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화제의 다큐멘터리 <A.C.10>
'팬데믹이 멈춘다면,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시대의 질문을 세계 석학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1여 년의 시간을 들여 그들이 보내준 답변을 정리하여 무모하지만 한 줄로 압축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B.C.(Before Corona)는 가고, A.C.(After Corona)가 시작된다."
JTBC 다큐 3부작 <A.C.10>은 팬데믹 이후 다가올 빅 뉴노멀 시대에 인류가 당면하게 될 미래 과제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백신과 바이오 패권 전쟁을 다룬 1부 '백신의 욕망'
AI 사회와 이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를 다룬 2부 '노동의 재구성'
빅브라더 딜레마와 정부의 역할을 다룬 3부 '국가의 이유'
세계 지성인들의 날카로운 예측과 탁월한 식견을 편성시간의 제약으로 다 담아내지 못한 제작진들은 <코로나 쇼크와 인류의 미래과제 -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책을 통해 그들의 놀라운 탁견을 풀어내고자 했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JTBC 팩추얼 <A.C.10> 제작진 지음/중앙북스
우선 300 페이지가 되지 않는 적당한 두께와 논리정연한 구성, 도표와 사진, 이미지를 잘 활용해서 부담 없이 핵심 포인트를 잡아주는 편집으로 가독성이 좋다. 챕터별 주제에 따라 정리된 세계 석학들의 의견은 영상으로 접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대화체를 잘 살려서 친근하게 느껴지고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번역한 노력이 느껴졌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2019년 12월에 창궐했을 때만 해도 세계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였다. 하지만 어느덧 2년여의 시간을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세계는 기나긴 방역과 봉쇄, 통제의 시간을 보낸 후 '위드 코로나'를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의 종결이 아닌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의 주요한 변화와 특징을 파악하고 우리 현대인들에게 요구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고민해 봐야 할 때인 듯하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휩쓸었고 국가마다 달랐던 초기 대응에 의해 결과는 사뭇 달랐다. 우리나라는 방역의 성공으로 K-방역으로 존재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그 성공의 저변에는 정부의 통제와 정책에 신뢰를 가지고 스스로 개인위생과 방역에 힘쓴 한국인의 희생이 깔려있다. 특히나 자영업자의 희생과 의료진들의 노고에 끝없는 감사를 표한다.
세계적인 대중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팬데믹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명령은 아니더라도 상호 동의와 서로를 어떻게 존중을 해야 하는지 등의 이 명문화된 룰이 신자유주의에 의해 무너져버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의 방역이 실패했던 이유를 여기서 찾았다.
우리나라 K-방역은 예방에 큰 비중이 실려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공공의료 부문이 낙후되어 있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단계별로 시행하고 지역 확진자 발생 시 질병관리청 산하 각 시. 군. 구마다 있는 보건소를 이용하여 발 빠른 선제 검사를 통해 지역 확산을 막는 시스템이 잘 꾸려진 덕분이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를 실행하고자 하는 이 시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공공의료 연구자인 문정주 교수의 의견처럼 공적인 의료체계를 확립해야 하는 과제 해결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공적인 의료체계가 수도권에 집중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의료 사각지대가 없이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또 공적 체계 안에서 충분한 숫자의 의료진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 정책에 반대해 집단행동에 나섰던 의대생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씁쓸한 마음으로 공공재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고민해 보게 된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안은 백신 접종으로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견된 후 15개월 만에 백신이 완성되었다. 이 놀라운 성과로 고무되어 접종을 시작하고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으나 문제는 백신이 공평하게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신 국수주의로 일부 국가에서 독점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자원 제한 국가에서 간호 및 의료 교육 지원을 제공하는 SGH(Seed Global Health)의 CEO인 바네사 캐리는 이런 백신관리로는 세계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접중을 하지 못한 나라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게 되면 백신을 접종한 나라 또한 그 변이로 위험성이 증가하게 된다. 세계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4차 산업혁명
AI, 로봇, 메타버스 등 새로운 IT 기술은 노동 시장의 대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이다.
산업혁명 때마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으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다. 물론 사라지는 직종도 있지만 새로운 직종이 생겨나기에 일자리 자체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일의 개념과 형태를 점검하고 새로운 변화에 자신을 맞춰가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4차 산업혁명, 자동화 시대의 가속화는 플랫폼 자본주의를 확대시키고 플랫폼 노동자를 양성하게 된다. 배달대행업, 대리운전앱 등 임시직, 프리랜서 계약직, 저임금, 불안정한 신분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노동이 전면화되더라도 사회안전망이 튼튼하다면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은 코로나19로 더 심화된 소득 불평등을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진짜 민주주의를 이루고 수입 분배 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제안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의 건강과 안위를 보호하는 가치와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체의 건강과 안위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정보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동선 파악, 밀접 접촉자 분리 등 빠른 대처에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은 팬데믹으로 이런 통제와 감시가 허용되고 있지만 그 정보의 소유권은 개인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접근과 사용에 있어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독일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주장한다.
빅브라더. 어쩌면 국가보다 더 힘이 강한 미디어를 경계해야 한다. 인포데믹스(잘못된 정보의 전염병)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경제, 정치, 안보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근거 없는 '카더라' 정보가 끝도 없이 이어져 가짜 뉴스가 되어서 불안감을 확산시켜 보건의 심각한 위기와 정치적인 분쟁과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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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공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팡(FAANG)'이라 부르는 기업들이 수집한 개인 정보들이 더 방대하고 사용자의 행동 양식을 예측하고 데이터화하는 행위에 대한 관리와 문제 제기가 중요하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는 우리는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전염병이 유행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이 있었다. 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1998년에 발표한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이미 대규모 전염병의 창궐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분석한 책 <생명경제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생명경제'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팬데믹 이후 인류는 이타주의적 생명경제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인과 다음 세대를 생각해 다양한 영역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인간에 대한 경고로 보고 경제중심적, 발전 중심적 인간활동에 대한 회의와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 위기와 함께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한다. 이제는 발전이 목적이 아닌 공존, 화합, 연대의 시대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책과 함께 다큐멘터리 3부작 <A.C.10> 시청을 권한다. 이제는 적극적인 시민의 참여가 시대의 흐름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