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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 70년대생 여자 셋의 지극히 사적인 수다
김도희.유혜미.임지인 지음 / 일일호일 / 2021년 10월
평점 :
일일호일 - 일상의 건강한 이야기가 교류하는 공간, 서촌 건강책방 -
첫 번째 책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를 만나다.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김도희, 유혜미, 임지인 지음/일일호일
'70년대생 여자 셋의 지극히 사적인 수다'
책을 읽다 보니 일일호일 카페에서 수다 떠는 언니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따뜻한 차 한잔 들고 살며시 옆에 앉아 경청해 본다.
갱년기 스테레오타입이 아닌 다양한 '갱년기' 담론이 형성되기를 바라는 3인의 수다를 따라가다 보니 저절로 갱년기 뿐만 아니라 내 인생 지도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70년대생 여자 셋의 도전으로 갱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생각을 밖으로 표출하여 이렇게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여정을 출판 후기로 접하니 뜻깊고 의미 있는 행보에 후배로서 감사 인사를 드린다. 코로나19로 인해 Zoom으로 만난 수다도 있고, 만나서 수다를 떨었으나 마스크를 쓴 채여서 제대로 녹음이 되지 않기도 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나온 한 권의 책이 반향을 일으켜 갱년기, 중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 정착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갱년기'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폐경', '여성호르몬 감소', '땀', '홍조', '불면증', '짜증', '우울증'...... 하지만 지금은 '갱년기'를 좀 더 유연하게 수용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불안하고 막막한 기분이었다면 갱년기에 대해 한차례 쭈욱 훑아보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긴 것 같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이다.
아직은 갱년기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배우는 입장으로 저자 세 분의 말씀을 들었고 갱년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정리할 수 있었다. 갱년기는 누구나 겪는 일이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갱년기에 대한 인식은 고착화되어 있지만 겪는 증상이나 시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에 나 자신의 갱년기 지도를 잘 그리려면 준비하고 집중하는 자세가 요구될 것이다. 이제껏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며 바쁘게 살아왔던 시간을 멈추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 여겨 반갑다고 표현하는 부분에서 뭉클했다. "좋아지려고 먹는 것이 아니라 유지하려고 먹는 것이다."라는 말은 요즘 들어 건강보조식품을 챙기기 시작한 내 마음과 닿아있다.
"예전에는 옷과 구두에 몸을 억지로 맞추었다면, 지금은 몸에 자연스럽게 맞추고 있어요."
"갱년기나 노화로 인한 몸의 불안정한 변화가 사실 일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계기가 되어 주고 있어,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내가 갱년기인가? 갸우뚱거릴 때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갱년기 자가 진단 인덱스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안심이 된다.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나의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쿠퍼만 지수, 맨콜지수, 아르거시 테스트.
유럽의 주치의 제도나 여성전문 케어센터는 기본적으로 안정감을 줄 것 같아서 매우 부럽다.
주치의 제도는 매번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선생님께서 관리해 주시고 케어해주시니 개인 맞춤 의료 행위를 받을 수 있어 신뢰도 높아지고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여성전문 케어센터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상 환자 1명당 3,5분 밖에 투자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도입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신, 출산에 초점이 맞춰진 산부인과 보다 더 편하게 여성의 몸에 대한 전문적인 진단, 상담, 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갱년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어쩌면 고마운, 꼭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평균수명이 길어진 오늘날 갱년기를 단순히 노년이 시작되는 시기, 폐경, 성 기능 감퇴, 주 호르몬 감소 등의 관점만이 아니라 그 이후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외부의 자극이 아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피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스스로 선택해가는 시간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렇기 위해서 저자들은 '갱년기'를 새롭게 네이밍 하는 것도 어떨지 내비친다. 그리고 이렇게 '갱년기'에 대한 다양한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바뀐 것처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탄생한 단어는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을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를 읽은 나는 이렇게 갱년기를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간들이 많아진다면 나처럼 '갱년기'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있다. '갱년기(更年期)' 다시 '갱'의 의미가 좋아서 명칭보다는 '갱년기'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모색하는 쪽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완경' 생리는 해도 불편 안 해도 걱정인 나의 꼬리표처럼 느껴지는 건강 바로미터이다. 주기적으로 만나면 '또~ 시작이구나.' 싶으면서도 안심이 되고, 시작이 안되면 몸이 안 좋나 불안해진다. 이런 생리가 끝나면 어떨까? 지금은 시원할 듯싶은데 주위의 반응은 허하다는 표현도 있었다. 폐경이 아닌 완경으로 잘 마무리했다, 수고했다는 나에게 위로와 격려와 칭찬을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끝맺음이 아닐까 싶다. 시작하고 끝내고 또 다른 시작을 하는 인생이 아닐까 싶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여자에게 생리는 의미가 크기에 다들 '완경'을 잘 맞이하길 바란다.
몇 년 전 남편의 행동이 달라진 적이 있었다.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저녁식사를 마치면 창가 쪽 의자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자연스레 집안을 짓누르는 침묵이 나와 아이들을 힘겹게 했다. 몇 차례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남편은 예전으로 돌아왔다. '그냥 우울하고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라고 말하던 남편이었다. 그때가 처음으로 갱년기를 인식한 순간이었다. 남자 갱년기 말로만 들어봤지 40대 중반의 남편이 겪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참 순진한 생각이지만 갱년기에 대한 정보, 인식, 관심이 적은 30대 후반이어서 그랬을 거다.
시대가 변하면서 생활 패턴이 변하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전반적인 의미들이 개인적으로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사회 전반적 인식은 그대로이거나 세대 간 인식 차이만 극명해지는 경우가 있다. 갱년기, 결혼, 임신, 출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갈등과 문제 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갱년기의 중요성, 가치에 대해 논의와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호르몬과 삶의 질'로 귀결되는 우리 세대의 보편적인 건강 문제로 보는 접근에 공감을 표한다. 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교육이 필요한 인생의 변환기인 갱년기로 다양하고 복잡한 면면들을 공유하면서 사회적 공감을 형성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천적인 방안들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 갱년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막막함을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를 통해 털어내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내 문제로 생각해 깊숙이 들어가 보지 않고 그렇다더라. 하는 주변 이야기에 휘둘렸던 지난 시간은 지우고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찾아올 나의 변화를 섬세하고 예민하게 감지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적정한 자존감을 찾아가도록 내가 나에게 주는 소중하고 귀한 시간으로 여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