 아쉽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도전하던 여러 활동들도 이제는 코로나19로 주춤하여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를 읽으면서 갈망하게 되었다. 나도 쉰이 되어도, 예순이 되어도 나이와 맞바꾸어 얻게 되는 귀중한 것들을 찾아내고 싶다.
내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나를 좋아하고 배려해 주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세상이 상냥하지 않다는 푸념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세상의 좋은 점을 찾아내는 에린남 작가의 에세이.
『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우주의 작은 먼지 같은 미약한 존재일지라도 나라는 존재의 귀중한 가치를 믿고 산뜻하고 경쾌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꺼내보면 좋겠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