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각과 환상 -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
한태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8월
평점 :
-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
코로나19로 활동 반경이 확 줄어든 요즘,
푸르른 가을 하늘과 선선한 바람 한줄기에
여행 세포들이 깨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떠날 수는 없고
<후각과 환상>으로 여행 세포들을
달래고 있습니다.
후각과 환상/한태희/중앙북스
우리도 모르게 새겨진
향기, 냄새들이 있습니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맡은 순간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는 냄새들,
후각의 마법이죠.
프롤로그부터 강렬한 냄새로
우리를 끌어당깁니다.
칼리의 사원에서 맡아지는
갖가지 향내와 냄새들이 묘사된
글을 읽다 보니 여행을 가고픈 마음이
더욱더 커집니다.
책의 디자인, 사진, 글, 냄새가
우리의 감각을 자극합니다.
읽어주는 오디오북처럼
향기가 나오는 서비스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가능하겠지요. )
인류의 향 문화가 이집트와 중동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유명한 향수는 서양 브랜드라서
당연히 서양에서 시작되었으리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카이로 호텔 근처의 전통 향수가게에서
주인이 수제 향수를 제조하기 위해
질문을 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향수는
사막을 지나 고대 신전의 폐허와
오아시스의 야자나무숲으로 이끕니다.
후각과 환상 _ 여행 사진
커피의 역사는 아랍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저는 아프리카 쪽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하루에 3,4잔씩 내려마시는
애정 하는 음료건만
이렇게 무심하다니... 민망하네요. ^^;;;
에티오피아고원 지대에서 발견된 커피는
예멘으로 전파되어 재배되었고,
중세 이후 예멘에서 요즘처럼 커피콩을
볶아 우려내는 방식이 발전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예멘의 항구 모카에서 커피를 실은 선박들이
페르시아, 터키, 아프리카 등지로 출발하면서
모카는 커피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답니다.
모카커피, 맛있죠. ♡
'이교도가 마시는 흉측한 검은 음료'라며
경원시하던 유럽 또한
커피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각과 환상 _ 오스티아
작가님께서 소개해 주신 세계 각국의
여러 장소 중
눈에 띄는 두 곳이 있네요.
곰배령 초원/선암사!
선암사는 가본 곳이라 떠올려보면서
새롭게 기록하고
곰배령 초원은 가보지 않은 곳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보았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들이 늘어납니다.
악취와 향기는 인간이 가른 개념일 뿐,
생태계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인간 또한 그 사슬로부터 무관치 않다.
……
다른 향과 어울리면서 포근한 살결 냄새를 만들어 낸다.
인간은 이 원초적이고 관능적 느낌에
오랫동안 매혹되어 왔다. _ 향과 나 224쪽
후각과 환상_옥스포드
후각을 통해 장소를 여행합니다.
그 향기가 장소에 새겨진 역사를 불러내
그 시대를 회상하게 하는 힘을 가집니다.
이런 복합적 기록물로 세계 각국을
접하게 되니 신기한 경험이네요.
시각과 글자와 후각이 버무려진
장소의 이미지는 뇌리에 새겨져
나중에 그 장소를 방문하게 되면
내 기억이 아닌 이 책에서 접한 기억들이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할 것 같아요.
후각은 우리 뇌 깊숙한 곳에 연결되어
근원적인 감정과 기억을 자극하고,
여전히 인간의 다양한 생리 기전에
관여한다고 합니다.
냄새와 후각이 선사하는
그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적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
이 책이 탄생되었습니다.
다음 여행부터는 시각, 미각뿐만 아니라
후각의 감흥이 가득한 시간으로
보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매료되는 순간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
기대됩니다.
+추천 소설
파트리크 - 쥐스킨트 향수
다이앤 애커먼 - 감각의 박물관
+추천 영화
트란 안 홍 - 그린 파파야 향기/노르웨이의 숲
알리 아바시 - 경계선
장예모 - 붉은 수수밭
레지스 와그니어 - 인도차이나
마이클 커티즈 - 카사블랑카
조셉L.맨키위즈 - 클레오파트라
왕가위 - 화양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