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밀당의 요정 1~2 - 전2권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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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십 대 시절 감성이 퐁퐁 솟아오르게 만드는 소설을 만났다. 『밀당의 요정』

중학생 딸아이에게 물어보니 극존칭을 하면서 대답한다. 아이가 웹 소설을 읽길래 어떤 내용일까? 관심이 생겨서 『밀당의 요정』 서평단에 신청했다. 나이는 잊어버린 채 요즘 세대 로맨스 감성에 빠져보리라.

 

어렸을 때부터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하고 온갖 만화잡지를 섭렵했던 나에게 로맨스물은 어린 시절 감성의 호수이다. 지금도 300여권의 만화책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만화를 좋아한다. 만화책과 영화 DVD, 책이 내 예물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 육아의 늪에 빠지다 보니 자연스레 나를 위한 독서보다는 육아, 아동 도서 위주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인문과학, 에세이, 소설로 책장이 채워지게 되었다. 이런 나에게 2022년도 웹툰 연재 확정된 웹 소설 『밀당의 요정』은 오랜만에 접하는 로맨스물이다.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로코물 드라마, 영화도 잘 못 보는 여자인지라 과연 감당할 수 있으려나, 떨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다.

 

 

밀당의 요정/천지혜 지음/알에이치코리아


전설 속 엘프인가. 이 세계에서 뛰쳐나온 여신인가.

 

처음부터 멋진 남주와 서브 남주가 여주에게 한눈에 반한다. 여신, 엘프, 비너스라는 표현처럼 이 세상 미모가 아닌 여인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영상으로 눈앞에 펼쳐졌다. 드라마 제작 관련 직종 이력의 소유자인 천지혜 작가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밀당 갑이었던 '권지혁'이 사랑의 호구였던 을 중 을 '이새아'에게 한없이 빠져들어 '비혼'을 외쳤던 자신의 사랑관이 흔들리게 된다. 재벌 2세, 명석한 두뇌, 잘생긴 외모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게 없는 권지혁은 연애뿐만 아니라 사업에서도 밀당을 하며 순항 중이다. 아버지의 결혼생활과 형과 형수의 연애결혼에 대한 아버지의 태도를 보고는 비혼주의자가 되었지만 사랑만은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웨딩플래너 이새아는 웨딩컨설팅 일에서는 에이스지만 사랑 앞에서는 무조건 을이다. 매번 사랑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또 거절을 못 하는 성격으로 2달 전에 헤어진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 그것도 자신의 로망으로 가득 찬 결혼식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 끔찍한 결혼식 당일 사고로 발이 묶인 신부 대신 대타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권지혁'과 세계적인 사진작가 '조예찬'이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밀당의 요정』은 소모성 연애에 지쳐 결혼을 하고 싶은 새아와 결혼만은 피하고 싶은 지혁과의 밀당 로맨스이다. 정반대의 사랑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석처럼 끌려 사귀게 되나 주위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일도 사랑도 포기할 수 없었던 지혁의 선택에 결국 지혁은 건설사 상무에서 자회사 웨딩홀 대표로 좌천하게 되고 새아와 삐꺽대면서도 인연을 이어나간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녀이기에. 그런 새아에게 부드럽고 안정감을 주는 '조예찬'이 다가오고 그녀는 흔들리게 된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는데 이미 불꽃이 튄 지혁과 새아 사이에서 과연 예찬은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자유롭게 자란 예찬은 그 성정처럼 상처 입은 새아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확연하게 타입이 대비되는 삼각관계 구도가 1,2권에 걸쳐 펼쳐지면서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지혁파, 예찬파가 갈려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주를 이루는 지혁과 새아, 예찬 러브라인 못지않게 주변 인물 이야기들도 의미 있게 다뤄진다. 결혼, 연애에 대한 이야기이고 2,30대 직장인들이 등장인물이라 현실적인 내용이 많이 눈에 띈다.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연애는 꿈도 못 꾸는 청춘 유준에게 저돌적으로 다가온 다람에게 벽을 치는 모습이 N포 세대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다. 웨딩플래너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나 실적으로 정해지는 월급은 매달 스트레스이고, 빚을 갚느라 결혼비용은 현실적으로 꿈도 못 꿔 결혼도 연애도 다 남일인 그이지만, 자꾸 다가오는 다람이 신경 쓰인다.

예찬은 <결혼의 민낯>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데 뜨끔한 면면들을 포착하고 있다. 예식을 축하하러 온 이들이 예식보다는 식당에서 밥만 먹고 사라지고, 결혼식은 시간대별로 착착착 공장에서 다음 예식을 찍어 내듯이 진행된다. 축의금을 봉투에 넣어 주면, 바로 돈을 꺼내 액수를 장부에 적고 적은 돈에 많은 가족을 데려온 사람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등의 모습, 축의금 액수로 인간관계를 재평가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결혼식에 수천만 원을 쓰고 있는 우리네 현실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의문이 든다. 남녀가 만나 또 다른 하나가 되는, 특별한 결혼이 형식에 갇혀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목표로 달렸던 새아가 감정에 충실하기로 결심하고,

결혼만은 피하려고 몸부림쳤던 지혁이 결혼도 불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랑은 이렇게 서로를 변화시킨다. 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현재진행형.

『밀당의 요정』 3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두근두근 거린다. 그리고 웹툰 『밀당의 요정』 또한 캐릭터들의 매력을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터널 선샤인>

무의식에 대고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이 사람이 좋다는걸, 다 말로 설명하긴 힘들잖아요. 감각이란 게 오감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처음 보는 남녀가 서로 끌린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무의식의 필터에서 오케이 사인을 준 거니까. 이후 갖가지 이성적인 이유로 이 사람이 좋다, 싫다 판단할 순 있지만 그래도 무의식은 알고 있는 거죠. 이 사람이다, 나는 이 사람한테 끌린다.

 

<건축 철학>

건축은 크고, 무겁고, 장대한 예술이죠. 정말 많은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 낼 수 있어야 돼요. 그래서 더 오롯해야 되고, 흔들려서는 안 되고.

 

<웨딩 철학>

사랑에서 사랑을 배운다.

건축도 웨딩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현장은 전쟁이고, 누구 하나 다치면 정말 큰일이니까 계속 긴장의 연속이고, 잠깐 딴 데 보고 있으면 재공사 해야 할 부분이 생기고, 설계대로 안 될 때도 있고, 정신없는데...... 막상 끝나고 나면 나랑 건축물만 남아요. 그때 알죠. 이 평안을 위해서, 이 고용함을 위해서 그 전쟁을 견뎠구나. 건축물은 말이 없으니까.

웨딩도 그랬어요. 남북전쟁 같은 결혼 준비도, 막상 끝나고 나면 오롯하게 두 사람만 남아요. 그때부터 진정한 대화가 시작되는 것 같았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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