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꼬까언니
김정아 지음 / 풍백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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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M 소울싱어즈 리더로 알려진 김정아가 작가 김정아로 돌아왔다.

 <잘나가는 꼬까언니 - 자존감이 돌아왔다> 

 

음악이 아닌 글과 그림으로 완전히 무장하고 아니 완전무장해제하고 날것의 느낌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에세이다. 무교이기에 그녀의 음악을 잘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계기로 그녀 자체에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은 16년 전 작성한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본인이 밝힌 대로 짜증이 많은 시기에 쓴 글이라 그런지 상당히 과격하게 시작한다. 그럼에도 꿋꿋이 넘겨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한 장 한 장 그림을 보다 보면 어느새 그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다. 그녀의 세상이 낯설면서도 친근하고 황량하고 건조하면서도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게 느껴지는 건 다 그녀 특유의 색채와 매력일 것이다. 글도 그렇지만 그림으로 표현하는 바가 크다. 노련하지 않은 그림체가 오히려 더 마음을 건드려 찬찬히 보게 한다. 뭐든 찬찬히 오래 보아야 예쁘고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 꼬까 언니는 다 아나 보다.

 

날개 꺾인 새 - 날개 꺾인 새, 깁스를 하다 - 날라리, 진짜 새되어 날다 - 날라리, 바람을 타다

4개의 큰 주제로 묶여진 이 책은 그 장마다 꼬까언니의 생각이 꾹꾹 눌려 담겨 있다.

그녀의 인생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프롤로그와 책 속 어린 시절 기억들은 그녀의 고통과 결핍을 드러내고 있다.

낳아주신 부모님, 키워주신 부모님이 따로인 꼬까언니.

낳아주신 부모님과 살지 못하고 이층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았다는 그녀는 그때가 너무 행복하고 평탄하고 좋았다고 한다. 자신이 더없이 귀한 시절이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11살이 되고 친부모님과 살게 된 순간부터 그녀의 삶은 아수라장, 지옥이 되었다. 끝도 없이 추락하던 그녀의 삶에 들어온 소중한 존재들이 있다. '들꽃'과 '지미' 그리고 하나님이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변화가 크다.

 


 

▷날개 꺾인 새

: 뻔히 아는 사실인데도 멀리서 보면 모를 때도 있고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면 나의 믿음이 사라질 때가 있습니다.

 

자신을 날개 꺾인 새로 비유한 꼬까언니는 사랑에 목말라하고, 그리움에 목말라한다.

쥐 잡는 법을 모르고 쥐가 내게 해를 끼치는 동물이라는 것도 몰라서 쥐 2마리와 무려 일 년을 함께 살았다고 한다.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싫어서 사탕을 물고 있는 꼬까언니. 사탕을 물고 있는 데 자꾸 말을 걸면 일부러 침을 흘려버렸다고 한다. "말 걸지 마." 경고 차원에서 말이다. 자진해서 외톨이다.

그런 그녀가 사무친 외로움에 대해 글을 썼다. 괜스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한없이 자신을 사랑해 주고 그리워해주는 이를 갈구하는 그녀는 과거의 기억 속 대답 없는 이의 이름을 부르던 자신의 모습을 지워버리듯 세상을 향해 이름을 이름을 외치고 대답을 듣는다.

 

요술 지팡이가 생겨 소원 하나 들어준다고 하면 한결같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지 않고 한집에서 사는 것'이 그녀의 대답이다. 헤어짐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는 꼬까언니. 그리움으로부터 적응하지 못하는 꼬까언니.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변해도 쉽게 변하지 않는 그녀의 슬픔이다.

 


 

▷날개 꺾인 새, 깁스를 하다

: 그럴 때 저는 제 눈에게 말합니다. "매번 보는 것처럼 안 봐도 돼. 새롭게 보는 건 참 좋은 거야. 그러니 부정적인 남의 말처럼 정말 네가 이상한 건 아니야. 안심해,"

 

날개 꺾인 새인 꼬까 언니를 꼭 안아주는 사람, 같이 고민해 주는 사람, 기도해 주는 사람, 울어주는 사람들을 만나 그녀는 달라지고 있다.

"꼬까야, 괜찮아. 내가 옆에 함께 있어 줄게."

발톱을 피가 나도록 바짝 깎는 꼬까언니, 어느 해 수련회를 갔을 때 갑자기 들려오는 울음소리. "얼마나 아팠을까?" 꼬까언니 발에 후시딘을 발라주시며 현정 간사님은 그렇게 울고 계셨다고 한다.

발보다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꼬까언니의 마음을 읽고 안타까워하셨던 것 같다. 그게 사랑이라고 느낀 꼬까언니는 사랑하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다. 나를 더 사랑해서 발을 아프지 않게 만들 때가 오면 남의 발을 붙들고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관계를 맺으면서 상처도 받지만 이렇게 사랑을 받아 치유되기도 한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사람이다.

 

친아빠, 김 씨 아빠에 대한 기억과 느낌, 기대가 잘 드러나 있다.

자신을 억누르고 폭력으로 대하던 아빠. 철모르던 시절 넓은 품에 안기려다 별안간 한낮에 반짝이는 별을 봤다는 꼬까언니는 이제는 김 씨 아빠를 용서해 드렸다. 그 아픔을 겪고도 너무 늦은 용서를 후회하는 언니는 참 용감한 사람이다.

"아버지는 예전에... 나보다 더 아픈 일이 있었을 거야." 이해할 순 없지만, 용서할 거야.

 

집단 상담 경험 에피소드를 보면서 역시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전에 다른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데 "꼬까는 치약을 중간부터 짜요. 이불도 물론 안 개고요. 남의 물건을 맘대로 씁니다."라는 고민을 상담 중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치약은 끝에부터 짜야 한다는 것, 자고 난 이불은 개야 한다는 것, 남의 물건은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미안함을 느끼고 기본을 모르는 사람처럼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발전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글을 보고 마음이 찡해졌다. 가혹한 그녀의 지난 삶이 그려지면서 먹먹해졌다.

 


 

▷날라리, 진짜 새되어 날다

: 누구의 말처럼 남의 말은 저의 삶이 될 수 없습니다. 뻔히 아는 사실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거 우리 인정해 보도록 하죠!

 

친아빠 김 씨 아빠에게 "아빠, 사랑해요."라고 하면 아빠는 기분 좋게 "어~이 고맙다." 하신다고 한다. 꿈에서!!!

친부모에 대한 애증은 그녀를 그렇게 지탱해 줄 것이다. 고통을 준 부모님이지만 이제는 용서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진 꼬까언니이기에 다 감싸 안고 두발로 땅을 딛고 서서 오늘도 사랑을 노래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아픔이 있는 그녀이기에 힘겨워하는 약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아무런 말 없이 자신의 것을 내어줄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마음이 닿아 방황하던 영혼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아 나 또한 기쁘다.

 

"너도 매우 아팠겠구나. 난 안다. 난 알아."

"얘야, 다른 아이들도 너처럼 이런 신발을 신고 사니?" (p.102,3 고 녀석 중)

 


 

▷날라리, 바람을 타다

하나님을 만나 CCM 소울싱어즈 그룹 활동을 하고 자존감을 되찾은 꼬까언니.

이단에서 고통받던 시절과는 달리 진정한 벗, 하나님을 만나 구원받은 모습이 무교인 나의 눈에는 신기하다. 상처 입은 이들을 감싸 세상에서 연대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게 종교라고 생각하기에 꼬까언니의 삶에 지금처럼 은총이 항상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종교적인 메시지가 녹아있지만,

굴곡 있는 인생길을 걸어온 꼬까언니의 말 한마디, 그림 한 장이 진심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힘이 있는 글이다.

자존감이 돌아왔다.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건 큰 힘이 된다. 삶의 기둥이 바로 세워져야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이제 잘나가는 언니로 돌아온 김정아. 그녀의 벅찬 인생 또 다른 이야기를 기다려본다. 꼬까언니, 언니는 정말 멋진 언니에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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