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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그림자가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2
황선미 지음, 이윤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21년 10월
평점 :
<빛나는 그림자가> 책 제목만 보고는 '그림자가 빛난다? 뭔가 흥미롭군. 눈에 잘 띄지 않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인가?' 생각했었다. 물론 그렇기도 했지만 언어유희가 숨어있었다. 읽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제목, 의미 있어 참 좋다.
빛나는 그림자가/황선미 글/이윤희 그림/시공주니어
이 책의 주인공들은 12살 초등학교 5학년이다. 가족들보다 친구들과 더 깊은 얘기를 나누면서 우정을 우선순위 0순위에 두면서도 비밀 한두 가지는 깊숙한 곳에 묻어두는 시기이다. 그리고 이성에 대한 관심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풋풋한 시기이기도 하다.
삶의 범위가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학교'로 확장되면서 인간관계가 다양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친구'라는 이름의 끈끈한 조직이 형성된다. 존재 자체로 큰 힘이 되어주는 친구! 그 소중함을 알기에 좋은 친구를 사귀고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기를 다들 소망한다.
장빛나라는 은재와 유리와 친구 사이이다. 전학 와 모든 게 낯설었던 5학년 1학기 초, 눈에 띄었던 은재가 먼저 말을 걸어주고 자연스레 친구가 되어서 기뻤다. 그리고 그들과 자물쇠로 잠그는 비밀 공책을 공유하게 되면서 갑자기 성숙해진 것 같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낄 수 없는 우리만의 것. 특별한 사이가 되었다는 기쁨은 빛나라에게 결핍되어 있는 무언가를 충족시켜주었다. 너무나 행복한 지금, 반에 새로운 친구 '허윤'이 전학 온다. 그리고 특별하고 단단했다고 생각했던 빛나라와 은재, 유리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른에게도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한다. 이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잘 풀어나갈 수 있는 힘도 처음부터 갖추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연습을 통해 길러지는 것 같다. 난 잘못한 게 없다고 외면하면 한순간은 편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관계들이 단절되어가면 결국에는 혼자가 될 것이다. 소중한 인연이 오해로 멀어지게 된다면 두고두고 후회로 남는다. '내가 먼저 사과할걸.' 물론 어렵지만 용기를 내봄직한 일이다. 그 이후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빛나라도 힘들었지만 소중한 우정을 위해 사과를 한다. 은재와 유리 또한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거다. 마음과는 다르게 딱딱한 어조와 아픈 몸, 다 삐거덕 거리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다시 이어졌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다시 모인 3인방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지금은 지금 중요한 걸 하는 거다.
빛나라는 남모른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아픔도 겪었다. 그래서 꼭꼭 숨기고 싶은데 거짓말을 하게 되고 친한 친구들과 오해도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까운 친구면, 가만있지 마." 엄마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으리라. 갈등이 없이 평화롭기만 바라지만 그렇다면 성장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오해로 인한 갈등을 겪으면서 소중함을 다시금 새기고 관계가 단단해져 가는 게 삶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허윤이 길고양이 '눈썹이'에게 한 행동이 큰 의미로 다가온다. 눈썹이(삼식이)가 길에서 방황하면서 병을 앓아 고생하다가 윤의 도움으로 동물 병원에서 치료받고 주인에게 다시 돌아가게 되는 치유의 과정이 빛나라와 윤에게도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윤의 용기 있는 행동이 빛나라가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싸웠어도 한 번도 떠났던 적이 없던 애처럼 빛나라를 붙잡아주는 친구가 있기에, 하고 싶을 때 이야기하자는 대범한 친구가 있기에 빛나라는 용기를 내지 않을까, 언젠가는.
공소에 산다는 윤. 그 아이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 12살 같지 않아. 햇빛을 받아야 멀쩡해지는 애. 자꾸 사라지는 애. 그림자처럼 숨어버리는 애가 가져간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돌아올 날이 기다려진다.
빛나는 그림자가 보고 싶습니다. 알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지요.
첫 번째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좀 더 풍성하게 해주는 이윤희 작가님의 그림도 기다려집니다.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공북클럽 10월 한/달/한/권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