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읽는 시간
이유진 지음 / 오티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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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죽음을 소재로 하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_로버트 판타노 지음 (자음과모음)

「어떻게 지내요」_시그리드 누네즈 (엘리)

「죽음을 읽는 시간」_이유진 (오티움)

죽음을 소재로 하지만, 주체가 다르다.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가 오롯이 '나'에 침잠하여 통찰한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내용이며, 「어떻게 지내요」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친구가 안락사를 결심하고 함께 있어줄 것을 부탁받은 '나'가 주위의 존재들의 고통을 인식하고 안부를 묻는 이야기와 친구와의 시간을 기록한 내용이다.

이번에 읽은 「죽음을 읽는 시간」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인 이유진 정신가 의사가 인생을 축제처럼 살기 위해 죽음을 공부하면서 소중한 깨달음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책이다.


제각기 다른 주체들의 목소리로 말하는 죽음.

다르면서도 같은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삶에 집중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가는 고통, 죽어가는 고통을 겪는 건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기에 그 고통을 받아들여 더 완화된 삶을 살기 위해 서로서로에게 관심과 사랑을 건네기를 권하고 있다. 죽음보다 제대로 끝맺지 못한 삶이 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살아있는 지금, 행동할 수 있는 지금,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들과 함께 진정한 삶을 하루를 보내야 한다고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와 당부를 전하고 있다.

죽음,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누구나 두렵다. 하지만 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삶을 포기하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더 행복하게 더 즐겁게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힘이 나의 내면에, 나를 사랑하는 가족, 이웃, 지인들에게 있다고 믿는다.


죽음을 읽는 시간/이유진/오티움


나는 인생을 축제처럼 살기 위해 죽음을 공부하기로 했다.

우선 '정신과 치료'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또한 커리어에 피해가 갈까봐 정신과 진료를 꺼린다. 그런데 저자가 밝히는 정신과 의사의 사례들은 편견을 벗어나야할 이유이다. 미국의 의료계에서는 정신과 진료기록이나 약 복용을 숨기지 않고 의사가 되는 데 장벽이 되지 않는다. (물론 예외인 주도 있다. ) 저자는 자신의 하소연을 듣고는 멘토인 교수님한테 항우울제 복용을 권유받으면서 자신 또한 복용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자신의 눈에는 일과 가정 모두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이었기에 이 고백은 낯설고 놀라웠다고 한다.

이는 저자 말대로 문화의 차이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습적 제약, 편견일 것이다. 마음의 병을 겪는 현대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정신과 진료를 향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할 것이다.

몸의 병이든 마음의 병이든 숨기고 감출수록 치료는 어렵고 힘들다. 안전한 공간에서 믿을 만한 사람에게 나의 내밀한 상처를 내보이는 것에서부터 치유는 시작되어야 한다. 상처는 숨길수록 곪는다._55쪽



끝내 전하지 못한 말

일본의 작은 바닷가 마을 오추치에는 조금 특별한 공중전화부스가 있다고 한다. 일명 '바람의 전화'이다. 마을 주민 이타루 사사키에 의해 설치되었다. 어느날 이타루는 아끼던 사촌형제를 갑작스레 잃어서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 빠졌다. 어떻게든 그와 다시 연결되어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그는 바람과 연결된 전화기를 설치하고 남기고 싶은 말을 하면 바람이 메시지를 대신 전해줄 것만 같았다. 사촌과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 그는 위안을 얻었고 슬픔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이에게 제대로 인사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는 당연하지 않다. 갑작스런 이별은 우리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해야할 말들은 오늘 당장 해야 할 말인지도 모른다._211쪽

암 생존자에 대한 챕터도 주의깊게 보았다. 암 치료를 잘 끝내고 관해 상태에 이른 이들, '암 생존자'들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도 주의와 배려가 필요하다. 암 발생 이전과 이후의 환자는 분명 달라졌다. 신체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그럴 것이다. 이를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 이웃 모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인정하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암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나는 완치될 수 없는 병을 안고 사는 사람이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할 때, 질환은 당신의 일부일 뿐 삶의 전체는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주려고 애쓴다. _ 268쪽

충분한 절망 없이는 일어서야 할 이유와 삶의 의미를 찾는 일에 절실해질 수 없었다. _315쪽

슬퍼하고 좌절하고 절망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것이 어차피 삶이라는 생각을 하며 재닛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_ 318쪽

상실로 인한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지금에 집중하여 살아가야 겠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우주도 팽창하였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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