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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백제를 캐다
여홍기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백제 사비성에 대한 고고학 조사가 이루어진 후에 미처 알려지지 않았거나 숨겨져 있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호미로 백제를 캐다>
이 책은 학예연구사, 정림사지 박물관장, 사직관리소장 등을 다양한 위치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연구하고 지켜온 전문가 여홍기 저자가 백제 사비성에 대한 조사, 연구, 공유 등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을 밝히고 있다. 전문용어들이 많이 등장하여 일반인들보다는 고고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더 도움이 될 듯하며, 사진이나 그림 등으로 부연 설명이 되어 있었다면 좀 더 집중하기가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생활의 터전인 부여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책으로, 호미로 캐낸 백제가 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백제 사비성 조사를 통해 땅속 깊이 묻혀서 우리 뇌리에서 차츰 잊혀 갔던 백제사를 다시금 세상 밖으로 꺼내놓았다.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음을 책을 통해 저자는 상세히 밝히고 있다. 발굴 현장이 다 그렇겠지만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탐색조사를 하면서 찾다 보니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유물이 출토되는 경우도 있다. 또 여러 가지 이유로 유물들이 옮겨 다니게 되면서 유적지가 아닌 곳을 유물 출토지로 여겨 발굴조사를 벌이는 다소 황당한 상황도 연출되었다고 한다. 문화재 지정에 대한 신중함이 요구되는 이유일 것이다.
다른 예로 서나성을 들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나성과 관련하여 쌓아온 연구성과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기존 학설을 옹호하는 연구자와 새로운 학설을 주장하는 연구자가 경쟁식 토론까지 벌였고 서나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백제 역사유적지구가 인류가 보존하여야 할 가치 있는 유산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반가운 소식이면서도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부여 관북리 유적이 유적지로 인정받는 점은 높이 사지만, 단일 유산으로 설정된 것은 아쉽다고 전한다. 아직은 전체를 아우르는 백제사 조사가 완료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부여 지역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신도 신설 계획에 의해 개발이 진행되어 오면서 백제 유적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오히려 유적 파괴와 수탈로 이어진 아픔이 있다. 그 이후 백제 유적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 또한 한계성이 드러나 안타깝다. 그렇지만 사라진 '백제 사비'를 드러내는 작업이 진행되어 사비 왕궁터, 나성, 부소산성으로 대표되는 백제 왕실뿐만 아니라 궁남지, 구아리 우물 등 백제 백성의 생활상 또한 파악할 수 있게 된 점은 쾌거일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밝혔던 바와 같이 유적지를 보존하지 못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백제처럼 먼 고대뿐만 아니라 근현대사에서도 독립운동가의 흔적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분들의 희생을 생각해 보면 통탄스럽다. 우리 동네만 해도 계획도시로 아파트 단지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서고 있던 중 신석기 시대 유물이 나왔다. 다행히 아파트 공사를 수정하였고 유물이 나왔던 곳은 선사유적공원으로 조성되어 역사적인 의미를 더하는 마을의 명소가 되었다. 인근 초등학생들은 그곳으로 현장학습을 가고 가을이 되면 마을축제가 벌어지는 소통과 공감의 장이 되어주고 있다. 이렇게 역사는 과거에 머물러있지 않고 현재를 일구고 미래를 풍성하게 해준다. 그러기에 우리는 역사를 보존하고 연구하고 후손에서 전달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