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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고 나는 의학자가 되었다 -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새로운 문을 연 여성 의학자의 이야기
아니타 코스.예르겐 옐스타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니 / 2021년 11월
평점 :
"왜 몸이 자신을 공격할까? …
내 엄마의 미스터리이기도 하며, 어릴 적부터 내가 풀고 싶었던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자가면역질환. 이 질병은 몸이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우리 몸의 면역계가 오류를 일으켜 정상 세포를 외부 물질 즉, 적으로 인식하여 공격한다. 순환계, 소화계 등 우리 몸에 존재하는 여러 기관계들은 정확한 위치를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면역계는 우리 몸 곳곳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은 우리 몸 어느 곳이든 공격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엄마가 죽고 나는 의학자가 되었다』
이 책은 저자를 출산하고 류머티즘 질환을 앓기 시작한 엄마가 열세 살 때 돌아가시게 되면서 면역계의 비밀을 찾는 연구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매진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엄마가 죽고 나는 의학자가 되었다/아니타 코스/반니
저자 아니타 코스는 인도 출신의 고학력자인 의사 아버지와 의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들은 더 나은 미래를 찾기 위해 영국 리버풀에 자리 잡은 후였다.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어여쁜 딸을 낳았건만, 새로운 출발을 하지 못한 채 그녀의 어머니는 류머티즘 관절염에 의해 서서히 무너져갔다.
엄마를 보살펴야 했던 어린 아니타 코스는 엄마의 죽음이 큰 계기가 되었다. 어린 나이에 엄마의 고통을 같이 짊어져야 했던 그녀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슬픔 대신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제 엄마에게 더는 고통이 없을 것이다. 질병의 고통에서 자유로운 삶이 펼쳐지리라 여겼다. 그리고 그녀는 엄마의 병에 대해 사전에서 찾아보던 중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의대에 진학해 차근차근 류머티즘 관절염,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한다. 자신의 엄마가 근무했던 그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면역계의 비밀, 자가면역질환의 세계에 대해 알아간다. 환자들을 만나는 일이 엄마를 다시 보는 것 같았고 치유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엄마와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저자는 면역계에 대해 알기 쉽게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우리 몸의 군인으로 상비군인 국경수비대(대식세포 - 먹는 큰 세포)와 보병(호중구)이 있고, 그들이 지더라도 무장 특수부대(T-세포 & B-세포)가 준비하고 있다. T-세포 중 조절 T-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는 무장한 군대가 폭주하는 것을 방지한다. 이 세포가 자가면역질환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T-세포와 B-세포가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령 역할을 하는 시토카인이 있다. 그중 TNF가 염증 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면역계가 적과 전투를 벌일 때 염증이 생기게 되는 데 염증이 있는 부위는 지금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라 보면 된다.
이런 알기 쉬운 설명들을 통해 면역계의 역할과 제어하는 사령부를 이해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자들은 자신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조차 진단받지 못한 아픔이 있는 이들이 많았다. 병명이 주어졌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가 왜 아픈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완치될 수 없기에 매번 새로운 약과 치료법을 시도해 보는 환자들이 겪는 좌절과 허망함에 가슴이 미어졌다.
저자는 자가면역질환 환자가 여성이 많으며 출산 후나 갱년기 이후 발병되는 경우가 많은 점에서 성호르몬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한다. 그러다 LH와 FSH 호르몬도 측정하게 되는 데 이는 큰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연구는 직감이 중요하겠지만 우연과 행운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성호르몬은 뇌에서 분비되는 LH와 FSH 호르몬이 신호가 되어 난소와 정소에서 만들게 된다. 이 호르몬들은 임신 기간에는 감소하고 출산 직후와 갱년기에는 증가하게 된다. 환자들의 발병 시기나 악화되는 시기와 딱 들어맞는다. 최종 결과물인 성호르몬이 원인이 아니라 연쇄반응의 전 단계가 원인이라면?
성호르몬은 시상하부에서 시작되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이다. 시상하부에서 GnRH 호르몬이 뇌하수체에 명령을 내리면 LH와 FSH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들이 난소나 정소로 가서 성호르몬을 만든다. 이 과정이 면역계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그녀는 GnRH 억제제를 주는 임상실험을 감행한다. 결과는 놀라웠다.
저자는 자신이 이 연구를 해내기 위한 여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암이나 심장병처럼 죽을 위험이 큰 병이 아니고 환자 대부분이 여성인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학계의 무관심, 젊은 여성 연구원에 대한 불신과 무시,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한 냉대, 면역계에 대한 연구 부진 등의 부정적이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녀는 멈추지 않고 본인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돌파해간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환자들의 달라진 모습에 고무되어 더 큰 단계로 힘차게 나아가는 그녀를 엄마가 얼마나 자랑스러워할지 가슴이 벅차오른다.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나아가는 한 인간이 전하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실패와 성공을 떠나서 아름답다. 하물며 그녀는 성공했다. 그녀의 연구로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했던 자가면역질환자들이 다시금 일상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추측으로 다시금 실험실로 돌아가는 그녀, 깜짝 놀랄 소식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
"아주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어요. 그런 진단을 받고 행복했다는 말이 잔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랬어요. 불확실한 것이랑 오래 살다 보면 이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요." _ 환자 마리트씨의 말(163쪽)
"독창적인 발상은 종종 틀린 것으로 밝혀지지만, 사람들이 그런 발상을 시험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따금 그중에서 옳은 것이 나오기 때문이다."(187쪽)
"돈 생각을 하지 않고 연구를 하는 것이 좋다. 목표 지향적인 연구는 놀라운 정도로 비생산적이다." _ 페링 제약회사 창업주의 충고(249쪽)
"아무것도 보장된 것은 없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다면 연구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268쪽)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