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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 - 내 몸과 잘 지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소화 이야기
예병일 지음 / 반니 / 2021년 8월
평점 :
<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
- 내 몸과 잘 지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소화 이야기
- 세균을 막는 침부터 장내 미생물의 쓸모까지 의학박사가 정리한 우리 몸 안내서
예병일 의학박사님께서 친절한 의학 교양서를 선보였습니다. 주제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소화의 세계입니다.
우리는 매일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살아갑니다. 그 이유는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음식물이 우리 몸속에서 소화가 되어 흡수가 잘 되어야 하겠죠. 그렇다면 그 소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물론 학창 시절 생물 시간에 소화기관에 대해 열심히 외우고 또 외웠건만 지금은 그마저도 기억이 나지 않네요. @.@
<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는 소화 메커니즘을 전문서적보다는 가볍게, 일반 서적보다는 묵직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교양서입니다.
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예병일 지음/반니 출판(2021.8.5)
지금도 요리 관련 콘텐츠가 인기지만 몇 년 전 '먹방'이 엄청난 인기를 얻어 우리 식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복스럽게 먹는 모습들이 식욕을 자극해서 외식, 배달음식, 야식 관련 요식업들이 덩달아 활성화되었죠. 그리고 혼족이 많아지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밀키트, 도시락 등 다양하고 간편한 음식 문화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소비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반대급부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영양의 불균형을 온갖 건강보조식품으로 보충하거나 건강식, 자연식, 채식 등 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이슈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더 정확하고 쉽게 우리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화의 세계에 대해 알아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가 그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소화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소화를 담당하는 기관을 알아야겠죠.
<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 소화 기관
이 책은 음식물이 우리 몸에 들어가는 순서대로 기관과 역할, 관련 상식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총 10 chapter로 <입 - 식도 - 위 - 간 - 쓸개 - 이자 - 작은창자 - 큰창자 - 장내 미생물 - 항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말로 표기된 장기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점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합당하겠지요.)
소화 기관 하면 떠오르는 '위' 외에 간, 쓸개, 이자, 작은창자가 하는 역할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어서 소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실제 '위'에서 이루어지는 소화 보다 '작은창자'에서 소화되는 양이 더 많으며,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흡수 과정의 80% 이상이 작은창자에서 일어나고 20% 미만만 큰창자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간'의 뛰어난 재생 능력을 프로메테우스 신화와 연관 지어 재밌게 알려줍니다. 놀랍게도 간은 약 2/3까지 잘라내더라도 재생되어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잘라낸 부분과 똑같이 재생되지 않고 부피만 커진다고 하네요. 이런 능력을 이용하여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잘라서 이식하는 생체 부분 간 이식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1988년 서울대학교 병원 김수태 교수팀이 뇌사자로부터 얻은 간을 처음으로 이식하는 데 성공한 후 30여 년이 흐른 지금, 매년 1,000여건이 넘는 수술이 전국의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식 성공률 또한 세계 수준(1년 생존율 80~90%, 5년 생존율 62~80%)에 걸맞은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간도 의술도 참 놀랍네요.
이자(췌장)는 음식물을 분해하는 소화효소의 공급소로 수많은 효소를 분비하여 샘창자로 보내서 음식물 소화가 마무리되도록 돕습니다. 소화를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이며 인슐린을 비롯하여 여러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수많은 효소가 이자에서 분비되는 데 어떻게 이자는 소화가 되지 않을까요? 이 소화효소들이 소화 기능을 가진 효소가 아니라 효소가 되기 전 단계의 물질이라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인체의 신비로움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이자에 염증이 생기면 비활성화 상태로 존재해야 하는 소화 효소가 염증 때문에 활성화되면 이자 자체를 소화하는 '자가소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하니 조심해야겠습니다.
이자의 구조 쓸개의 위치
이 책은 장기에 대한 기능만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에 대한 의학의 역사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총기 오발 사고에서 비롯하여 위에서 일어나는 소화 과정을 연구한 생체 실험입니다. 1822년 6월 6일 미국 미시간주 포트맥키낙에서 총기 오발 사고가 일어났는데 피해자는 마르탱이라는 청년이었습니다. 총알이 왼쪽 옆구리를 뚫고 들어와 5,6번째 갈비뼈와 왼쪽 폐의 아랫부분을 통과한 다음 위의 앞쪽을 관통하였다고 합니다. 외과의사 버몬트가 생명을 구하기에는 늦었다고 판단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수술을 하였 고 마르탱을 서서히 회복했습니다. 위에 생긴 구멍에 새살이 돋긴 했지만 완전히 메꾸지는 못해서 버몬트는 소화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위해 마르탱의 동의를 구한 뒤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갖가지 실험을 통해 <위액과 소화 생리의 실험과 관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고, 위에서 일어나는 소화에 대한 지식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의사와 환자의 관계"라고 할 만큼 마르탱의 버몬트 의사에 대한 신뢰와 고마움이 참 컸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우리가 소화에 대한 지식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폴레옹의 일화, 프로메테우스 신화,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한 실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적절히 설명해 주니 지루하지 않게 소화 과정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점차 달라지고 있는 장내 미생물에 대한 시선도 짚어주고 있습니다. 감염병을 일으키는 세균뿐만 아니라 병원성 세균이 외부에서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정상균 무리도 있고, 아주 소량으로도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비타민을 장내 세균이 합성하고 이를 사람이 이용한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최근에야 관심을 받는 장내 세균에 대해 수많은 기능이 계속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먹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떠오르네요. 숙주의 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주는 미생물을 모두 가리킨다고 합니다. 잘 챙겨 먹어야겠어요. :)
이렇게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소화 메커니즘을 다 훑고 나니 배가 고파지네요.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소화와 흡수에 대해 예전보다는 한 단계 더 이해했으니 식사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너무 빨리 먹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고,
짜고 맵고 탄 음식을 좋아하는 습관을 고치고,
알코올 섭취를 줄여서
우리 몸을 아끼고 사랑해야겠습니다.
제대로 배운 의학 교양으로 좀 더 건강한 내일을 그릴 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 단어 정리 +
◎ 내분비 : 효소, 호르몬 등이 별도의 관이 아니라 혈액 내에 바로 분비되는 것
◎ 외분비 : 체표면이나 몸속에 있는 관으로 분비되는 것
◎ 대사 : 몸 밖에서 들어온 영향 물질을 몸 안에서 분해하고 합성하여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질은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
+ 색인이 있어서 참 편리합니다.